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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0 하와이다운 삶

20190811

by 박종호

테라스에 앉아 일기를 쓴다. 야자수 넘어 바다가 보인다. 구름이 낮게 깔렸다.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파머스마켓을 찾아 나섰지만 인근의 파머스마켓은 너무 작아 그다지 볼 만한 것이 없었다. 마우이에서 가장 큰 주말시장은 토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데 1시가 되면 문을 닫아 버려 우리가 가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대신에 근처 크레프트 페어(craft fair)라는 공예품 시장을 갔는 데 상설 시장인 이곳도 주말이라 오히려 여러 가게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실망하여 쇼핑센터 세이프 웨이(safe way)가 있는 몰에 가서 쇼핑을 했다. 아이는 어제 라하이나에서 돌아오는 길에 언니에게서 산 펜던트에 아주 잘 어울리는 금으로 된 목걸이 체인을 찾았다.


콘도 수영장에서 한참을 즐겁게 놀고 해가 떨어질 무렵 곧장 바다로 나갔다. 해는 여느 시간 보다는 조금 일찍 구름 아래로 숨어 버렸지만 이런 풍경은 풍경대로 아름답다. 수연이는 한 손에는 로스에서 산 바비 인형을 들고 파도를 맞으며 즐거워했고 수빈이는 바다와 엄마가 앉은 자리를 오갔다.


문득 하와이다운 생활이란 무엇일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아이는 하쿠나마타타(Hakuna matata), 걱정하지 않는 삶이라고 했고, 수빈이는 꼭 바다가 있고 수영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생활이라 했고, 수연이는 바다에서 놀고 쇼핑하고 집에 와 매일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먹는 것이라 말했다. 모두 맞는 말이다.


나에게 하와이다운 삶은 '무리하지 않는 생활'이다. 하와이를 짧게 다녀가는 사람들은 짧은 일정 안에 되도록 여러 곳에 다녀보고, 되도록 많은 것을 해 보기를 원한다. 그것이 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 하기 보다는 지금 해보지 않으면 다음에 기회가 없을 까 싶어 억지로 해야 할 것들을 만들고 이것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한다. 하지만 하와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하와이에서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할 수 있고 볼 수 있으니 시간에 쫒길 이유가 없다.


여유로운 삷이란 하고 싶은 때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유다. 무언가 재촉하지 않아도 된고 억지로 즐거움 쫓아 살지 않아도 된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물 흐르듯이 하루를 살 수 있다면 그런 삶을 여유롭다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은 세월을 따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 사람이 살다가 떠날 뿐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 건강한 패턴을 만들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와이를 찾아오는 모든 이가 이렇게 살지는 못하지만 하와이에서 살고 싶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하와이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니 이른 아침부터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 조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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