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2안국
헨드폰 날씨 위젯에는 구름 그림이 보이고 구름을 누르니 하루의 날씨가 펼쳐진다. 7시 즈음에는 비도 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는 산에 오르는 대신 체육관에 가야지 하고 마음 먹는다. 다섯시 반에 문을 여는 체육관에는 6시도 되기 전에 동네 어르신들이 체육관 곳곳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몸을 풀고 계시다. 6시 10분이 되면 이 분들은 체육관 한 쪽에 큼직막하게 마련된 다용도실로 들어간다. 스무명이 조금 모자라는 중년에서 노년의 남녀 수강생들은 곧 큰 소리로 틀어 놓은 음악과 강사의 몸짓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출 것이다. 여러겹으로 접히는 유리문으로 둘려진 다용도실에서 아-싸, 아-싸 하는 추임세와 함께 사이킥 조명도 세어나온다. 아침부터 흥겨운 음악 소리에 맞추어 땀을 흘리는 것은 참 좋은 하루의 시작이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선듯 저도 좀 끼워주세요란 말을 하지 못한다. 왠지 남의 학교 동창회 술자리에 끼는 느낌이랄까.
점심에는 안국동 멤버들과 함께 했다. 우리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점심에 모여 밥을 먹고 저녁에는 술을 함께 마신다. 매일 만나도 항상 아이처럼 즐겁다. 계동길에 새로 문을 연 솥밥집은 이른 시간에도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스테이크 덥밥을 주문했다. 메뉴 중에는 비싼 축에 들었지만 큼직한 소고기가 여러 덩이 들어 있고 후회 없는 맛이다. 멤버의 큰 형님이 계산을 했다. 여기는 나는 제가 내야지요... 하다가 못이기는 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업무 시간을 다섯시 반까지 이지만 다섯시 즈음에 벌써 책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근처 곱창집에서 출장을 떠나는 큰 형님과 모임의 막내의 환송회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금주를 선언한 나는 물을 소주잔에 따라 건배를 하며 비싼 곱창을 먹었다. 출장 전날인지라 간단하게 환송식을 마치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안국역 개촬구 앞에서 헤어졌다. 잘 다녀오세요. 굿나잇! 바이! 우리는 매일 저녁 이렇게 감동스런 이별을 하고 다음 날 아침이면 마치 몇 년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처럼 반갑게 서로를 맞이한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추어 샤워를 끝내고 어둔 방으로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스텐드 조명을 켜고 서둘러노트북을 열어 구글미트의 화상회의 링크를 일본에 있는 딸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우리는 화상회의 창을 열어 놓고 각자의 할 일을 시작했다. 코로나로 2년간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을 때 온라인 속성 코딩 교육, 부트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 때도 다른 사람들과 화면으로 서로의 모습을 보아가며 하루 10시간의 코딩을 했었다. 카페에 모여 공부하는 스터디 클럽처럼 함께 하는 느낌을 주어 지루하지 않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딸은 공부를 하고 나는 이 글을 쓴다.
나의 오늘 하루는 이렇게 지난다. 하루는 재미나고 신나는 일, 설레는 일로 가득하다. 간혹 그렇지 않은 일이 있기도 하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