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1
“그, 언제냐 엄청 눈 많이 오고 막. 바람이 하도 불어서 창문이 깨질 것처럼 덜거덕 거렸는데. 기억나? 보일러를 틀었는지 말았는지 그때 방바닥이 차서 얼마나 고생했다고. 물도 안 나왔지 아마? 그 물 나오는 거 있잖아. 거 관.”
“수도관. 얼른 좀 말해라.”
“맞아. 수도관. 그게 얼었을 거야.”
“어, 나 그거 기억난다.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던 종이에 쓰여 있는 거 봤어. 수도관 동파됐다고 물 받으러 나오라는 거. 선착순이라고 그랬는데 얼마나 미적대던지. 내가 속이 터져서 원. 뭐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니까. 그때 그놈의 물 좀 빨리 받아왔어도.”
“아무튼, 그때. 아니 어디서 뭘 하다가 들어왔는지 홀딱 젖어서 들어왔더라고. 아주 그냥 물에 빠진 생쥐 같았다니까. 못 봤나? 근데 그 수도관이 얼었잖아. 아이고. 물도 안 나와서 옷만 대충 갈아입고 들어 눕는데 아. 그게 옷이 또 빨래하려고 내놓은 옷. 그거 주워 입었거든. 그러고 들어 눕더라고. 보는 내가 다 불쌍했다니까. 몸은 덜덜 떨지.”
“야, 보일러 있잖아. 보일러 두고 뭐 했대. 아 날도 더운데 보일러 이야기 할라니까 괜히 더 덥네. 문은 왜 다 쳐 닫아놨어.”
“보일러가 안 켜졌나 부지. 그것도 뭐냐 그 수도관처럼 어떻게 된 거 아니야? 그거도 물로 뎁히나 그런가 보던데. 아.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하여간. 좀 들어봐. 그 손에 말이야. 봉지를 들고 있었거든. 까매서 안이 안 보였는데 나중에. 좀 지나고 꺼낼 때 보니까 약병 같은 거더라고. 아까 퍼런 옷 입은 사람들이 그거 주워갔거든?”
“아 놔. 감기 걸렸었나 부지. 다 젖었었다며. 그게 지금 중요해? 그래서 뭘 봤다는 거야. 지금 본론으로 들어는 갔어? 아 더워죽겠네. 더워서 열불 나는데 이야기 듣다가 속까지 터지겠어. 쫌.”
“뭐 그런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는 쪽이나 듣고서 뭐라고 하는 쪽이나. 그게 그거지. 듣기 싫음 안 들으면 되지 그 지랄이냐?”
“뭐야. 그 아까 궁금하다더니. 그럼 이제 그만할까?”
“아냐 아냐. 나 궁금해. 말해줘. 야야야야 할 일도 없으면서 그러냐? 궁금하지 않아? 자, 모두 조용히 좀 해봐.”
“고마워. 알고 싶다니까, 그럼 뭐. 계속해볼게. 아까 어디까지 했지?”
“봉지에 약병”
“아, 약병이네. 그래 그 약병. 거기 뭐가 들었는지는 잘 안 보였는데. 그걸 막 손에 그냥 들이부어서 진짜 약이 우르르 쏟아지는 거 같았거든. 근데 그걸 한 번에 탁. 어 탁 털어가지고 입에 넣더라니까. 그런 약도 있어?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그러고 나서 영 일어나질 않더라고.”
“원래 집에 있을 때는 누워만 있었잖아. 잠이 깊이 들었나 보네. 그게 뭐 달라?”
“참네, 뭔 잠을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자. 맨날 일어나서 꼭 나갔다 왔었구먼.”
“듣고보니 그러네? 누구, 그 담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거 본 적 있어?”
“그리고 또 있다. 이상한 거. 알약 같은 거 아니다. 알약인가. 아무튼 그 병에 든 거 먹고 나서 좀 있다가 막 들썩들썩거렸거든. 누워서 말이야. 누워서 한참이나 들썩들썩 무슨 소리도 난 것 같고. 춤을 그렇게도 추나? 되게 이상했다니까. 이상한 춤이었어. 뭐였지 그게.”
“에이씨. 야 잊을만하니까 그 이야기를 꺼내냐. 나도 안다 그거. 나도 이야기 해도 되냐? 아우 열불나.”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