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통을 어떻게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지를 말해보려 한다. 따뜻한 위로나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돈 버는 얘기다.
어떤 인생이건 피치 못할 고통과 슬픔의 순간이 찾아온다.
기왕이면 그 고통과 슬픔을 이용해보라는 말이다.
내가 기자로 일할 때 성공한 사업가들을 인터뷰하면 가장 먼저 하는 건 이것이었다.
그의 성공 속에 내장돼 있는 불행의 냄새를 맡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업가를 떠올리면 기분 좋고 근사한 웃음을 지으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를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대부분 아주 심각한 표정이다.
미간에 나라 하나를 짊어지고 있는 듯 하다.
인터뷰이 표정이 썩어있을 수록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든 질문에 조심스럽게 말 한마디 한마디를 쥐어 짠다.
그렇게 뱉은 말 한마디도 (일반적으로 문제가 없다 싶지만 본인의 입장에서 여러 경우의 방향으로 비춰보았을 때)
경솔했다 싶으면 황급히 수습하며 수정해달라거나,
이런 이야기는 기사에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방어적인 그들에게서 어떻게든 불행의 흔적을 포착해 그 불행을 기사의 야마로 써야 한다.
그래야 조회수가 터지고, 가치 있는 기사가 된다.
알다시피 성공한 사업가는 너무 많고,
그들의 자랑을 들어주기엔 독자들이 한가하지 않다.
독자들은 한 사람이 성공에 이르기까지
그가 동업자에게 어떤 뒤통수를 맞았고,
아버지는 어릴적 그를 얼마나 심하게 때렸으며,
밤잠 못자고 스스로를 학대해가며 그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결국, 사람들이 알고 싶은 건 그런 이야기다.
닮고 싶은 건 그런 사람이다.
같은 1000억원을 벌었어도
1.
돼지 꿈을 꾸고 로또로 벌었다는 복권 당첨자
2.
15살부터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학교를 자퇴해 인자한 생선가게 할머니 덕분에 생선가게에 취직해
생선 비린내와 씨름하며 새벽에 매일같이 경매시장에 나가
3년간 최상급의 고등어를 감별해내는 능력을 키우고
5년간 고등어 유통 과정과 인맥들을 익히다가
7년간 부산 최대 고등어 가게로 이름을 날리고
10년 넘게 대한민국 최대 고등어 사업가가 됐다는 사업가
(첫사랑에게 생선 비린내 때문에 비참하게 차여봤다는 이야기가 들어가도 좋다.)
중
당신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까?
인류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진화해 왔다.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뛰어난 아이디어나 옳은 설명, 또는 합리적인 이론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공감을 끌어내는 스토리를 들려주는 사람이 대개 성공한다.
(중략)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당신이 틀린 답을 갖고 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당분간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당신이 옳은 답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스토리텔러라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100퍼센트다.
- <불변의 법칙>, 6장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
미 대선의 앞날도 같은 공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야말로 스토리를 이용할 줄 아는 이 시대 최고의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부통령 후보(러닝메이트)로 J.D. 밴스 상원의원(39·오하이오주)을 선택했다.
과연 J.D 밴스는 어떤 사람일까?
J.D 밴스의 대표적인 저서, <힐빌리의 노래>의 프롤로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내 이름은 J.D 밴스다. 나는 서른한 살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대단한 일을 이루지 못했다.
생면부지의 남이 돈까지 지불하고 내 책을 사서 읽어볼 만한 일을 한 것은 더더욱 없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일은 예일 로스쿨을 졸업한 것.
하지만 매년 그 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만 해도 약 200명이다.
내가 책을 쓴 건 특별한 일을 이뤄내서가 아니다.
내가 해냈다고 할 만한 일이라야 지극히 평범한 일에 불과하다.
(중략)
나는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엄마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를 키워준 외조부모님은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고, 친척들까지 포함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 사람은 거의 없다. 통계적으로 나 같은 아이들의 미래는 비참하다.
<힐빌리의 노래> 서문
(이 책은 인기를 끌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당신에게 어떤 고통이 찾아왔건 웅크려 있지 않기만을 바란다.
기꺼이 고통을 껴안고, 어떻게 이놈(?)을 요리해먹을 수 있을지 궁리하길 바란다.
단, 주의할 점이 몇가지 있다.
주의점까지 쓰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다.
아기가 또 깨서 운다.
다음번에 자기 고통을 이용하려는 초보들이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