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얼마 전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은 아니었고, 학교에서 연수 차 가게 되어 '의무감'으로 통영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통영에서 방문할 곳이 몇 군데 있는데, 통영 시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미륵산 케이블카, 미륵산 중턱에서 타고 내려오는 루지 그리고 제가 다녀 온 '동피랑 벽화 마을'이 그것입니다.
동피랑이라는 말은 '동쪽에 있는 비탈'을 의미합니다. 비탈의 사투리 '비랑'이 '동'과 만나 '피랑'으로 발음하게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쁜 벽화들과 잘 어울리는 cafe들 사이를 오르내리며 가족들과 함께 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동피랑의 골목이 좋았습니다. 모든 것이 다 보이는 정리된 길이 아니라, 이 다음에 무엇이 나타날지 기대감을
갖게 해주는 골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골목을 빠져 나가면 또 다른 풍경이 빚어지는... 적절하게 감추고, 그래서 사람 사는 맛이 나는 이 골목이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골목을 걷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골목을 찾는 걸까? 예전에 이 골목은 누군가에게 벗어나고 싶은 가난의 상징이었고, 절망의 상징이었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동피랑에서 촬영했다는 드라마 빠담빠담의 세트장에 앉아 남해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이 이게 그리운가보다. 촌스럽고, 투박한거, 구불구불하고, 걷기 불편하거"
요즘 여기 저기서 '복고'가 인기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더 세련되고, 더 디지털하고, 더 화려하게 나아가는데..사람은 뭔가 촌스럽고, 투박해서 여유가 있는 이게 그리운가 봅니다.
저 집 마루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있으니, 디지털적인 모든 것들이 다 잊혀지고, 인생이 생각나고, 사람이 생각나고 그러더라고요.
사람들은 무언가 부족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습니다. 사회가 너무 빨리가면 느린 것을 찾고, 절망적이면 희망적인 것을 찾고, 너무 암울하면 웃을 만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습니다.
그런게 모여 유행이 되고, 흐름이 되고 하는 것 같습니다.
동피랑 골목을 돌며.. 내가 잊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