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적이 불분명하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미팅한 적이 있었다. 대기업을 다니던 직장 동료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었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만한 좋은 직장을 다니다 자신의 회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야 한다는게 어쩐지 쑥쓰러웠던 듯 하다. 갑자기 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 브런치 등을 꺼내면서 팔로우 수가 얼마나 많은지, 업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 말하는거였다. 점심시간 내내 본인이 얼마나 1인미디어 업계의 파워 인플루언서인지 들어야만 했다. 결국 회사에 대해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창업가가 앞으로 책을 낼거라는 사실밖에 없었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그 분야 취재 기자와 만나는 이유가 뭐였겠는가. 우린 좋은 회사니 기사를 잘 써달라고 담백하게 말하면 끝이다. 기자들은 언제나 좋은 취재원과 취재거리를 찾고 있으므로 서로 윈윈하는 장사다. 그 미팅 시간을 그렇게 썼으면 좋았을걸. 만남에 대한 목적이 흐려지고 말았기에 결국 기사는 나올 수 없었다. 과거에 어떤 존재였건 지금 이 시간, 지금 이 장소에 있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결코 프로페셔널해보일 수 없다. 모든 미팅/회의/발표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있는 상대방을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새기고 그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2. 그 무엇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다.
1과 비슷한 맥락이다.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람들은 놀랍게도 그 어떤 것에도 확실하게 집중하고 있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벌려놓은 일도 많을 뿐더러, 그 일을 전부 다 케어하지 못한다. 주렁주렁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주변이 정신없다. 어떤 질문을 해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에 자꾸 삼천포로 빠진다. 물론 충분히 말해주는 인터뷰이가 받아쓰는 입장에서 좋긴 한데, 자꾸 다른 얘기를 하면 곤란하다.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그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한다. 자연히 성과도 좋을 수 없다. 어젠 A 프로젝트를 닦달했다가 다음날 B 프로젝트의 진행사항을 묻는 식이다. 일상에 몰입이 없는 사람들은 너무나 감정적이고,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본인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환경이 도와주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자꾸 남탓을 하기 때문이다. N잡러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계 각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눈부시게 펼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타까울만큼 단 한개의 일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자꾸 다른 분야의 일에 욕심을 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망해가는 가게의 사장님들께 한 말을 기억하라. "메뉴를 줄이세요, 제발. 하나만 제대로 하세요."
3. 잘 모르면서 말하는 티가 난다.
비즈니스 세계는 엄혹하다. 사회생활이 왜 이토록 힘든걸까, 생각해봤을 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간의 실수를 좀처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이나 위선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척한다고 마구 떠들 때, 앞에 앉은 상대는 웃으면서 맞장구 쳐준다 해도 분명 속으로는 비웃고 있을거다. 차라리 침묵이 낫다. 코스피 지수, 유가, 채권...사회에 나와보면 경제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분위기 띄운다고 섣부른 아이돌 얘기도 신중해라. 30대 넘어가서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들은 진짜다. 최애의 별명을 잘못부르는 순간 당신의 신뢰는 영영 회복 불가다. '요즘 젊은애들은' 이라는 말도 그래서 싫은거다. '요즘 젊은애들은'이라고 시작하는 문장 중 뒤에 붙는 그 어떤 말도 정확한 게 없다. '요즘 젊은애들'도 '요즘 젊은애들'을 잘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30살 차이나는 부장님이 아시겠는가. 그래서 공자님이 이렇게 말하셨다.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게 진짜 아는 것'이라고. 그래서 난 어디가면 말 한마디 안한다. 무식이 탄로날까봐.
4. 미리 자료를 찾아보지 않았다. 혹은 평소 본인의 업무 관련 공부를 별로 안한다.
회의를 할 때 모든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깨끗하게 프린트된 종이에 호치케스를 박아 파일 속에 잘 정리해 온다. 뭘 찾아봐야 할 땐 즉각 태블릿 pc나 노트북을 꺼내 검색한다. 총에 총알이 바로 장전된 케이스다. 신뢰감이 무한대로 상승한다. 업무 미팅을 할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아무런 생각 없이 온 사람들은 티가 바로 난다. 이럴땐 차라리 미팅 전, 서로가 필요한 자료를 묻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사전 질문지를 공유한다던가,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달라던가, 명함을 미리 받아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배터리 방전된 노트북, 혹은 전화벨이 울려대는 휴대폰을 갖고 미팅에 임하는 자세는 프로페셔널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또 본인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현황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종종 있다. "얼마 전에 출시된 oo모델 말인데요" "네? 아 그런게 나왔나요?" "A기업이 B기업 인수합병했잖아요" "언제요?"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무관심하다는 사인.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싫어하는구나. 자기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프로페셔널해 보일리는 만무하다.
5. 사적인 연락을 한다. 선을 넘는다.
일로 만난 사이가 있다. 유재석과 이효리는 오랜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예능을 함께해왔지만 단 한번도 연인 관계인 것처럼 연출조차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 관계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끝내야 한다. 미팅 후 사적인 연락, 추근거림, 남자친구/여자친구 있냐는 질문, 본인의 가정사를 아무데서나 꺼내는 일. 자제해야한다. 정말 10번 이상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친한 친구먹기로 한것 아닌 이상 일로 만난 사이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요즘 유튜브나 예능에서 '선넘는 캐릭터'가 유행인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오해받고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이보다 좋은게 없다. 비즈니스 관계와 친근함, 그렇지만 사적인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는 배려. 이 적정선이 참 애매하고 어려운건데, 놀랍게도 이걸 분명하게 그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너무 프로페셔널하다. 친절한데 과하지 않은 것. 관심을 기울이지만 안전한 느낌에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각박한 현실이지만 너무도 각박하기에, 더 분명히 지켜야만 하는 선. 넘으면 반칙이 된다. 작정하고 신중히 계산한 다음 움직이자. 업무적인 카톡 하나 보낼 때도 오해 없이, 고민 오랫동안해서 보내야 실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