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0
아침을 먹고 작아져서 엉덩이가 꽉 끼는 수연이의 수영복을 사기 위해 다시 라하이나로 향했다. 라하이나 아웃렛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는 동안 아이와 수빈이, 수연이는 한 가게에 들러 조개 껍데기로 이어진 목걸이를 받아 목에 걸고 나왔다. 아무 것도 안 사고. 저 쪽 가게에 들어가니 "알로하"라고 하면서 목에 걸어주더라는 것이다.
나도 하나 받으려는 마음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 갔는 데 안쪽에서 목걸이를 들고 서 있던 아줌마가 그냥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쳐다보다 내가 하나 달라고 하자 그 때에서야 "알로하"하며 목에 걸어 주었다. 나는 조금 기분이 상하여 혹시 여자들만 걸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멀리서 지켜 보았는 데, 들어오는 아저씨들에게도 모두 걸어준다. 더욱 삐친 나는 목걸이도 받았으니 뭐라도 하나 사 주어야 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깨끗이 지우고 목걸이만 걸고 나오며 혹시 오랫동안 방치해 놓은 수염이 지저분해 보여 내가 물건을 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염을 기르기만 하고 다듬지 않으면 고급스럽게 보이지는 못하다. 무위가 작위가 된다. 신경쓰지 않고 자라는 대로 내버려 두겠다던 수염이 이제 또 다른 신경 쓸 거리가 되었다.
아이는 오는 길에 차 안에서 흰 티 위에 커피를 쏟았다. 그리고 커피를 쏟은 것이 내가 갑자기 엑셀을 밟아서란다. 무고하다. 아무튼 나는 아이에게 옷을 하나 사 주기로 했고 아이는 ABC 마트에서 마우이 로고가 세겨진 티셔츠를 하나 사 입었다. 두 벌에 28불(2 for 28$). 나도 아이를 따라 같은 모양을 샀지만 보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색깔은 다른 것으로 골랐다. 우리 집 앞 모모치하마 해변에서 위 아래 옷과 간혹 신발까지 꼭 맞추어 입고 한국서 놀러 온 젊은 커플들을 보면 아이는 소름이 돋아 쓰러지려 한다. 나도 눈이 시리다. 눈에 모래 바람이 들어간 느낌이다. 나와 아이가 후쿠오카에서 색깔만 다른 하와이 티셔츠를 입고 맥도날드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면 주위의 일본 사람들은 우리를 어떻게 바라 볼까. 다행히 아무도 중년의 커플룩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수빈이나 수연이의 학부모 중 한국 아줌마들이 본다면 "제네들 주책이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고 지나갈 지도 모르지만.
바다를 따라 라하일라에서 키헤이로 돌아오는 길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차를 세웠다. 우리 차 옆에는 한 젊은 아줌마가 SUV의 트렁크를 올리고 테이블 위에 펜던트와 팔찌 등을 늘어 놓고 팔고 있었다. 수빈이와 수연이는 그 앞에 서서 반짝 거리는 보석들을 만지작 거리며 떠날 줄 몰랐다. 둘은 가장 마음에 드는 펜던트를 하나씩 골랐는 데 수연이는 하트 모양의 무지개 빛이 나는 팬던트를, 수빈이는 작고 노란 빛이 나는 팬던트를 골랐다. 나와 아이는 금으로 감싸진 길다란 수정 팬던트 한 쌍을 사서 목걸이를 만들어 하나씩 걸었다.
목걸이를 파는 아릿따운 아줌마의 이름은 멜리아(Melisa)라 하는 데 아버지는 브라질에서 온 하와이안이고 어머니는 멕시칸이라 한다. 북쪽 하나로 가는 길이 시작되는 동네인 하이쿠(Haiku) 출신인 그녀는 고등학교까지 하와이에서 자라 산타바바라에서 대학 시절을 지내고는 다시 하와이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녀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데 교육시스템에 대하여 물어보자 자기 아이들은 몬테소리를 보내는 데 비싸기는 하지만 아주 좋은 교육시스템이라고 한다. 나는 부동산을 한다는 그녀의 부모님의 연락처를 받았다. 언제가 이곳에 와 살아 볼까 하는 생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