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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Sep 24. 2024

그 남자와 잘 안된 이유

질문을 못하게 한다

어떤 사람을 연인상대로, 결혼상대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오늘도 한번 더 정리해보았다.


나는 이 문제를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이야기든 나눌 수 있는 상대'

예전에 호감이 있는 한 남자분과 데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세네번 정도 만나 아직은 어색한 사이이지만 그분도 나에게 마음을 표현해주어서 한결 편해진 상태였다.


그분이 무슨 화로구이집에 데려갔는데, "여기 예전에 자주 오던 곳이야" 하고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분이 과거 한 연인을 오래 사귀다 정리했다는 과거사를 대충 알고 있어서 왠지 전 여자친구랑 왔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여자들이 그런 촉이 드는 때가 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전 여자친구와는 왜 헤어졌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그분의 표정이 너무 급격하게 굳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걸 왜 물어보냐"며 정색을 했다. 이후 “그런 질문은 하면 안된다”고 했던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내가 실수를 한 걸지도 모른다.


그의 말마따나 그런 질문은 하면 안되는 거였을지도.


그런데 왜? 물어볼 수 있지 않나?  뭐가 그렇게 그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나는 곧이어 "왜 정색하시나요? 물어보면 안되는 뭔가가 있나요?"라고 질문하고 싶어졌다.


뒷담화처럼 썼는데 그분 무척 좋은 분이다. 이 시대 최고의 남자 서바이벌을 펼치면 일등 먹을 분이긴 하다. 근데 아직 결혼은 못했다.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갑자기 글을 쓰다 궁금해진다.

아무튼 그 상황을 계기로 나 역시 그분에 대한 감정이 많이 상해버렸다.


나는 어려서부터 뭘 물어보는 걸 좋아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질문있나요?" 하면 손 들어서 물어보는 사람이 나였다. 뭘 나대고 싶고, 모범생이고 싶어서 한다기 보다는 그냥 순수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들 때 그랬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이 잘 맞았는지도 모른다. 눈치같은거 안보고 뭘 질문해도 괜찮은 직업이니까.


나는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게 천지다. 예를 들면 옷을 잘 입는 사람을 만난다면 옷은 주로 어떻게 쇼핑하는지, 저렴하게 구매하는 본인만의 팁이 있는지, 옷장은 어떻게 정리하는지, 코디에 영감을 받는 방법은 무엇인지, 트렌드를 어떤 루트로 받아들이는지 등 물어볼 질문이 100가지는 된다.


범죄자를 만나도 그럴 것이며 대통령을 만나도 그럴 것 같다. 그냥 사람에 대한 원천적인 호기심이다.


질문에 적나라한 인신공격을 섞어 하는게 아닌 이상, 질문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머리도 나쁘고 할 줄 아는게 많지 않은 나이지만, 질문하는 힘이야말로 내 인생의 데이터이자 밑거름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에게 특정 질문을 가려서 하라는 건 솔직히 분노 포인트가 된다.


당연히 그 분과는 잘 안됐다. 아직도 그 화난 음성을 들었을 때의 순간이 생생히 기억난다.

내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나의 이런 성향 때문이다. 현재의 남편은 무슨 말을 하던지 단 한번도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적이 없었다. 민감한 문제들도 다 터놓고 이야기 한다. 시댁 부모님이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소득이라던지, 아이교육이라던지 등등.


논쟁이 될 때도 있지만 그 논쟁이 결코 감정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린 그저 서로의 생각을 말할 뿐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화를 낼 필요는 전혀 없다. 토론을 계속하다보면 논리력이 생긴다. 이 주장의 근거와, 논거는 무엇이며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난다라는 식의 수준 있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도 쉽게 감별하게 되고. 이렇게 밤새 대화를 나누다 목이 쉬어서 새벽에 잠들 때가 많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어떤 사항에 대해 입을 다물게 만드는 남자와 결혼했다면, 그 사항들이 계속 늘어나고 종잡을 수 없어 결국 침묵하는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솔직히 보석보다, 으리으리한 집보다, 함께 사는 이와의 대화가 인생의 수준을 결정하는 거라 생각한다.


우리의 대화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객관적으로 별 문제 없는 말인데 "그런 말을 왜 해?"라고 정색하는 사람들을 걷어차시길.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말을 할 수 있다.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혼자 있을 때보다 세상이 훨씬 넓어진다.


요약 :

- 연애나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깊이 있는 대화, 서로 이해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다.

- 대화는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넘어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과정 속에서 더 큰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 결혼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32GZ3suxR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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