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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 너라면 누구를 뽑겠어?

by 박종호

너라면 누구를 뽑겠어? 이 두 사람 중에 누구를 뽑겠냐고. 한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꽤 공부를 잘하였는지 그 지방에서는 수재들이 다닌다는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의 명문 대학교를 졸업했어. 그런데 졸업반 마지막학기에 부모님 중의 한 분이 편찮으신 거야. 어머니인지 아버지인지까지는 물어보지 못했지. 집 안에 달리 병간호를 할 사람이 없으니 졸업을 하고는 바로 취업을 못한 거야. 한 2년? 하긴 요즘 졸업반도 취업이 힘든 데 졸업하고 한 두 해가 지나면 취업은 정말 힘들어지지. 얼마 전까지 한 엔터테이너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다나 봐. 응, 11개월 동안이나. 그렇게 긴 계약직도 있는 모양이지? 그런데 그동안 지방에서 서울까지 1시간을 열차를 타고 출퇴근을 했데. 그동안 지각도 한 번 안 했다는 데, 참 요즘 사람답지 않게 지나치게 성실한 거야. 좀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요즘 세상에 지나치게 성실하다는 것이 자랑인지 자폭인지. 다 좋아 보이는 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우리 회사는 그 사람이 다니던 회사보다 조금 더 멀거든. 막상 정말 성실한 사람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려는 데 왠지 집이 먼 것이 마음에 걸리는 거야. 매일 고속열차를 타고 회사를 다니는 거, 정말 힘든 일일 테니까. 사람은 작은 불편에도 피로가 누적되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집이 멀고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왠지 오래 다닐 것 같지 않은 거야. 하, 눈치챘구나.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 나는 너무 진지한 사람이 부담스러워. 매사에 너무 진지한 사람이 있으면 사무실 안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거든.


다른 한 명은? 그러게 딱 반대되는 캐릭터 같은 데. 일단 너무 밝은 캐릭터야. 지방에서 학교를 나오고, 아니 그렇게 좋은 학교는 아니야. 그냥 이름을 들어본 정도? 서울에 올라와 산지는 한 달 밖에 안되었데. 회사 하고는 버스로 한 10분 걸릴라나? 정말 가깝지. 상경하기 전에는? 영문과를 나와 지방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했다는 데, 한 1년. 영어는 자신이 있다네. 하지만 다른 일을 해 본 경험이 없어. 우리 회사 월급이 박봉인데 어떻게 서울에서 방을 얻어 살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서울 집은 부모님이 해 주신 거래.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사업을 하신다길래 내가 집이 잘 사냐고 노골적으로 물었더니 아니라고는 안 하던데? 응, 그렇지. 거리랑 상관없이 어디를 가든 택시만 타고 다니는 스타일. 이 사람은 무얼 할 수 있냐고 물으면 아주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대답해. 방금 전까지의 대화를 보면 분명 적성에 안 맞는 일도 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너무 밝게 할 수 있지요 하는 거야. 성격이 정말 밝은 건지 아니면 일단 면접이니 사장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 회사가 아주 박봉은 아니지만 그래도 뭐 그리 대단한 월급은 못되거든. 돈 씀씀이가 적지 않은 정도로 풍족하게 사는 사람이 우리 회사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려는 이유가 무얼까? 서민 체험? 왜 월급쟁이들에게는 월급이 주는 위로가 있잖아. 아무리 힘들어도 돈이 들어오는 순간 힐링이 되는 느낌. 사실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어. 지루한 일과의 반복, 이런저런 스트레스, 그러다가 월급을 받으면 아 내가 그래도 이 돈을 벌라고 일을 했구나 하며 다시 힘을 내는 거지. 그런데 월급이 고작 부모님에게서 받는 용돈의 꼬투리 같은 것이라면 그런 사람이 지루한 직장 생활을 어떻게 오래 버틸 수 있겠어? 뭐, 내가 너무 부르주아적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저 내가 직장 다닐 때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야. 아니 그래서 너 같으면 누구를 뽑겠어? 나는 누구를 뽑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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