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행글 1기 - 꿈꾸고, 행동하는 글쓰기 - 6일 차
우리 남편은 주짓수를 하러 도장에 다닌다. 도장 가기 전까지의 시간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일하게 된 탓에 아이들과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를 밑 빠진 독처럼 줄줄 흘려내는 문짝 하나로 막고 방에 틀어박혀서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키보드를 두들긴다. 가끔 나와서 마실 것을 준비해 가는데 그때마다 표정을 보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피곤이 쌓이는 것이 느껴진다. 잠시 방에서 나온 남편과 눈이 마주칠 때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얼굴이 썩었네."라고 애처로움을 담은 표정으로(아마도) 한마디 날린다. "힘내"라는 말도 잊지 않고.
그러나 일을 끝내고 도장에 다녀오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 눈도 반짝거리고 힘들다고 하면서도 어딘지 즐거워 보인다. 그러니 안 보낼 수가 있나. 하필 아이들 재울 시간에 가서 다 잠들고 나야 오는데 한창 바쁠 때 왜 가나 싶으면서도 있으면 아빠랑 놀고 싶어서 늦잠 자는 아이들 때문에 '나의 시간' 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주 조금 운동 가는 걸 좋아라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래그래 하고 보낼 수는 없으니 조건을 달았다. '아이들 목욕시키는 것은 도와주고 갈 것.' 여기서 아이들이란 정확히는 제일 밑에 둥이들을 뜻한다. 덕분에 가기 전에 아이들 잠 잘 준비는 나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스트럭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같은 건데 도장 선생님으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부탁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그날이 되면 일이 끝나자마자 나가야 돼서 아이들 목욕을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언제든지 도장을 일찍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이게 뭥미?' 싶었다. 이제 걷는 둥이들과 아직은 기저귀 가는 것도 옷 입히는 것도 제대로 도와주지 못하는 위에 아이들을 어떻게 혼자 씻기라는 건가. 혼자 씻을 줄 아는 첫째와 둘째는 그렇다 치고. 문제는 둥이들이었는데 한 명씩 씻기자니 껌딱지라 졸졸 쫓아다니고 겨우 한 명만 욕실로 데려가서 문을 닫았더니 나머지가 밖에서 대성통곡을 하는 통에 결국 한꺼번에 데리고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일단 뭐라도 보여주면서 시선을 집중시켜야겠기에 욕실에 있는 샴푸통이며 린스 통이며 죄다 쥐어주고 욕조로 내동댕이 치는 것을 끊임없이 주워주며 씻기기 시작했다. 샤워기가 하나인데 셋이 씻을라니 뜨신 물이 안 닿으면 추워서 내내 물도 끼얹어주고 놀 때는 나도 씻고 하다 보니 어영부영 샤워가 끝났다. 나갈 때는 혼자 수건에 싸고 나가기가 힘들어서 첫째 찬스를. 추울까 봐 - 사실 바닥에 오줌 싸재낄까봐 - 급하게 로션 바르고 옷 입힐 때는 둘째 찬스를 썼다.
첫째와 둘째는 각자 다녀오라고 하고 로션 바르는 것만 좀 도와주니 아이 넷 잠 잘 준비가 끝났다.
손은 로션이 덕지덕지 묻어 끈적끈적한 데다가 제대로 입지도 못한 옷은 덜 닦인 물기인지 흘러내린 땀인지로 축축했지만 그 순간의 나는 정말 최고였다.
혼자서 아이 넷을 씻기고 재울 준비까지 해 내다니.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이런 게 멋진 거지.
이제와 서지만 그때의 나에게 쌍 따봉을 마구마구 날려본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이제 아이 넷 씻기는 것쯤 동시에도 가능하다.
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