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왜 팔로우쉽이 존재하지 않는가?

우두머리 리더 문화

by 박종호

서점가에 가면 리더십에 관한 책들이 넘쳐난다. 누구나 리더가 되고 싶고 리더가 된다면 기왕이면 좋은 리더가 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팔로워쉽은 그 정의가 무엇이며 올바른 팔로워쉽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팔로우워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어디에도 올바른 팔로워쉽의 기준과 지침이 없다.


리더에 대한 기준은 많고 팔로워쉽에 대한 기준은 없으니, 현실의 리더들이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어디가 그렇게 불만이냐 물으면 그동안 읽었던 리더십에 대한 책들을 줄줄이 나열하며 리더가 성인군자이기를 바란다. 조금 못되게 보자면 이것은 자기가 리더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와 심술이다. 리더가 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니면 나처럼 평범하게 살던가.


팔로워쉽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의 구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동안 우두머리가 정하면 잔말 없이 따르라는 일방적인 복종이 팔로워들에게 강요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스스로 낮은 곳에 임하는 태도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스스로 약자임을 자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집사의 자세를 연습하고 있다. 내가 잘났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게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려는 연습이다. 나 역시 바람직한 팔로워를 보고 자라지 못하여 더 나은 팔로워가 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다만 자발적으로 나를 낮추고 나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연습은 어디에서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미미(ME! Me!) 병을 치료하는 데 유익하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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