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과가 있는 사람과 결혼생활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우리나라 국민 중 벌금 이상의 형벌을 한 번이라도 받은 전과자가 2010년 기준 누적 1100만명에 달한다. 전과자수 1100만명은 인구대비 비중이 22%이고, 15세 이상 인구대비 26.5%라 성인 중 1명 이상이 한 번 이상의 전과기록자인 셈이다.
(출처 : 내일신문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번 이상의 전과자인 나라> https://m.naeil.com/news/read/239296, 서울신문 <과도한 법규제에 2030년 성인 3명 중 1명 전과자 전락할 수도> https://www.sedaily.com/NewsView/22NTPMO4NC)
아무튼 이렇게 많으니 결혼할 상대방과 범죄경력조회를 서로 한번씩 교환하는 게 좋다.
현직 경찰은 무조건 해보라며, 두번 하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벌금형을 비롯한 전과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됐던 직장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도 떠오른다.
여자친구와 혼사 이야기가 오가던 공기업 직원이 있었다. 상대방 여성 부모 측에서 기분 나쁘게 듣진 말아달라며 신용정보, 채무정보, 범죄경력회보서를 보고 싶다고 정중히 요구해 오셨다. 당연히 여자친구 것도 알려주신다고 했다.
문제는 글의 작성자가 만 20세 되자마자 야간에 특수강도 살인을 저질러 7년 징역형 기록이 남아있었다는 것. 범죄경력회보서에 집행종료 후 10년 간 남아있고, 유가족과 합의했지만 범죄 방법 등 여러 사유로 징역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30대 중반에 어렵게 공기업에 들어왔고, 이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집행 종료 후 5년만 지나면 문서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에, 결혼을 3~4년만 미루면 '살인 전과자'라는 주홍글씨는 없앨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땐 너무 늦지 않겠냐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가 20세 되자마자 살인을 저질렀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범죄 동기를 설명했다. 여동생을 강간한 강간범을 살해했다는 거였다. 사람을 죽인 죄는 엄중하지만 법원에서 정상참작도 많이 된 듯 하다. 살인죄로 7년 밖에 안 산거면 말이다.
물론 진위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자, 해당 글의 원본은 작성자가 삭제했다.
고민이 많이 드는 글이었다. 내가 만약 저 남자와 결혼할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살인 전과자라는 사실이 너무 끔찍스럽지만 자신의 여동생을 강간한 강간범을 살해했다는 살인 동기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강간범을 실제로 죽여버렸다는 실행력도 실로 대단하다. 게다가 죗값을 치르고 나와 사회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그가 살아온 지난 세월들은, 말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이 든다.
내가 이 남자라면, 여자친구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것 같다. 자기가 평생을 함께하기로 선택한 여자라고 판단이 든다면 말이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고 인생에 있어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모든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 과거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하고, 그래서 내 선택의 결과물들이 현재 인생이라고 얘기를 할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은 여동생의 동의도 필요한 부분이다. 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제3자에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희생한 오빠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나서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내가 이 남자의 여자친구라면 그렇게 말해주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들과 고통들이 있었을지 우선 헤아릴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고, 잠시 고민을 해보겠다했을 것이다.
이 남자의 진면모는 여자친구가 가장 잘 알거다. 이 사람이 가정을 이루고도 앞으로 또 다시 충동적인 감정에 휩싸여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를지, 아니면 정말 피치 못할 상황에 놓여 자신의 가족과 여동생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유일한 선택을 한거였는지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만약 남자를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여긴다면, (이건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뤄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글의 작성자의 말이 모두 100% 진실이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조금의 거짓말이나 각색이 섞여 있어선 안된다. 거짓말을 하는 순간, 쓰레기 같은 범죄자들이 늘 저지르는 닳고 닳은 핑계에 불과하다. 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니 사람이란 존재가 얼마나 복잡한지. 사람을 죽이는 일은 애초에 절대 있어서는 안되지만,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여동생을 강간한 강간범은 세상에 존재해선 안되는 거였다. 신이 하지 못한 일을 인간이 손수 피를 묻혀 처리해줬으니 그를 악마라 부르겠는가, 천사라 부르겠는가. 그의 얼굴을 아는 당신의 판단에 맡기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VN1B-tUp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