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불편한 이유

화이부동을 위해 필요한 시의적절한 소통

by 박종호

화이부동, 어울리지만 같지 않다. 이것을 얼마나 놀라운 경지인가.


세상을 살 수록 나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의 경계를 절실하게 느낀다. 어릴 적에는 다름을 참고 어울리는 것을 배웠고 성인이 되어서는 필요한 사람을 찾아 그에 맞추는 법을 배웠다. 더 나이가 들고는 주변의 사람들을 바꾸어 보려고도 했지만, 자기도 바꾸지 못하는 처지에 남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게 된다. 유유상종, Birds of the same feathers flock together. 요즘에는 다양성(divisity)을 중시하며 서로 다른 부류가 모여 창의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것 또한 다름이 만들어내는 '불편'을 전재로 한다. 사람은 자기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하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며 다툼과 결별로 피하고 창의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 불편하지만 견딜만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적당한 거리라는 것이 각자의 성향과 자라온 경험에 따라 다르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게 타인과의 적당한 선을 넘게 된다. 간섭이다.


옳고 그름과 이롭고 해롭고를 떠나 타인의 간섭을 받을 때 우리의 첫 번째 반응은 거부와 부정이다. 백혈구가 우리 몸에 들어온 균을 없애기 위해 싸우는 것처럼. 우리는 누구나 자기가 옳다는 자기 애착이 있고 타인에 의하여 우리의 행동을 수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간섭에서 다툼과 갈등이 시작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접촉이 많다.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 간섭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서로의 거리를 지키려는 조심성은 점점 떨어진다. 부부간, 자식 간의 갈등을 다루는 상담프로그램을 보면 타인들 사이에는 일어나지 않을 언행으로 갈등이 일어난다. 서로에게 간섭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보다 오히려 비슷한데 조금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더 불편할 때가 있다. 비슷하다는 것이 나머지 부분도 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높을수록 다름은 더 강렬한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가까운 가족, 친구 사이의 갈등이 타인과의 갈등보다 더 심각한 이유이다.


우리는 어떻게 타인과 공존할 수 있을까. 서로가 적당한 거리을 유지 하며 '다름' 속에서 시너지를 기대하려면 '시의적절한 소통(timely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 타인이 자기의 영역을 넘어설 때 조심하기를 부탁하고, 원하지 않는 간섭에 대하여 다음에는 그러지 않기를 요청하여야 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단, 시의적절한 소통은 상대의 변화에 요청이 아니다. 불편한 점, 마음에 안 드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를 바꾸기 위한 요구이면 안된다. 서로를 바꾸려 한다면 이는 오히려 시비의 빌미이자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된다. 소통이란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화이부동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남에게 자신과 같아지기를 강요하지 않을 인격이 필요하다.

삶이란 한 걸음 한 걸음이 도를 닦는 일이다. 步步是道場.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극기(克己)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