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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upreneur 크리스티나 Jul 18. 2022

오, 하느님

오, 인자하신 하느님, 저분을 구해주소서!
...
아, 그토록 고상하시던 마음이 저리되시다니! 그 귀족답고, 무인답고 나라의 꽃이자 희망이며, 예절의 모범으로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던 왕자님이 저렇게 비참해지실 줄이야!

<햄릿 오펠리어 대사 중>


태어날 때부터 안경을 써야했어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거든


안경알 한쪽은 항상 회색이었어

빈틈없는 운명이었지 


혜화역 앞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어

그날도 복음을 전하고 있었거든  


안경이 깨져서 잘 안보였는데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지 뭐야


웃긴 얘기를 들었어

타조는 위험에 처하면 고개만 덤불속에 처박는대


그런데 진실은 타조가 모래를 먹는 거래

재밌지 않아?

믿음이 진실을 가린 거였지


오펠리어가 깨진 안경 속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어


“너의 하느님은 죽은 지 오래야

아니 태어난 적조차 없었지“


그녀는 곧 미쳐갔어 

당연하지 

순수하지 않았거든


안경을 고쳐야겠어

나까지 미쳐가지 전에 

하늘이 자꾸 파랗게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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