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오늘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만나기 정말로 보기 힘든 차를 보았습니다.
1989년 출시한 기아자동차의 '캐피탈'이라는 자동차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낯선 차가 왼쪽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한동안 쳐다보면 "저게 무슨 차지?"라고 속으로 질문하며 생각했습니다.
어릴적 시골에 살았던 저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려면 보통 20분 정도를 기다렸습니다.
스마튼폰도 없던 시절이라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힘이 들어 친구들과 지나가는 차를 가지고 놀이를 했습니다.
"10번째 지나가는 차가 자기 차다!"
"하나, 둘, 셋, 넷...."
10번째에 좋은 차가 걸리기라도 하면 별 것도 아닌데, 좋아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즐겁게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저의 10번째 차로 걸렸던 '캐피탈'이 생각났습니다.
"저 차 30년도 넘은 거 같은데"
"와~ 멋있다. 나도 저렇게 차 오래 타고 싶다."
무엇인가를 오래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30년된 자동차를 타는 차주분이 멋있다며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속력을 올려서 캐피탈의 옆에 다가갔습니다.
나이가 65세쯤 되보이는 노 신사께서 점찮게 운전을 하고 계셨습니다.
"저 차를 어떻게 지금까지 관리를 하셨을까? 대단하시다.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을 텐데...자기는 한 물건을 오래 쓰는 것이 어떤 면에서 좋은 거 같애?"
"글쎄.. 그냥 멋진데.. 자원도 아끼고.. 흠... 왠지 물건하고 정이 들잖아. 나는 정이 들어서 잘 못 바꾸겠더라고..."
물건을 오래 쓴다는 것...그게 아직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1년 혹은 2년마다 스마트폰을 바꾸고, 수년 마다 차를 바꾸며, 계속 해서 새로운 물건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저 캐피탈 처럼 물건도 사람도 오랫동안 알아가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