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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8 하나(Hana)로 가는 길

20190809

by 박종호

새벽 한시 반 즈음에 잠을 깨어 베란다에 나가 하늘을 보니 별들이 가득했다. 조금 더 어두운 바닷가로 가면 성운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아침에는 해가 뜨고, 저녁에는 해가 진다. 바다가 있고 구름이 있고 산이 있고 밤이 되면 별이 뜬다. 그들은 항상 우리와 함께 있지만 우리는 그들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산다.


아침 아홉시 반, "하나(Hana)로 가는 길"로 출발했다. 본격적인 드라이브 코스에 들어서기 전에 주유를 했는 데 큰 차인 만큼 기름도 많이 들어 갔다. "하나로 가는 길"은 해변 마을 파이아(Paia)에서 시작하여 360번 국도를 따라 동쪽 끝 마을 '하나'까지 가는 드라이브 코스이다. 하나는 하와이말로 천국이란 뜻이란다.


드라이브 코스라고는 하지만 중간 중간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들이 나 있고 사람들은 길 가에 차를 세우고 폭포와 계곡에서 수영을 즐긴다. 우리는 코스의 첫번째 명소인 Twin Fall에 들렀다. 두 줄기의 폭포가 떨어 지는 계곡에는 꽤나 넓게 물이 고여 흐른다. 사람들은 폭포가 떨어지는 절벽에 올라 다이빙을 하였다. 계곡의 물도 상당히 깊은 모양이다. 물 위로 길다란 나무가 기울어져 있어 막 다이빙을 하고 물 위로 올라온 사람은 그 나무 위에 앉아 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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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느 산의 계곡에서 3m 정도 높이의 바위 절벽에 올라 물 위로 다이빙을 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것이다. 공원 관리원이 뛰어와 규정을 들먹이며 저지하기 전에 주변의 어르신들이 당장 위험한 짓을 그만두라고 역정을 낼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계곡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줄지어 높은 절벽에 올라 몸을 던지는 풍경은 참으로 미국스럽다.


미국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느끼는 미국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꺼리낌이 없다. 조금이라도 스릴이 있는 것이 있다면 일단 도전 해 보자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이러한 도전적인 습성은 새로운 땅을 탐험하고 개척했던 그들의 조상들에게서 이어온 유전적인 요인이고 그런 유전적 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자연스럽게 무엇이든 도전해 보려는 풍토가 생겼을 것이다.


한 아빠는 딸의 손을 잡고 함께 뛰어내리고 부모들은 폭포 밑으로 뛰어 내리는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다. 한국의 부모인 나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깊은 물에 발을 담그면 위험하니 얕은 곳으로 나오라고 한다. 내가 그렇게 자라 왔듯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빈이가 한국에서 저런 폭포 위에서 뛰어 내리려 줄지어 서 있었다면 나는 기겁을 하며 당장 내려오라고 소리치겠지. 하지만 이곳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줄지어 폭포 위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한 번 저 위로 올라가 보고 싶어 지기도 하고, 나 대신 슬쩍 수빈이의 등을 떠밀고 싶어지기도 했다. 도전의 풍토가 도전을 쉽게 한다. 그러한 곳에서 새로운 혁신이 가능하다.


편도 1 차선으로 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하나로 가는 길은 하나까지 가는 동안 600개의 커브가 있다고 한다. 하나에 들렀다가 돌아 나오니 총 1200개의 커브를 지나야 한다. 길들은 중간 중간 좁아져 하나 방향의 차만 지날 수 있었고 간혹 도로를 공사하는 구간에는 안내원의 신호에 따라 양 방향의 차들이 번갈아 지나가야 했다. 주변에는 역시 아름다운 풍경들이 펼쳐졌지만 어느 곳을 가도 아름다운 하와이인지라 눈이 번쩍 뜨일 정도는 아니었다. 동유럽에 가면 미인들이 너무 많아 연애인 같이 생긴 사람도 그곳에 가면 그저 평범하게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세시간 만에 마우이섬의 동쪽 끝 하나에 도착했다. 이 길고 험한 길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마을에 꽤나 집들이 많이 모여 있고 교회가 두 곳이나 마주하고 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를 다시 묻게 된다. 은퇴의 삶이라 하기에는 불편함과 외로움이 지나칠 듯하고 은둔의 삶이라 하기에는 오가는 외지인들이 너무 많다. 누군가 처음 이곳에 살기 시작한 후에 그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그 옆집이 생겼을 지 모른다. 다시 두 집의 편의를 봐 주기 위한 누군가가 세 번째 집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평양 위에 덩렁 솟아있는 하와이란 섬에 사람들이 살게 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마음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땅이 필요한 때문일까.

DSC00361.JPG 하나의 바다, 패들보드를 타는 여인


하나의 식당들은 대부분 푸드트럭에서 주문을 하고 텐트 밑에 펼쳐놓은 테이블에 가져다 먹는 스타일이다. 우리는 바베큐 식당을 찾아 가 BBQ 포크(Pork)와 BBQ 포크립(Pork Rip)을 주문했는 데, 둘 다 맛이 있었지만 그 중 BBQ 포크는 먹어 본 중 최고였다.














우리는 하나까지 온 긴 길을 돌아 나와 거북이가 모래 위로 나와 쉬는 호오키파 비치(Ho'okipa beach)에 들렀다. 거북이가 떼로 나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거북이들이 일광욕을 하는 해변은 사람들이 들어 갈 수 없도록 보호선으로 둘러져 있는 데 거북이들은 그 주위를 둘러 싼 사람들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어느날 거북이들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광욕을 방해하자 하와이 주정부에 탄원을 내어 이 해변 만큼은 마음 놓고 일광욕을 할 수 있게끔 보호선을 쳐 달라고 요청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주 정부와의 담판에 나선 거북이 대표는 어떤 거북이였을까. 거북이는 오래 사는 동물이니 거북이의 대표로 뽑혔다면 아마 몇 백살은 되었을 거다. 주정부 입장에서도 감히 몇 백살을 먹은 시니어의 의견을 못들은 척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키헤이의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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