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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Sep 30. 2024

남편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고 있나요

오늘날 휴대폰은 한 사람 인생 그 이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아마 휴대폰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지 모른다. 오늘 하루의 기분이 어제와 어떻게 다른지, 점심에 먹고 싶은 메뉴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상세한 데이터들을 모은다.

2년 연애하다 결혼한 신혼부부가 있다. 


신혼여행에서도 남자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화장실에 간다며 휴대폰을 챙겨가 1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여행 내내 어딘가로 쉴새 없이 연락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업무를 보는 중이라는 설명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고 6개월 정도 후에 혼인신고를 했다. 무난한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는 독실한 모태 기독교인이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직장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다닌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순수한 믿음, 신앙생활 같은 것을 추구하던 일상이었다. 남편 역시 결혼 후엔 같은 교회를 다니며 기도했다고 한다.


혼인신고를 한 주에 여자는 이상함을 느꼈다. 잠든 남편의 휴대폰으로 부재중 전화에 이어 카톡 알람이 계속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휴대폰을 열어보려 했지만 잠금이 걸려 있었다. 두 부부의 직업은 양쪽 모두 전문직이었다. 전문직군의 사람들은 개인정보에 민감하다. 또한 업무와 관련해 언제 어디서 압수수색이 걸려들어올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부간에도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기로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합의를 봤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수상한 상황에서 '그래 약속을 지켜야지'하고 눈 딱 감고 잠을 잘 사람은 많지 않다. 아내는 비밀번호로 추정되는 번호들을 마구 눌러봤다. 곁눈질로 흘끔 본 번호들을 조합해 몇번 숫자를 만들었더니, 놀랍게도 잠금해제가 됐다. 그렇게 해제된 휴대폰 안에서 남편의 여러 얼굴을 깨닫는다.

남편은 결혼 후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2명의 여자 관계를 이어오던 중이었다. 남편의 삼다리(?)를 발견하고 아내가 처음 들었던 생각은 '참 바빴겠다' 였다. 사람은 이상하게, 깊은 마음 속 예감했던 불행과 직면하면 오히려 차분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주에 이혼을 했다.


스마트폰이 있는 한 오늘날 외도 사실을 감추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프로(?) 불륜러들은 경우에 따라 휴대폰을 2,3개씩도 들고다닌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언젠간 꼬리가 반드시 잡히기 마련이다.


부부간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유할지 말지의 문제는 정해진 답은 없다. 서로간의 신뢰와 소통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비밀번호를 공유하면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고, 신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급한 상황에서 상대방 휴대폰에 접근해야 할 때 유용하다.


반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는 부부 사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당장 나만 해도 남편이 내 카톡 보는게 싫은 이유가, 가족이나 친구와 남편과는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라 하더라도 각자의 공간과 사적 영역이 필요할 수 있다. 비밀번호를 공유하지 않는 경우의 좋은 점은 서로가 독립된 개인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누가 누구를 감시한다 같은 위계 관계를 막을 수 있다. 

비밀번호를 공유하자는 논의가 애초에 왜 나왔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 만약 상대방이 의심스럽고, 못미더워서 한번 확인해봐야 겠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왜 그런 불신이 생겼는지 둘 사이 대화로 확인해보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남편의 휴대폰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예전에 몇 번 본적이 있었는데 너무 시시해서(?) 흥미가 너무 떨어져버렸다고 할까...휴대폰을 본 뒤로 오히려 배우자의 매력도가 하락하는 기분이었다면 이상하려나. 아무튼 남편 역시 내 휴대폰을 전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휴대폰보단, 서로가 나누는 대화나 표정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배우자에게 뭔가 새로운(?) 일이 생기고 감정에 변화가 있으면 표정에서부터 들통 난다. 티가 안날 수 없다. 그것은 촉이므로 그 때 작정하고 휴대폰 검사를 해도 괜찮다. 아, 물론 아무 근거없이 자주 그런 촉이 발동한다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4iFP_wd6Q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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