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집 근처 이별 까페가 있다.
만남 막바지에는 보통 심각한 대화를 하기 마련.
대화 장소가 그 까페라면 결과는 틀림없다.
머리를 말리는데 난 그때 왜 그렇게 많이 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왜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을까.
그날따라 광화문에 가고싶었다.
아니 옥수동 두부집에 가고싶었다.
솔직히 몇시간이고 너희 집 앞을 서성이고싶었을지도 모르지.
다음에 우리 신촌에서 볼래?
같이 가보자했던 샌드위치 집이 괜찮을 것 같아.
난 그날 화장과 머리를 공들여 했어.
출입문의 왼편, 엄숙한 이탈리안풍의 초상화 밑에 앉아있어.
볕이 잘 드는 곳이었거든.
미술사책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어.
들어온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꼬았던 다리를 쭉 피고 고개를 드는데
흑갈색 출입문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하고 울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얼굴을 한 한 사람이 들어와.
나와 있었을 때 자주 지었던 피곤하고 지친 표정보다도 훨씬 건조한 기운이야.
등이 예전보다 더 굽었어.
넓은 어깨 좀 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가만히 한자세로 오래 앉아있지만 말고 목돌리기를 자주 해주라고 했잖아.
거북목은 골치가 아프다니까.
머리에 피가 잘 안통해서 그렇게 걱정하던 탈모가 더 심해질 수 있다구.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날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
무신경한건 여전하구나.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필리치즈샌드위치와 토마토 스프를 포장해달라고 해.
아, 스프는 맵지 않게 만들어한다는 말도 덧붙여.
조금만 매웠다가는 온몸에 땀이 흐르면서 홍수가 터질테니까.
입고있는 그 아베크롬비 회색 티셔츠가 물들테니까.
하나도 변한게 없다.
기다릴때 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놓은채 고개 숙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버릇도.
나는 창백해진채로 앉아있던 구석자리를 가만히 지켜.
혹시 날 본건 아닐까
봤는데도 모른척하고 있는건 아닐까
인사를 걸어도 될까, 무슨 볼일로 여기에 왔다고 둘러댈까
너와 나는 그렇게 다음에 보도록 하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생기넘치는 모습으로,
너는 그런 나를 잃어버려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고, 방황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