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엔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는 최대 미니마켓 체인 기업 '99스피드마트리테일 홀딩스'가 있다. 오늘은 이 회사의 창업가 겸 CEO인 리 티암 와(Lee Thiam Wa)를 알아보자.
그는 64년 말레이시아 클랑에서 11명의 형제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 소아마비로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휠체어에 앉은 채 평생을 하반신 마비로 살게 될 운명이었다.
그는 집안의 가난으로 6년까지밖에 학교를 갈 수 없었다고 한다. 휠체어에 의존하면서 부모님의 작은 가게를 도우며 일했다.
배우지 못했고 장애인이기에, 그 어디에도 취업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닫고, 87년 부모님에게 받은 5000링깃 (약 1200달러)으로 길거리 노점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판매한다. 볼품없는 노점이었지만 대단한 영업 실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사업은 점점 확장돼 97년 '파사르 미니 99 (Pasar Mini 99)'라는 이름으로 8개의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이후 회사명을 99스피드마트로 바꾸고, 현재는 말레이시아에서 미니마켓 부문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최대 소매 체인으로 발전한다.
2024년 9월 99스피드마트 리테일 홀딩스는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에 성장되었으며, 말레이시아에서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된다. 이 상장을 통해 리 티암 와의 재산은 약 33억 달러(약 4조4210억원)로 평가되며,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흔한 미니마켓 체인은 소규모의 작은 식료품점 또는 편의점 개념이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필수품과 일상 용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인 셈이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에 비해선 크기가 작지만 보다 지역 밀착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200~300㎡ 정도 규모로 운영되고, 가격이 합리적이고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필수 품목 위주로 구성된다. 한국의 GS25, CU, 일본의 패밀리마트, 로손, 미국의 CVS, Walgreens 같은 상점이 미니마켓과 유사한 개념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미니마켓 같은 스타일이 인기가 많다. 이는 독특한 유통 환경과 관련이 있다. 말레이시아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 도시와 농촌 지역이 있다. 이 지역에선 대형마트보단 접근성 좋은 미니마켓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말레이시아에선 대형마트와 동네 소규모 점포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미니마켓 형태의 체인점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알려진다.
2015년 리 티암 와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버거킹 패스트푸드 체인점을 인수했고, POS 장비와 RFID, 전자 선반 라벨링, 산업용 모바일 디바이스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 솔루션 업체의 지분 15.77%를 보유 중이다. 또한 J&C Pacific Sdn. Bhd의 17.73%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한데, 이 업체는 1997년에 설립된 말레이시아의 기술 솔루션 제공업체로, 디지털 결제 단말기 솔루션, 디지털 광고 솔루션, 모바일 리로드 키오스크 등 인스토어 디지털 솔루션을 소매점에 제공한다.
말레이시아 유통 비즈니스와 관련 사업들에 관심이 있을 분들을 위해 자세히 써봤다.
그의 투자를 통해 리 회장의 앞으로의 사업 전략과 행보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다음의 전략들을 꼽는다.
1. 초기 사업을 세팅할 때부터 저렴한 가격과 일상적인 필수품을 중심으로 한 유통 전략을 세움.
2. 92년 첫 매장 '파사르 미니 (Pasar Mini 99)' 를 설립하며 체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
매장을 열 당시에도 소비자가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상점이라는 명확한 컨셉으로 경쟁력 확보.
3.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하며, 소비자들이 빠르고 쉽게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임. 특정 지역 주민들의 수요에 맞춰 매장을 설계하면서 지역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
4.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
- 물류와 공급망 관리를 단순화해 운영 비용을 줄이고, 빠른 재고 회전을 가능하게 만듬.
- 포트 클랑(Port Klang)과 같은 주요 물류 거점을 활용해 공급망 최적화.
- 현대적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매장 운영과 관리를 디지털화하고,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운영방식을 도입해 낮은 마진으로 높은 매출을 유지.
5. 지속적인 공부와 투자
정규교육을 많이 받지는 못했어도 그는 엄청난 다독가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짐. 코로나 시기,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함.
리 티암 와(Lee Thiam Wah)에겐 아내와 자식들이 있다. 아내 응 리 티엔(Ng Lee Thien)은 1997년 '파사르 미니 99(Pasar Mini 99)'에서 직원으로 만났다. 이후 함께 회사를 운영하며 키워나갔다. 기업공개 이전까지 창업자 리 티암 와 이외에 아내만이 유일한 회사 주식의 지분을 가진 주주였다고 알려진다.
리 티암 와의 인터뷰 영상이다. 중국어로 진행이 되지만, 영어 자막이 있어 들어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J2VYkSFw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