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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2 마우이의 마지막 석양

20190813

by 박종호

어젯밤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습관처럼 헨드폰을 보았는 데 인터넷에 떠 다니는 동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을 보다가 한시반이 넘어 잠들었다. "멍 때릴 때 보는 영상", "잠이 오지 않을 때 보는 비디오", "꿀잼 동영상" 등의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올려있는 영상들인데 그 이름대로 별 의미 없이 재미를 위해 만들어 올려 놓은 것들이다. 잠이 안 와 잠깐 보고 자겠다는 생각으로 헨드폰을 열었다가 몇 시간을 보내버렸다.


인생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무엇을 하며 채우겠느냐에 대한 선택의 연속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도 바뀔 수도 없다. 매순간을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의미가 있는 일을 하며 살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재미있는 일은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고도 손쉽게 몸에 익고 잘 떨어지지 않는 반면, 의미 있는 일들은 그 안에서 재미를 찾기 위해 긴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수연이와 엄마가 자는 사이 수빈이와 산책을 다녀왔다. 멀리서 큰 거북이를 한 마리 보고 Kameloe 공원에서 수빈이의 그네를 밀어 주었다. 수빈이는 그네를 타고 야자수 사이로 탁 트인 하늘과 바다를 향해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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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근처 와일레이 몰에서 이번 여행에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샀다. 수빈이와 수연이는 하와이 브랜드인 블루진저에서 원피스를 하나씩 더 골랐고 나와 아이는 모자와 티셔츠를 샀다. 앞으로 몇 년은 이 모자를 쓰고 이 옷들을 입을 때마다 마우이가 떠오르겠지.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는 ABC마트에서 하와이 풍경이 담긴 엽서를 고르고 작은 기념품 들을 몇 개 더 샀다. 수빈이와 수연이는 ABC마켓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보낼 엽서를 골랐다. 2층 네셔날지오그라피 fine art 겔러리에서 사진을 하나 보고 나와 혁이네와 브런치를 먹었던 키헤이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pancake with strawberry and cream, fried rice, Hawaiian hamburger.) 역시 맛있다. 한동안 그리울 게다.

집에 돌아와 잠깐 쉬었다가 수빈이와 나는 먼저 수영장으로 나왔다. 수빈이는 이제 길이 15미터 정도되는 수영장을 끝에서 끝까지 수영하여 갈 수 있게 되었다. 수연이는 물장구가 더욱 세졌다. 이제 거북이 튜브도 슬슬 내려 놓을 때가 되었는 데. 이 거북이 튜브도 몇 년 째 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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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우이의 마지막 석양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섰다. 파도가 높이 솟아 '철썩'하고 모래바닥을 때렸다가 '사르르' 소리를 내며 모래들을 쓸고 바다로 돌아간다. 후쿠오카의 우리집 앞 모모치하마의 비치에는 이런 힘찬 파도가 없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이곳 마우이에 언제 다시 오게 될까를 생각했다. 7년 전 우리가 살 던 토렌스에서 시작하여 솔뱅, 피스모베이, 카멜바이더시, 센프란시스코 그리고 마우이로 이어진 여행이 막바지에 접어 들어섰다. 우리는 내일 오후 호놀룰루로 간다. 그곳에서 두 밤을 자면 돌아가는 날이다. 길 것 같았던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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