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끝에서

by 박종호

그 길 끝에서 ----------------아름슬픔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고 싶다.

땅으로 꽂히던 내 긴 걸음에도
그 걸음을 멈춰 세우던 긴 한숨에도
목구멍을 타 넘던 눈물의 온기에도
헛되이 되돌아오던 기대들에도
수 없이 되갈던 한낮의 꿈들에도

발정난 수캐처럼 킁킁데며 서성이던 그 골목 모퉁이에도
별자리 끝을 쫓아 떠돌던 그녀의 긴 머리칼에도
이제는 기어이 종지부를 찍고 싶다.

울고 있는 자들은 눈물을 멈추고
웃고 있는 자들은 입을 다물라

너무나 잔인한 너희네 조각들
빠르게 지나는 전설 속 표정들
너에게서 멀어지는 이 길 끝에서
이제야 나는
너희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다.

나를,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두라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자
이 길고 헛된 시에도
펜 끝을 닳게 하는 이 소비의 습관에도
여지없이 종지부를 찍자
용기를 내자 용기를 내자

(99.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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