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 2
“니들 진짜 못 봤어? 아 좀. 관심 좀 가져라. 관심.”
“관심 좋아하고 자빠졌네. 나 챙기기도 바쁜데 무슨 관심이야.”
“그게 뭐, 남 들여다보기가 쉽나 뭐. 아 어쩌다 눈에 들어와도 거 참. 참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 나중에. 하다가 잊어버리고. 괜히 신경 썼다가 욕먹으면 왜 했나. 싶고. 어렵네.”
“누가 계속 보랬냐? 뭔 일 있는 거 같을 때 좀 더 들여다보라 이거지. 생각하는 거 봐라. 니들이 뭔 일 생겨봐. 누가 쳐다도 안 보면 참 즐겁겠다.”
“알았어. 알았어. 앞으로 잘 보면 되잖아. 욱 하기는. 저 놈의 성격.”
“원래도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기는 했거든. 이거 동감하지? 맨날 집구석에 콕 틀어박혀서 동영상만 보고. 밥이라고는 맨날 그놈의 컵라면이나 쳐 먹고 말이야. 그것도 때 돼서 챙겨 먹으면 말을 안 해. 이게 아침인지 점심인지 뭔지 시도 때도 없이 먹더라니까. 지난번에는 오밤중에 먹고 앉았더라. 뭐여. 왜 그래.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러니까. 불도 꺼진 방에서 혼자 물 끓이고 컵라면에 부어서 먹는 거. 좀 이상하더라. 어디 문제 있었던 거 아니야? 정신적으로.”
“생각해 봐. 옛날엔 이 집에 누가 오기도 했잖아. 기억나냐? 웃는 소리도 들어본 것 같은데. 화기애애 까지는 아니었지만 우울해 보이지도 않았어. 그래 맞다. 그때는 밥도 해 먹지 않았냐? 부엌에 한참 서서 열심히 남이 떠들어대는 거 들으면서 만들더구먼. 어디 싸가지고 가기도 하고.”
“파티. 빌어먹을 파티. 아주 그냥 정신 사나워서. 내가 그때 얼마나 바빴는지 니들 모르지.”
“지만 힘들다고 하는 거 봐라. 나도 힘들었어. 왜 이러셔. 아 근데 잘 들어보라고. 니들. 언제부터 집구석 꼬락서니가 이렇게 된 건지 뭐 기억나는 거 없어? 근래에 창문 한번 열린 적이 없었다고.”
“어. 나도 동감. 오죽하면 그 뭐냐. 눈앞이 뿌연 거 같은 그런 느낌이라니까.”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냐? 내 말이. 환기도 하나 안 시키냐. 청소야 뭐 그렇다 치고. 그래서 어디 가서 병이라도 옮아와서 이렇게 된 거 아냐?”
“아 진짜 이것들이. 야 그때 대낮부터 술을 쳐 마셨는지 어쨌는지 평소보다 일찍 들어와서 자빠져 자던 날 있잖아. 옷도 어디다 내 던졌는지 교복처럼 입던 잠바도 안 걸치고 있었거든. 그 추운 날 반팔을 입고 있었어. 그러다 술 처마시고 난방도 안된 방에서 얼어 죽을 것 같아서 내가 다 걱정이 돼서 기억한다. 밤늦게 전화가 왔었어. 일 하던 데서 잘린 모양이더라고. 상대방도 웃긴 게 위로한답시고 한다는 소리가 겉모습은 매력적이니까 성격개조를 조금만 하면 인기 있을 거라고. 이게 무슨 소린지. 마지막으로 하는 소리 더 웃겼다. 웃을 때 드러나는 잇몸이 징그럽다고 미소만 지으라더라. 남이사. 누군지 모르지만 지가 뭔 상관.”
“아. 그거 나도 들었다. 뭐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닌데. 하도 시끄럽게 이야기를 해가지고. 그 뭐냐. 소리를 막 고래고래 지르더라고. 아니 대답하려고 하면 말 끊고. 뭔 말이 어. 그렇게 많으냐고.”
“그날 이후로 밖에 안 나갔어. 옷도 생각해 봐. 갈아입는 거 봤어? 난 세탁기 돌리는 것도 못 봤다. 그거 아마 하도 안 써서 세탁조 다 썩었을걸.”
“듣고 보니 그러네. 맨날 모양도 없고 거 뭐냐. 허연 티셔츠 목 다 늘어난 거. 그거만 입고 있어서 난 또 그 너줄 대는 옷. 그런 것만 잔뜩 가지고 있는 게 되게 신기했어. 뭐 그전에 누워서 일어나기를 해야 잘 보거나 말거나. 에이.”
“그러면. 집에 틀어박히고서 뭘 먹지도 않고 계속 있었다는 거야? 뭐야. 그렇게 안 먹고살아져?”
“아니다. 이것들은 뭐 이렇게 엄청나게 누굴 챙기는 것처럼 말만 많고 이모양이야. 그 이후에 몇 번 잘 빼 입고 나갔다 왔어. 아무도 못 봤단 말이야? 챙기려면 말과 행동으로 챙겨라 이것들아. 그렇게 잘난 척 좀 그만하고.”
“어쭈. 찬바람 쌩쌩 날리더니 보고는 있었나 보네?”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보이는데 어떻게 하냐 그럼.”
“하여간 나는 집에만 있는 걸로 알았는데. 무슨 곰이 겨울잠 자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더니 그 비에 쫄딱 젖은 그날 뭘 쳐 먹고 그렇게 된 거야. 그런데 알약인가 뭔가를 먹고 나서 말이야. 그 얼굴 봤냐? 장난 아니었어. 정신이 빠진 것처럼 멍한 표정인데 그 입. 입이 웃고 있었어. 입에 다람쥐처럼 뭘 잔뜩 집어넣고 이빨 사이로 튀어나오려고 하니까 입을 꽉 다물면서 웃는데. 아으. 생각하니까 소름 돋네.”
“전화로 누가 그랬다며. 미소만 지으라고 했다고. 그래서 그랬네. 어느 날 갑자기 내쪽을 보면서 씩 웃기 시작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