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에

12월 25일


늦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느라 밥을 먹고 케잌을 차려서 서로 끄겠다는 촛불을 셋팅하고 겨우 불어낸 날이었다.둥이들이 늘상 기어 올라가는 1층 쇼파 위 창틀에 당연하다는 듯이 서서 미끄럼을 타고 커튼을 만지며 저지레를 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꽤나 높은 위치를 굴러떨어지는터라 걱정이되서 커피를 마시다 말고 달려가 지키고 섰다. 편하게 좀 지켜보자는 생각에 쇼파에 옆으로 길게 앉아 다리를 쭉 폈을 때였다.


밖에서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났다. 저녁 늦게 지는게 아쉬운지 눈시울을 붉히듯 빨갛게 물든 하늘로 구름이 잔뜩 몰려오는 것이 보여서 비가 오려나 중얼 거렸었다. 그런데 소리가 난다는건 ‘눈?!’


튀어오르듯이 벌떡 일어나서 둥이들 사이의 창문으로 얼굴을 밖고 실내불빛이 닿아 희미하게 보이는 땅을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하얗고 둥근 것들이 통통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눈싸움이라도 하듯이 창틀을 째려보고 있자니 동글동글한 설탕 알갱이 같은 무언가가 툭툭 떨어져서 창틀에 닿아 한번 빙글 돌더니 스윽 녹아 사라졌다. 얼마전에 첫눈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게 아이들 다 자는 오밤중에 폭풍우처럼 내리던 비가 일순 눈이 된 적이 있어서 그걸 알려준다고 녹화했던게 생각나 재빨리 아이들을 불렀다. 이번에는 꼭 내릴 때 보여주고 싶었다.


너무 흥분해서 설탕같은게 떨어진다고 계속 소리 질러댔다. 둥이들도 엄마가 흥분하니 덩달아 창문에 얼굴을 갔다 붙이고 뭐라고 하면서 난리고, 식탁에서 케잌 먹던 아이들도 날아와서 설탕이 내린다고 난리법석을 떠니 함께 있던 할머니가 재밌다고 신나게 웃으시더니 아이들 성화에 달려오셨다. 아빠까지 쇼파로 와서 다 같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창가를 내려다보는데 혼자 볼 때는 손으로 그림자를 만들어야 밖이 보이더니 여럿이 모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밖이 내다보였다.


문득 떨어져서 엉덩이를 쑥 내밀고 무릎을 세운채 쇼파에 앉아 밖을 보는 가족들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이런게 행복이지’ 하는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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