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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n 26. 2016

칼럼은 레시피다

맛있는 글쓰기를 위한 가이드

“미디어작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짧은 머리에 냉소적인 농담을 즐기시는 이교수님의 수업은 뉴스거리와 함께 시작한다.


“오늘 뉴스는 뭐 없었나요?”

신문을 읽고 와야한다. 아홉시 뉴스도 괜찮다. 

정운찬 법조로비 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옥시파동 등 

프레임과 키워드로 말할 수 있어야한다.


철학 덕후이신 교수님은 수많은 철학자와 저서, 관점들을 순식간에 쏟아내신다.

아는 것이 너무 적다는걸 배우는 수업이다.


이번학기에 제출했던 미디어컨텐츠 글쓰기는 총 네종류였다.

이슈에 대한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현장을 생생하고 의미있게 묘사하는 현장스케치,

주장을 근거있게 엮어내는 칼럼,

그리고 방송을 전제로 한 PD 기획서.


이 중 칼럼쓰는 방식에 대해 소개해보고 싶다.


*( 네가 뭔데? 라고 물으신다면 할말은 없다.


어...언론정보학과 4학년이구요..

그나마 네가지 제출과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평소 글쓰기는 논리보단 감성이야! 하며 제멋대로 글쓰다가

이 방법을 배우고 신박해서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아픈걸 싫어하니 때리지 말아주세요 )


칼럼이란 기본적으로 ‘주장하는 글’이다.


A라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B라는 방식으로 해결해야한다.


모든 주장은 위처럼 심플하게 요약할 수 있다.

사건사고는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고,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또는 쓰고 싶은 글이다.


칼럼은 설득의 성격이 가장 강한 글이다.

따라서 핵심은 논리성에 있다.

주장과 근거가 얼마나 끈끈한가에 따라 논리성은 독자들의 무릎을 치게한다.


논리성이 치밀하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가 잘 짜여있다는 것이다.

공식에는 툴민의 논증모델이 등장한다.



권석천 칼럼니스트의 5월 23일 강남역 살인사건 이슈를 가지고 예시를 들어보겠다.


묻지마? 뭘 묻지 말라는 건가  | 중앙일보 권석천 | 2016.05.23.



칼럼의 첫 문장은 시작한다.

‘막말’이나 ‘밥그릇 싸움’같은 용어는 신중하게 사용돼야한다.고. 

첫 번째 단락은 흔히 말하는 '독자의 머리채 잡기'다. 

뭐가 됐든 글 속에 뛰어들게 해야한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막말' '밥그릇싸움'같은 용어를 등장시킨 건

보다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위한 <흥미유발>이다.


일단 읽게 하기 위해서는 바로 관련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직진하는 것보단 

메타포나 유사한 단어로 시작한 것이다.



두 번째 단락에서 논의는 바로 구체화된다.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일어난 여성 살인사건은 과연 경찰 발표처럼 

‘묻지마 범죄인 걸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라는 프레임이 내포하고 있는 배제성, 권위주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 설정이다. <논제설정>



세 번째 ~ 일곱 번째 단락 - 내용 심화



현장스케치도 포함돼 있다.


남녀10여명의 1인 시위장면 묘사, 직접 인용을 통한 시민들의 여론을 소개한다. 

사건을 과장한다 - 는 반론의 여지를 언급하지만

그 의견 또한 범죄통계를 언급하며 반박하고 있다.


이 범죄가 왜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인지 – 주장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드는

<한정사> 단락이다.

현장의 여성들의 주장들 직접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고 있다.


권석천 기자의 칼럼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주변인들의 발언을

듣고 있듯 쓰고 있기 떄문이다.


친근한 등장인물들의 인용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다. 


나와는 관계 없는 일처럼 느껴졌던 뉴스가

내 친구, 지인, 친척 등의 일로

가깝게 접근한다. 


여덟 번째 단락

주장을 뒷반침해줄 수 있는 ‘보장’ 제시.



사안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학술적-철학적 주장이면 전범위에서 인용이 가능하다.

이 ‘보장’이 풍부하고 창의적일수록, 칼럼의 가치는 높아진다.


기자는 2015년의 논문을 통해 여성혐오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이 사건이 여성혐오로 보고 있는 근거다.


전체적 구조를 살펴보고 요약하면,

1. 이사안은 단순 '묻지마 범죄'가 아니다.

2. 여성혐오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이어진다.

3. 여성혐오에 대한 정의

4. 남녀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해야한다는 주장)

5. 그런 고민은 ‘묻지마’범죄라는 프레임을 벗어났을 때 가능하다. (방법)



칼럼도 레시피다.

하나의 멋들어진 완성된 요리를 보여주면서

그 과정에 이르기 위한 가공과정들을 상세히 설명하고

왜 그 가공과정들이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계획적인 글의 구조가 중요하다.

하고싶은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고 논리적인 글이 되진 않는다.

어떻게 이 사안을 소개할 것인가 – 어떤 점이 문제인가 – 왜 심각한가

~한 저명한 말이 있다 – 그렇기 떄문에 이렇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순서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이런 흐름대로 간다.


칼럼을 쓸일이 없다고?

세상의 모든 ‘주장문’들은 결국 이 뼈대를 따를 수밖에 없다.


고백의 방법또한 마찬가지다.

나와 사귀자 는 주장,

너를 좋아하기 떄문에 라는 근거는 약하다.


날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그럼 다 사귀게?


우리가 함께해야하는 이유를 보강해주기 위한 근거들을 생각해본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엮어져 나갈 때,

어떤 방식을 택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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