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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Sep 29. 2024

이혼한 직후엔 기운부터 차려야 하는 이유

전청조라는 사기꾼이 나라를 들썩이게 한지 벌써 1년 정도 흘렀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드라마 작가들은 각성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막장 드라마가 현실을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었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었다. 300억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청년 사업가로 위장한 남성이 4명의 성폭행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말이다. 크리에이터 전문 기업을 운영한다 떠벌리던 고 씨는 여성들을 만나며 독주를 권했고, 성범죄를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는 사기꾼+성범죄자였다. 솔직히 피해자가 4명 이상일거라 생각한다. 나타나지 않았을 뿐.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 대회 출신이다보니 이런 사기꾼 부류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미인대회를 나오면 다양한 모임들이 결성된다. 그런 곳에 항상 기웃거리는 전형적인 사기꾼들이 있다. 슈퍼카나 좋은 집, 그리고 유명 기업 회장과 연예인 친분 같은 걸 과시하면서 사람을 현혹시킨다. 중요한 건 정확한 직업이 뭔지, 출신은 어디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물론 슈퍼카를 여러대 보유하고 시그니엘 같은 데 살면서 진짜 연예인도 많이 알고 기업 회장도 알고 지내는 부자들도 없진 않을거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만난다 해서 인생이 막 크게 변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그 사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에 달려 있다.


자기 스스로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인맥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부자 남성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선 서로 곤란해진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사기에 걸려드는 이유는 사기꾼이 있어서가 아니다. 판타지가 있어서다. 투자하면 2배가 된다는 상상, 이 남자를 만나면 모든 돈 문제를 해결하고 부자로 살 수 있을거란 상상, 이 여자를 만나면 근사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거라는 상상...사기꾼들은 이 상상의 함정을 정확히 파고든다. 100년 전에도 그랬고 100년 후에도 그럴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욕망의 범주가 그리 크지 않다. 대체로 돈과 성관계 정도다. 안타까운 건 가진게 아무것도 없고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사기꾼이 심어주는 판타지의 덫에 걸려든다.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오갈데 없고 궁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원리와 같다.



인생 곳곳에 펼쳐진 지뢰같은 사기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솔직해집시다

스스로 밑바닥까지 솔직해져야 한다. 자기가 이 선택을 통해서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만남을 통해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물질적인 보상이라면 꼭 이 상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 어떤 결핍을 느끼는지 계속해서 점검해야 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서 가장 뒷탈 없고 건강한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2. 판단력

당신이 힘든 시기에 있다면 왠만하면 판단을 유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남현희 님께서 전청조의 사기에 걸려든 시기가 이혼한 직후였다. 사람은 누구나 이혼을 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온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다면 중요한 선택들은 제껴두는 게 낫다. 이미 에너지가 다 떨어진 상태라면 당연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판단을 내리는 에너지도 뇌를 많이 써야 한다. 인간이 밤에 야식을 먹고 싶어하는 이유도 밤이 되면 에너지가 떨어져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떨어지니 유혹에 흔들리는 것이라는 심리학적 연구 결과가 있다. 기운이 없다면, 일단 기운부터 차리는게 급선무다. 그 뒤에 판단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기본적인 재정 지식

사회 시스템의 기본만 이해하고 있어도 충분하다. 재벌들에게 숨겨진 사생아 같은 게 실제로 있다 해도, 그게 직업이 될 순 없다. 직업을 소개받을 때, 그 직업이 정확히 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은 위험하다. 사람들이 선망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직업이라 할수록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굉장히 단순하다. 남들이 모르는 방식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은 대체로 불법과 관련한 일이다. 그냥 이 정도 재정 지식만 갖고 있어도 이상한 사람들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수법이 또 다양해져서 사기꾼들이 온갖 사칭을 하고 다니는 걸로 알고 있다. 아주 기초적인 재정 지식과 투자 원칙만 알고 있어도 허황된 수익률이나 과장된 약속에 속지 않는다.


세상의 뉴스들은 매일매일 수많은 어지러운 소식들을 쏟아내지만, 그럴수록 똑똑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관찰하고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사고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할 수 있다. 흔히들 주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냐에 따라 사고가 자연스럽게 물든다고 한다.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판단 내리는 사람들 곁에 붙어서 배울 점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에겐 흉내 내고 싶은 여성 롤모델이 명확하게 있다. 내가 아는 분은 두 아이가 갓난아기 일 때 일을 시작해 서울에 건물 여러채를 보유할 정도로 큰 재력을 갖게 됐다. 듣기로는 바쁠 땐 3일에 한번 잘 정도로 극한의 노동을 했다고 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두 아이는 잘 키워서 모두 서울대를 보냈다. 그녀의 남편 직업은 대한민국 검사다. 이런 인물이 실존한다.


이 분의 인생이 좋은 이유는 모든 관습적인 말들을 타파했기 때문이다. 남편 직업이 잘났으면 여자가 집에서 내조만 해야 한다던가, 엄마가 아이 돌보는데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잘못 된다던가, 건강을 위해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던가 등등...그런 말들을 모두 타파해서 좋다. 이런 고리타분한, 누가 했는지도 모르는 잔소리 때문에 자신의 꿈과 목표를 접는 사람들이 사실 얼마나 많은가. 그녀가 하는 일 자체도 이 세상 모든 케케묵은 관념들을 타파하는 일이라 더 경외감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죽고 사는 문제는 하늘에 달린 일 같다. 건강과 정신적 명료함을 위해 채식주의와 과일만 야채만 먹는 프루테리언 식단을 따랐던 스티브 잡스도 젊은 나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치즈버거를 좋아하며 하루에 몇 캔의 다이어트 콜라를 마신다는 빌 게이츠는 68세로 아직까지 건강하다. 하루에 콜라 다섯캔 이상 먹으며 체리콜라를 즐겨먹는 워렌 버핏은 94세의 나이에도 아직 살아 있다. 다만 그는 잠은 충분히 잔다고 들었다.


다른 사람 프레임에 맞춰 살 필요가 없다. 눈 앞에 백지수표를 흔드는 억만장자가 있다면 해야 할 것은 단 하나다. 혹시 뭐 필요하신 것 있으시냐고, 최대한 두손 모아 공손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억만장자가 답한 문제가 본인이 해결 감당한 수준이 아니라면 그냥 갈 길 가라. 대부분의 문제는 억만장자인 척 하는 사기꾼이 위조수표로 사람들 환심을 사놓고선 "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 라는 말에 넘어가 온갖 물적/정신적 낭비를 해버린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Gxd23UVID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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