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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리의 테이블 Oct 15. 2021

인간의 도덕성은 얼마의 돈 앞에서 무너질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 

필리핀은 한국 경찰이 상주하는 유일한 국가입니다.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필리핀은 치안이 불안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 해 살인 사건으로 죽는 사람이 1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필리핀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상주하고 있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필리핀에는 살인청부 사건도 많이 일어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살인청부에 대한 고정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위험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100만 원에서 300만 원을 주면 청부살인을 해준다니 오싹한 기분이 듭니다. 필리핀 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수백만 원 앞에서도 도덕적 붕괴가 일어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는 일반 필리핀 사람이 아니며, 범죄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의 기준이겠지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성기훈은 10만 원짜리 딱지치기 게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죠.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게임이 끝난 후 많은 사람이 죽게 되자, 게임 참가자들은 게임 참가 거부 투표를 하려고 합니다. 그때 오징어 게임의 주최 측은 총상금의 액수가 얼마인지를 공개합니다. 그 액수는 무려 456억 원이었습니다. 드라마 전체에서 상금의 액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금의 액수가 너무 적을 경우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잃을 것입니다. 반면 너무 많은 경우도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456억이라는 숫자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은 꿈꾸었던 액수입니다. 그 정도 액수라면 목숨을 걸 수도 빼앗을 수도 있는 금액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 액수라면 나도 저런 짓을 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는 개개인의 도덕성이 아닙니다. “얼마면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개개인의 윤리성은 처해진 상황과 그가 속해 있는 문화에 깊은 영향을 받습니다. 필리핀의 범죄 조직은 100여 만원의 돈으로도 사람을 죽이는가 하면, 2001년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철길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이수현 씨 같은 훌륭한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의 도덕성을 무너트리는 것은 개인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 개인을 비윤리적 상태로 전락시키는 게임의 법칙입니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던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부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억 원에서부터 수십억에 이르기까지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부채로 인해서 자신의 삶과 가족이 모두 고통을 받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주최자는 ‘Kill or be Killed’의 게임의 룰을 적용합니다. “게임의 룰만 잘 지키면 약속된 상금과 함께 무사히 이곳을 나가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 게임의 룰이라는 것이 모두를 죽여야만 하는 룰이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게임의 종류를 공개하고, 모든 사람을 죽여야만 상금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에 참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떠한 룰이 적용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게임에 참가했는데, 알고 보니 타인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단적 광기와 살해가 벌어진 것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신학자인 라인홀드 니버는 그의 책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윤리적인 개인이 모인 집단이라도 비 윤리적일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윤리적 개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윤리적인 국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바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의중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고, 이에 따른 방어적 태도가 이기적인 행동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니버는 윤리의식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에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구슬치기 장면에서 ‘지영'은 ‘새벽'에게 일부러 게임을 내줍니다. 목숨을 놓고 벌이는 한판에서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는 가장 이타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이 줄다리기 게임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나의 이타적인 행동이 우리 편에는 가장 비윤리적인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한 면이 드러날 수 있도록, 그러한 착한 마음이 발휘될 수 있도록 착한 게임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한 개인의 윤리성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게임의 규칙을 넘어서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비윤리적 상황 속에서도 윤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존재하며, 나 개인만큼은 그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고귀한 삶임을 또한 잊어서는 안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GalrJjY9U&t=12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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