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수년 째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는 파키슨을 앓고 계십니다.
밤마다 몸이 아프고, 원하지 않는데도 몸이 떨리는 자기 자신이 점점 낯설어 지고 있는 듯 합니다.
며칠 전 아버지를 뵈러 집에 다녀왔습니다.
수척하게 마르고, 떨리는 얼굴이지만, 우리 가족을 반겨주는 빛나는 눈빛 속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순수한 모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마치 선물을 받아들은 아이의 눈빛처럼.
"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아무리 마음 먹어도 무뚝뚝한 인사가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뭔가 좀 더 좋은 인사가 있을 듯 한데 말이죠.
아버지의 집에는 툇 마루가 있습니다. 선선한 봄 날 이 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간을 잊는 듯 합니다.
저녁을 먹고 마루에 앉아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오셔 옆에 앉으셨습니다.
두 부자는 특별히 말이 없고, 시선을 이곳 저곳으로 조용히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면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저 별 이름이 뭐냐?"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 보았습니다.
"어떤 별이요"
"저기 저... 제일 밝은 별"
아버지는 떨리는 손으로 별을 가르쳤습니다. 손가락이 별을 정확히 가르키지는 못했지만, 제일 밝다는 말에 알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글쎄요, 제가 스마트폰으로 한번 찾아 볼께요"
"핸드폰에 그렇것도 나오냐?"
"예, 요즘은 다 되요."
나는 별자리 어플을 열어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 저 별 이름이 '금성'이에요. 금성"
"금성? 아 그랬구나"
"근데 왜요?"
"그냥...어렸을 때 부터 저 별 이름이 그렇게 궁금하더라."
75세의 노인이 되어 버린 이 소년은 어렸을 적 어느 하늘 밑에서 별을 보았을 것입니다.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온 이 소년은 어쩌면 하늘의 밝은 별을 보며 잠시나마 삶의 고통을 잊었을지 모릅니다.
평생 그 이름이...그토록 궁금했는데...이제서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있던 금성이 오늘 따라 유난히 특별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