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남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께 보시길 꼭 추천하는 넷플릭스 다큐 시리즈가 있다. 제목은 <아이 엠 조르지나>. 호날두의 여자친구 조지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호날두는 다 알다시피 상당히 까다로운 남자다. 여자 관계도 복잡하다. 인성문제도 여러번 불거졌다. 그런데 조지나가 그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를 성숙하게 잘 다룬다. 혼외자도 잘 거둬 기르며 교육시키고, 엄마처럼 따르게 한다.
조지나는 호날두의 공식적인 여자친구이자 호날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면서 단숨의 셀럽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는 유명세를 이용해 사업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스페인에서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 디자이너의 부띠끄에 가서 드레스를 맞춰보고, 다시 당일에 돌아와 아이들을 열심히 돌본다. 화려한 삶과 진중한 엄마로서의 삶이 공존한다. 럭비공 같은 호날두 부인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모습은 경외감이 들 정도다.
조지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수많은 것을 감내하는 여성의 삶을 생각한다. 호날두 같은 남자와 사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희생해야 할 것들이 선명하다. 그럼에도 조지나는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낸다. 그녀는 호날두의 아이를 세명 낳았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혼인신고도 하지 않아 말도 많다. 조지나는 그런 걸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일상과 삶을 충실히 살아낼 뿐이다.
기자 시절 대한민국의 수많은 재력가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들과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으며 집에도 초대받은 적이 있었고, 회장님 전용 셰프분께 스시를 대접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날따라 집이 더 초라해 보이긴 했다.
그렇게 느껴질 땐 청소를 했다. 먼지 하나라도 안쌓이게 쓸고 닦았다. 단 한번도 비교를 해본 적은 없었다. 다만 상상을 했다. 내가 저렇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갖 경우의 수들을 떠올렸다.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은 아무 가치가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한발짝이라도 더 나아갈 길 그 자체에만 집중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단 하나라도 좋아질 선택이 있다면 그 수에 목숨을 걸었다. 그분들의 비교불가한 삶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다. 왜냐하면 그들도 그렇게 살았다고 나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에.
충북 제천 시골 마을에서 자란 한 자수성가한 회장님은 두 달에 30만원을 갖고 5인 가족이 살았다고 한다. 가난해서 늘 무시당했고, 어떻게든 딛고 일어서려고 했다. 버스비 아끼려고 1시간 거리를 걸어다니고, 15살엔 노가다를 뛰었다고 했다. 콘텐츠로 쓰기 좋아서 자꾸 물어봤는데 가난한 시절 이야기를 잘 안하려고 한다. 그런 같잖은 장치들로 자신의 성공을 극대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정확히 그렇게 말했다.
한번은 회장님께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저는 일개 기자일 뿐인데 왜 맛있는 식사를 사주시고 좋은 정보를 들려주시냐고. 그러자 그분은 내가 "될 놈 같다"고 해주셨다. 본인은 투자도 될 놈에게만 몰아주고, 젊은 사람들도 잘 될 사람만 만난다고 했다.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될 놈이라는 건 남들과 자신을 비교선상에 두지 않고 묵묵히 자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만의 길을 걸어가려면 타인과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타인과의 비교라는 건, 상방도 열려 있고 하방도 뚫려 있다. 상상력으로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시간낭비에 감정낭비다.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 물론 괜찮다.
자기 삶은 직접 살아본 본인만 안다. 재벌가 자식들도 우울증을 앓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마약을 하며 자살을 하는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드라마는 조선 말기 망한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친일파들을 밤몰래 살해하는 명망 높은 양반댁 애기씨 애신이가 주인공이다. 공주처럼 살던 애신은 그렇게 거친 영역에 뛰어들어 결국 머리카락을 잘리고 만다. 그러자 애신의 머리카락에 손수건을 동여매주던 풍파 많은 여인이자 여관 주인인 히나가 이렇게 말한다.
"저는 머리끄덩이를 잡혀도 보고 뜯겨도 봤고 깎여도 봤습니다. 애기씨는 누가 평생을 빗겨주고 동백기름 발라줬을 이깟 머리카락. 머리카락 쯤 잘렸다고 세상이 무너지면서 무슨 조선을 구하겠다고. 그러게 처음부터 총이 아니라 이 손수건처럼 고운 것만 들었음 좋았을 걸요."
그러자 애신은 이렇게 답한다.
"저마다 제가 사는 세상이 있는 법이오. 제각기 소중한 것도 다 다를 것이고. 내 세상에서는 조선도, 가족도, 부모님이 주신 이 머리카락도 다 소중하오. 나는 빈관사장이 어떤 세상을 살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 세상에 최선을 다 하고 있소. 허니 내 앞에서 그리 위악 떨지 마시오."
이 세상 살아가는데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있다고 말하며 자기가 말하는대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자 가스라이팅하는 사람들이다. 아니면 단지 무지해서 그럴 수 있다.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잘 안다. 그래서 매일 질문하고 고민할 뿐이다. 그 고민 속에서 애써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든다. 왜냐하면 그게 내 일이고 그렇게 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가면 가치를 실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지나가 만약 호날두가 천하의 바람둥이에, 나이 차이도 9살이나 나고, 자신이 직접 낳지도 않은 혼외자를 키워야 하는 상황과 그의 곁을 지킨대도 혼인신고도 하지 않을 미래 등등을 계산하면서 그를 걷어차 버렸다면, 혹은 조금이라도 소홀했다면, 지금의 조지나가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호날두를 붙들기 위해 진심으로 모든 헌신을 다 했다. 그러니 호날두는 스페인 하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명품 매장 직원으로 일하던 그녀를 여자친구로 삼은 것이다. 그렇게 조지나는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현대판 신데렐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날두는 조지나의 그런 태도를 보며 "될 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옆에 뒀다. 단지 외모 때문에 그녀를 옆에 뒀겠는가. 호날두 곁에 세계 최고의 미녀들이 얼마나 많았겠나.
94년생일 뿐인 조지나가 얼마나 성숙하고 큰 그릇인지 다큐멘터리를 보면 배울 수 있다. 심지어 호날두와 처음 만났을 땐 만 22세였다. 사고를 열어두면 세상의 기회들은 무수히 쏟아진다. 매일 그렇게 하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기에 그렇게 한다.
p.s
기자가 되거나 명품 매장에서 일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바꾸는 치트키가 될 수 있다. 그것 뿐이겠나. 찾아보면 진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