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실질적인 발전을 이룰 것인가?
이삿짐을 정리하다 오래된 상자 안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
첫 장의 일기에는 그동안 일기를 못써온 것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는 매일 일기를 쓰며 하루를 돌아보겠다는 다짐이 적혀있다. 이어서 당시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이 적혀있는 데 그 첫 번째가 다이어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몸무게를 10킬로그램을 감량하고 30대 초반의 몸무게로 돌아가겠다는 야심 찬 목표가 적혀있었다.
당시의 나는 꽤나 체계적인 자기 관리를 하고 있었다. 나의 상황을 건강, 능력, 재산, 인맥, 취미의 항목으로 나누어 각 부분에 현재의 상황(as-is)과 목표(to-be)를 설정했다. 각 항목별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과 이에 대한 단기 목표, 일단위 습관까지 꼼꼼히 정해 놓았다.
문제는 내가 지금도 비슷한 문제(As-is)와 목표(To-be)를 가지고 비슷하게 반성하고 똑같은 각오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월을 지나온 기록인 일기장이 진보의 기록이면 좋으련만 나의 일기장은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과거의 답보의 기록으로 나의 쳇바퀴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다시 일기를 쓰려한다. 반성과 관리와 기록을 하겠다고 각오하며 이번에는 어떻게 실질적인 진보를, 성과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한다.
우선, 단기 목표의 달성 기한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목표가 설정한 기간에 달성 가능한 목표여야 한다. 단기간에 10킬로 감량은 나쁜 예이다. 필요하다면 목표를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누어 관리해야 한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은 장기목표이다. 출판은 중기 목표,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단기 목표가 된다.
두 번째는 매일 행동으로 옮길 실천 목록(action plan)을 만들고 혹은 주, 월 단위의 측정 가능한 지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행동을 유도하는 기재(nudge)가 있어 실천이 쉽고 편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야 지속적으로 해 낼 수 있다.
세 번째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실천의 목표를 되새기고 전체적인 진척 상황 기록하는 점검표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에 다가가는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습관은 반복으로 이루어지고 반복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전까지 빠짐없는 점검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시각화 훈련이다. 이 훈련은 습관과 훈련에 대한 동기와 성취에 자신감을 강화한다. 목표가 실현된 상황을 그린 비전 보드(vision board)가 대표적이다. 모든 목표의 도전은 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재되어야만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썼던 일기장이 한 짐이다. 정작 꺼내보지는 않는 데 버리지도 못하고 이사 때마다 가지고 다닌다. 다시 보지 못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고백들에 몸이 오그라들어 사라져 버릴까 봐이고 여전히 가지고 다니는 이유는 그래도 언젠가는 편하게 그 시절의 감정들을 돌아보며 추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기도 세월이 지나면 묵혀진 기록이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적는 이유은 그것이 현재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의 오늘의 기록은 더이상 답보가 아닌 진보의 기록으로 남기를 오늘의 각오로 남긴다. 매일 조금씩 더 나은 인간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