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인자하신 하느님, 저분을 구해주소서!
...
아, 그토록 고상하시던 마음이 저리되시다니! 그 귀족답고, 무인답고 나라의 꽃이자 희망이며, 예절의 모범으로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던 왕자님이 저렇게 비참해지실 줄이야!
<햄릿 오펠리어 대사 중>
태어날 때부터 안경을 써야했어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거든
안경알 한쪽은 항상 회색이었어
빈틈없는 운명이었지
혜화역 앞에서
넘어진 적이 있었어
그날도 복음을 전하고 있었거든
안경이 깨져서 잘 안보였는데
하늘이 파란색으로 보이지 뭐야
웃긴 얘기를 들었어
타조는 위험에 처하면 고개만 덤불속에 처박는대
그런데 진실은 타조가 모래를 먹는 거래
재밌지 않아?
믿음이 진실을 가린 거였지
오펠리어가 깨진 안경 속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어
“너의 하느님은 죽은 지 오래야
아니 태어난 적조차 없었지“
그녀는 곧 미쳐갔어
당연하지
순수하지 않았거든
안경을 고쳐야겠어
나까지 미쳐가지 전에
하늘이 자꾸 파랗게 보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