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향적 존재
후설은 인간 의식의 특징을'지향성'이라고 했습니다.
"지향성은 의식의 기본 속성이다. 의식은, 좋아함이든 싫어함이든 혹은 상상함이든, 그 어떤 것이든 간에 반드시 '무언가에 대한' 의식이다. 즉 의식에는 항상 어떤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대상을 향하는 의식의 성질을 지향성이라고 한다.
우리는 의식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한다. 세계는 의식에 현상으로 주어지고, 우린 현상에 나타난 것들만을 의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상학이란, 의식에 나타나는 사태, 즉 (의식) 현상의 존재를 규명하고 밝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1)
인간의 의식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은 의식이라는 작용이 대상을 만남으로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얼굴. 얼굴은 분명히 나의 얼굴입니다. 하지만 나의 얼굴을 보는 것은 타인이지 내가 아닙니다. 사실 나는 나의 얼굴을 영원히 볼 수 없습니다. 거울로 보는 나의 얼굴도 무언가를 통해서 보는 것이지 직접 보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얼굴은 타인 앞에 서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촉각. 촉각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나에게 촉각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은 내 손이 무언가에 닿을 때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만지기 전에 나는 나에게 촉각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대상과 나의 손가락 그 사이를 연결해 주는 것이 촉각입니다. 숨겨져 있던 능력이 만남을 통해서 드러나게 됩니다. 모든 감각이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대상이 앞에 나타나야만 가능합니다. 미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 우리의 언어능력은 상대방의 청력과 쌍을 이룹니다.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들어줄 대상이 없으면 공허한 울림일 뿐입니다.
신께서는 인간의 몸을 관계하도록 만드셨고, 서로를 향해 지향하며 나아가도록 만드셨습니다.
마음도 지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다른 마음과 연결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영화 '브레이드 러너 2049'의 주인공 K의 집에는 홀로그램 여자친구 '조이'가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생생한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조이'는 K의 마음을 읽고, 공감해 줍니다. 적막하고, 고독한 미래의 어두운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K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는 조이는 비롯 허상이지만, K의 마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K는 마음으로 홀로그램 '조이'를 사랑합니다.
조이는 허상입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연결하고자 하는 K의 마음과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의 공간에서 조이는 실상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다른 마음과 연결되고자 합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만나고, 이야기하고, 사랑합니다. 친구를 만들고, 무리로부터 멀어지면 고통을 받습니다. 단순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적 문제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시고, 기뻐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쁨은 단지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기쁨을 넘어 그분 앞에 마음을 되돌려 줄 수 있는 존재가 서 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몸도, 마음도, 신의 속성도 '연결'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1) [출처] 후설 현상학 이해: 1). 의식의 지향성|작성자 장바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