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끝
추모 공원에는 하루 2번 새 유품들이 늘어선다. 오전 10시, 오후 3시. 복구현장에서 부지런히 건져 내어 깨끗이 목욕을 한 물건들이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은 사람들이 간절함을 담아 그곳에 들렀다. 깔끔하게 매듭지어진 운동화 한 짝. 이름 석 자가 박힌 이름표.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여 있는 손수건. 여러 가지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수환은 매일같이 빼놓지 않고 그곳에 들러 희서의 물건을 찾았다. 10년이 다 되도록 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것. 그녀의 몸은 찾을 수 없을지라도. 그녀가 가장 가까이했던 물건을 찾기 바랐다.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 그녀였기 때문에. 더더욱 간절히 뭔가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오늘은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페 자리의 복구가 시작된 날. 수환은 괴로움을 희서와 함께 듣던 음악으로 달래며 열심히 작업했다. 한번, 두 번, 수를 세다 잊어버릴 만큼 현장과 분별 작업소를 들락거렸다. 그곳에서 희서의 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가득 찼다. 뭐라도 좋았다. 그녀가 쓰던 가방. 그녀의 손수건. 뭐든 나오길 바랐다.
복구작업은 10년이나 걸려 완전히 끝났다. 수환은 백수가 되었다. 매일 아침 일찍 눈을 뜨면 추모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희서의 물건을 찾고 또 찾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외울 지경이었다.
감기에 걸려 열이 올라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날이었다. 좀 더 잠을 자고 싶었지만 오늘에야말로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틀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늘 가던 길을 걸었다. 오늘따라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추모 공원에 들러 새로 들어온 유품이 없나 살폈다. 이리저리 떠다니던 시선이 꾸깃대는 종이에 멈췄다. 시간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거기에는 수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급하게 종이를 집어 적힌 글을 읽었다. 거기에는 수환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맞이할 미래에의 기대감이 수줍게 적혀 있었다. 분별 작업소에서 종이에 스며든 얼룩들을 깨끗이 씻어내 글자를 읽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몇 번이고 색이 바랜 종이 위에 쓰인 글자를 읽었다. 잡은 손이 덜덜 떨렸다.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와 만나기 위해 약속을 했던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통화 버튼을 누르면 생기발랄한 희서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았다. 소리 지르며 울 힘도 없어 종이를 부여잡고 흐느꼈다. 머리로는 알지만,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지 않을까 구겨진 종이에 뺨을 비벼댔다.
흐르는 눈물에 닿아 뻣뻣했던 종이가 흐늘대기 시작했다. 수환은 정신을 차리고 종이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였다. 익숙하지 않은 울림이 주머니로부터 전해졌다. 그곳은 희서와 통화할 때 썼던 전화기가 들어있었다. 이미 배터리가 나간 핸드폰이었지만 혹시나 해서 잊지 않고 넣어 다녔다.
그날 전철에서 내동댕이쳐질 때. 그의 전화기는 작동을 멈춰버렸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고장 난 원인을 알아보러 많은 곳을 쑤시고 다녔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원인을 모르겠다’였다. 전화기가 부서지는 순간 희서의 영혼이 하늘로 간 것은 아닐까. 나에게 자신이 어떻게 됐는지를 알리려 한 것은 아닐까. 쓸데없는 생각이 떠올라 한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 전화기가 지금 울리고 있었다. 고장 난 이후로 충전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꺼냈다. 선명하게 희서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여. 여보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