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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Oct 22. 2024

97년생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이거 어떨까요

백만원 짜리임

97년생 여자친구와 2년2개월째 사귀는 남자친구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여자친구 생일 선물로 어떤지 봐달라는 말이다.



뭐가 들었을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저 로고만 보면 심장이 뛰는 편이다.


이 쇼핑백 안에 든 것은 놀랍게도....

.

.

.

.

두둥

쿠션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여자들이 쓰는 화장품 중에 '쿠션'이라는 종류가 있긴 하다.

컴팩트 파운데이션과 비슷한 것으로 액체 파운데이션을 스펀지에 문질러 얼굴에 수정하는 용도다.

그리고 샤넬 코스매틱 중에 당연히 쿠션이 있긴 하다. 혹시 남자친구가 여자친구가 언젠가 흘리듯 "나는 샤넬 (화장품) 쿠션만 써~" 라고 했던 말을, 인테리어 소품 쿠션과 헷갈린게 아닌지 궁금하다.




연애할 때 상대방이 얼마나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성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선물'이다.


선물을 받았을 때야말로 활활 불탔던 사랑에 찬물이 확 끼얹어지거나, 기름을 붓는 식일 수 있다. 선물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심사숙고해서 선물을 건네야 한다. 이상한 걸 건넸다간 주지 않은것만 못할 수 있다.


데이트 코스는 잘 짜오면서 상대에게 주는 선물을 제대로 못 주는 사람들이 있다. 안 준다는 게 아니고, 상대가 원하는 것, 필요한 걸 주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선물한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나르시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데이트 코스야 자기도 가서 함께 즐기고 노는거니 당연히 심사숙고해 잘 짰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은 상대방이 온전히 사용하는 물건이다. 주고 나면 땡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이 없고 100% 상대방만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에겐 상대방에게 딱 맞는 선물을 주는 노하우를 공유해보려 한다.


1. 상대방의 하루 일상을 집중해 떠올려 보기

하루의 일과를 온전히 떠올려보면 힌트가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때까지다.

그 사람이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는지, 일어나서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일터에 나가는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신발을 신고 나가는지, 주로 먹는 음식은 무엇인지, 집에 돌아올 땐 어떤 방식으로 돌아오는지. 돌아와서 뭘 하고 잠에 드는지 등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분명 빈틈이 보인다. 너무 열심히 살고 극도의 효율만 쫓으면서 사느라 신선한 과일을 잘 못 챙겨먹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부모님 댁에서 얹혀 살다 자취를 하기 시작한 30대 초반 남성에게는 향초나 디퓨저 같은 걸 선물하면 좋다. 여자를 데려왔을 때 시커먼 냄새 풀풀 풍기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여성들에게는 가을철엔 립밤과 핸드크림이 중간은 가는 아이템이다. 논픽션 같이 비교적 영한 브랜드를 잘 살펴서, 선물하길 바란다.




2. 취향 캐치하기

세상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디퓨저를 선물할 때도 고양이 도자기가 그려진 디퓨저를 선물하는 게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기 좋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기 마련이다. 관찰력만 챙긴다면, 그 취향을 확실히 캐치하길 바란다.

요즘엔 이모티콘 캐릭터도 많이들 선물하는데, 여기도 취향별로 천차만별로 나뉘는 시장이다.


핑크색 남발에 러블리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흑백에 다소 그로테스크하고 코믹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자주 하는 말과 주된 관점을 잘 생각해 보면 이 역시 어떤 것을 좋아할지 잘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악세서리에서 티가 난다. 남자들이 여자들이 하고 나온 악세서리를 잘 캐치 못하는 게 참 안타깝다고 늘 생각한다.


잊지 말자. 여성이 귀에던, 머리에던, 하다못해 신발 끄트머리에던, 달고 나온 작고 미세한 악세서리가 있다. 그게 리본이나 하트라면 여성은 상당히 여성스럽고 러블리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좀 직선적이고 무채색의 악세서리를 달고 나온다면 보이쉬하고, 치장하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타입이다. 그런 여성들에겐 오히려 성능 좋은 전자제품이 잘 먹힐 수 있다.


여성의 취향을 확인하는 방법은, 헤어스타일에도 많은 힌트가 들어 있다. 여성의 헤어가 부시시한 곱슬머리라던가, 웨이브 되어 있다면, 다이슨 '에어랩'이라는 것을 선물해주면 필시 좋아할 것이다. 가격대는 60만원대 정도 하는데, 샤넬 쿠션보다 백배는 좋을 것이다. 언제 한번 물어보라. "혹시 이 머리 스타일은 고데기를 한거야?" 맞다고 하면, 에어랩 강추다.




3. 짧거나 길거나 편지, 그리고 꽃다발


어려서나 지금이나 편지를 주는 사람은 절대 못 잊겠다. 나이가 들수록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실히 깨닫기 때문이다. 서툴어도 괜찮고 짧아도 괜찮다. 진심이 들어있는 편지 한장이면 정말 좋은 선물이라 생각한다.


꽃다발도 1년에 1~3번은 줘야 하는 선물이다. 다만 꽃다발도 미적 수준이 있다. 안예쁘고 촌스러운 꽃다발도 많아서, 가급적이면 아무 꽃집이나 들어가서 "대충 싸게 주세요" 하지 말고, 인스타 한번 탐방하고 가길 바란다. 흔히들 데이트 코스라고 불리는 서촌, 연남동, 압구정, 신사, 한남동, 성수 등에는 꽃집이 많다. 유명한 꽃집들도 있으니, 가격 확인하고 모양 제대로 체크해서 꽃다발 챙겨주길 바란다.


4. 서프라이즈보단 직접 물어보기


내가 봤을 때 남성들은 서프라이즈 선물을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서 그냥 직접 물어보는게 좋다. "이거 생일 선물로 사주려 하는데 어때?" 하면 남성들의 반응이 무척 투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남자들은 왠만하면 전자제품들은 모두 좋아한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IT 유튜버나 자동차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보면서, 무엇이 있으면 좋을지 힌트를 얻어가길 바란다. 자동차 악세서리의 세계도 다양해서 공부를 하고 구매해야 실패가 없다.


전자제품에 별 관심이 없다면면 브랜드가 있는 티셔츠나 자켓 같은 것도 잘 먹힌다. 남자들은 왠만해서 옷 사는데 많은 돈을 지출하지 않는데, 특별한 날 선물로 준다면 요긴하게, 오래오래 사용할거라 생각한다.


또한 와인을 좋아하는 남자에게 좀 고가의, 디자인 있는 와인잔을 선물해줘도 좋아한다. 와인잔을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할 수도 있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프라이즈를 별로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 뭘 받고 싶은지 물어보는 건 언제나 최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지 샌드는 “진정한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부디 좋은 선물을 건네서, 상대방 마음과 끊어지지 않고 잘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h9ZGKALMM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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