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결혼 전에 돈 얼마나 모았어?"
얼마 전 만난 친한 동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직장생활 3년동안 1000만원 모았다는 결혼 상대...결혼 할까요 말까요"
같은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1000만원은 모은게 아니라 쓰고 남은거라는 댓글이 있었는데,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누구나 들었을 때 납득 가능한,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최소 얼마 정도는 모아야 한다'라는 절대적 기준이라는게 과연 존재하는지?
한번쯤 질문해 보셨으면 좋겠다.
내 생각엔 1년 연봉의 50% 이상은 저축해야 한다는 주의다. 젊은 나이일수록, 혼자 사는 몸일수록 그렇다. 젊을 땐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기 때문에 돈 나갈 곳이 많지 않다. 비싼 옷 안걸쳐도 눈이 부시고, 화장품 하루이틀 좀 안바른다 해도 피부가 알아서 펴진다. 만약 자취를 하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월세 나가는 것이 있으니 이걸 감안하면 최소 35~45%까지 저축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렇게 했다. 결혼 전에는 보세 옷만 입었고, 고급 레스토랑도 가끔 생일에 남친과 가본게 전부. 결혼 전 유일한 사치는 뉴욕 여행이었다. 수습기자를 떼고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되면서, 회사에선 2주 휴가를 줬다. 이때 혼자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그 당시 300만원 정도 비행기값으로 썼고, 하루 20만원짜리 호텔을 잡아 5박을 묵었다. 식비는 내가 기본적으로 많이 안먹어서 식비가 안든다. 편의점에서 파는 샐러드나 요거트, 빵 같은걸로 끼니를 떼워 식비로 50만원 언더로 썼다. 쇼핑은 당연히 안했다. 그렇게 500만원 미만으로 뉴욕 여행을 다녀온 게 20대 가장 큰 소비였다. 명품 이런건 당연히 꿈도 못꿨다.
사실 20대엔 뉴욕여행도 과하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을수록 일단 총알을 많이 모아놔야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 수습시절 인센 합쳐서 (언제나 1등의 성과를 냈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높은 인센을 받았다.) 세후 300만원 이상을 받았고, 많이 나올 땐 400 이상도 찍혔다. 그때 돈을 확실히 모아놨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코로나 때 투자를 해서 2배 정도 불릴 수 있었다.
코로나 시절 재테크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다신 그런 기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국내주식 대형주만 사도 주가가 2배씩 오르던 나날이었다. 기회를 탈 수 있었던 비결은 현금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거치니 20대 후반, 현금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결혼 당시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가방을 사주고 싶어하셨다. 첫째 아들 결혼 때도 형님께 주셨다면서 둘째 며느리한테도 똑같이 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때가 코시국이라 백화점엔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슨 샤넬을 번호표 받고 들어가던 미친 시절이었다. (너도 나도 샤넬 들기 시작하니 1000만원짜리 가방을 전국민이 나서서 우습게 사재끼던 시절이 불과 몇년 전이다. 집단 최면이란 게 그렇게 무섭다. 이러니 대국민적 유행이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최대한 거기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
어머님께선 몇번 가방 사러 백화점에 갔다가 결국 포기하셨다. 그 틈을 노려 "어머님 그럼 현금으로 주세요. 제가 사게요^^" 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어머님 역시 흔쾌해 "그럴래" 하면서 현금으로 주셨다. 그리고 그 돈을 몽땅 통장에 넣어 주식을 샀다. 당연히 그 돈 또한 많이 불렸다.
저축을 지독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사람들이야말로 성공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80% 정도 높다고 본다. 날 때부터 금수저이고 재벌인 사람과, 일반인이 동시대에 살아가야 한다면, 살아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무조건 저축이다. 금수저, 재벌들이 소비 촉진을 위해 펑펑 쓸 때, 질투하고 부러워 할 게 전혀 없다.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한다. 그들이 그렇게라도 써주기에 고용과 소비가 일어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은 아끼고 아끼면서 잘 살 도리를 연구해봐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문제는 가장 앞서 나가 있는 사람들과의 간극을 재보면서 스스로를 자포자기 하는 행위다. 이런 사람들은 멀리 가지도 않는다. 당장 가까운 이웃이 차를 바꿨더라, 휴가 때 여행지를 어디로 갔다더라 하면서 비교를 하고 '나도 그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래선 평생 돈을 모으기 힘들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준비를 안하면 기회가 기회인지도 모른 채, 전장에 나가 써야 할 총알을 백화점 같은데 번호표 받고 기다리면서 버려버린다. 샤테크, 롤렉스 재테크 같은 말은 웃기지도 않은 말이다. 샤넬백이 오르긴. 가방만큼 감가가 큰 제품도 없다. 중고마켓 찾아보면 반의 반값으로 팔린다. 디올백 원가가 8만원이라는 얘기는 들었는지. 롤렉스보다 엔비디아 주가가 훨씬 많이 올랐다.
사고 싶으면 그냥 사치스럽게 사라. 대신 투자라는 위선은 안된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렇게 불린 자산으로 요즘처럼 경기 안좋을 때 하나씩 갖고 싶었던 거 쇼핑하면 된다. 상태 좋은 매물들이 정말 많다. 다들 돈없어서 애지중지하던 명품백 몇번 들지도 못하고 중고로 내놓기 때문이다. 브랜드에서도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때린다. 나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백은 중고로 살 계획이다. 순자산이 1000억 이상 되면 모를까. 감가가 많이 되는 제품들은, 중고로 사서 쓰는게 맞다.
여기까지가 내 기준과 원칙이다. 늘 말하지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어느정도 힌트가 되었으리라 믿는다. 결혼할 상대가 부모가 증여한 최대 2억까지 들고 있다 하더라도 본인만의 절약습관과 소비원칙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자산이 전부 0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면 가진 돈이 3000만원이 전부라 하더라도,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떻게 불리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자기만의 원칙과 논리를 갖고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이 전략에 대해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는데, 온갖 사이비 개똥철학도 너무 많다. 일단 간략히 말하자면 브런치 작가 중 '언더독'님이 계시다. (브런치 링크 : https://brunch.co.kr/@d359e7dda16349d )
이 분 글 천천히 읽어보고 총회도 신청하길 바란다. 나도 내돈내산 들여서 3회에 걸쳐 그렇게 했다. 아시다시피, 나는 좋은 걸 알아보는 눈썰미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 분은 세상에 몇 안되는 진또배기다.
부디 당신이 좋은 정보들만을 취득하며 보다 정답에 가까운 선택을 내리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c56t7upa8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