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
시끄럽다. 아까부터 전화기 벨이 울리고 있다. 벨이 울릴 때마다 참견하는 소리도 늘어간다.
“아 왜 자꾸 전화질이야.”
“내버려 둬. 알아서 끊겨.”
“뭐 사라고 저러는겨? 왜 저래. 대충 안 받으면 말아야지.”
메시지가 있음을 알리는 불이 반짝이고 있다.
“번쩍이는 거 은근 밤에 신경 쓰이던데. 어떻게 좀 할 수 없어? 잠 좀 편히 자자.”
썰렁한 방안이다. 현관을 열면 한눈에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원룸. 문 옆으로 작지만 싱크대도 붙어 있다. 컵라면 용기와 바닥에 거뭇한 것이 말라붙은 컵이 굴러다닌다. 집주인이 엄청난 게으름뱅이거나 바쁜 게 틀림없다. 음식에 조애가 없는 것도 불 보듯 뻔하고. 국물이 말라붙은 컵라면 용기 속에 바쁘게 움직이는 시커먼 것들이 보인다.
며칠 전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누군가가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물론 이 집주인이 나가서 보는 일은 없었다. 그는 이미 한참 전부터 이불 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쓰고 있어서 뭘 하는지 알 수도 없었다.
초인종을 누르던 누군가는 이번에는 문을 두드려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시커먼 것들이 들락날락 거리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현관문에 붙어 있는 밖을 내다보게 돼 있는 구멍은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시커먼 것들로 꽉 막혔다. 누가 있는지 보이기는커녕 빛도 들어오지 못했다. 밖에서 문을 두드려대던 사람은 한참이나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듯했다. 밖에서 들려오던 발소리는 처음엔 하나이더니 점점 늘어났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도 들려왔다. 붉은빛이 번쩍거리는 것이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모양이었다.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안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밖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주황색 빛이 들어왔다. 낮동안 어두웠던 방 안이 겨우 주황빛으로 물들어 환해졌다. 현관문 손잡이가 잠시 달그락대더니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갈 곳을 찾은 검은 것들이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나갔다.
“아악!”
비명소리와 뭐라고 외치는 소리, 무거운 것이 넘어지는 듯한 소리들이 얽혔다. 잠시동안 이어지던 소동은 금세 조용히 잦아들었다.
뭐가 주렁주렁 달린 조끼를 입은 퍼런 옷의 사람들 몇몇이 손에 흰 장갑을 끼고 들어왔다. 뒤에는 들것을 든 사람들은 주황 옷을 입고 있었다. 개미들이 줄을 맞춰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절도 있게 움직였다.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많이 해 본 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이불을 들춰냈다. 허연 것이 들러붙은 이상한 것이 들어있었다. 이곳 역시 날아다니는 검은 것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퍼런 옷의 사람들은 방 이곳저곳을 뒤졌다. 사진을 찍는 소리가 찰칵찰칵 빈 방에 울렸다. 현관 쪽에서는 누군가의 구역질 소리와 토악질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이보세요. 이거 대체 어떻게 해 주실 건가요!”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느라 갈라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시끄럽다. 요 며칠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양반이었다.
들것은 이불 위에 있던 그것을 담고 제일 먼저 나갔다. 그 뒤로는 한참이나 퍼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남아 바쁘게 움직였다. 신기하게 가슴팍에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자꾸 뭐가 나왔다. 손바닥만 한 비닐을 꺼내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것을 주워 담기도 했다. 벽에 걸린 시계의 짧은바늘이 12를 지나고 있었다. 날짜가 바뀌고도 여전히 문 밖에서 조곤조곤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벽 2시. 드디어 현관문이 닫히고 방에 어둠이 깔렸다.
“뭐야, 뭐야. 다들 갔어?”
“아 놔 시끄러워서. 저 놈 전화기는 아직도 번쩍대네. 저것 좀 어쩌고 가지 그냥 갔어.”
“그런데 이 집주인 왜 그런 거야?”
“저기. 내가 봤어. 한참 전부터 그렇게 됐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