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철, 그리고 반복되는 삶의 장면들
연말이 되면 회사는 어김없이 소란해진다. 축하해야 할 사람과, 조용히 사라질 사람. 이 둘이 뒤섞인 채 같은 사무실에서 숨을 쉬고 있으니 공기가 텁텁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사람들은 승진을 기다리며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사실 대부분은 크게 달라질 것 없는 내일을 다시 살뿐이다.
얼마 전, 3년 전에 임원 승진한 선배가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에 임원으로 승진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던 그였다. 그가 승진하던 날, 나를 보며 말했다.
“너도 열심히 해서 임원 달아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저는 그런 데 관심 없으니깐,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내가 한 말이 정말인지 궁금해했고, 나는 정말 임원이 되어 고생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자기 운명 앞에서 모두 비슷해진다. 누가 승진을 했든, 누가 회사를 떠나든, 몇 년 지나면 다 잊힌다. 회사도, 사람도, 감정도 결국엔 희미해진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생기고, 물론 짜증 날 일도 생긴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 모든 일이 시간이 지나면 결국 같은 결말을 향해 흐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모두 한 줌의 흙.
승진 여부를 묘비명에 적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죽을 때 만족하며 죽는 사람이 있을까?”
이제는 답을 안다. 없다. 원하는 걸 다 가진 사람도 더 바랄 것이 생기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은 후회가 남는다. 만족이라는 건 어차피 인간에게 장착되지 않은 기능이다.
그래서인지 ‘새옹지마’라는 말이 점점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지금 잘 나가는 사람이 내일 퇴사 통보받을 수도 있고, 오늘 좌절한 사람이 모레 뜻밖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그 모든 기회와 시련이 결국엔 비슷한 무의미로 되돌아온다.
올해도 승진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회사를 떠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크게 다르지 않다. 소속이 달라지고 명함이 바뀌었을 뿐, 인생이라는 커다란 퍼즐에서 보면 별 의미 없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한다.
“임원? 글쎄요. 누군가는 하겠죠. 그런데 저는 자신이 없어요. 스트레스를 견딜만한...”
연말은 원래 이런 냉소를 부추긴다. 사람이 만든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사실 돌아보면 대부분은 그저 지나가는 장면일 뿐이다.
새옹지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 비슷한 결말을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