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행글 1기 - 꿈꾸고, 행동하는 글쓰기 - 10일 차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한때 유행했다고 한다. 나도 일본에서 느지막이 보았는데 드라마에서 사람에게는 네 번의 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억이 잘 안 나서 찾아보니 씨 뿌리는 생, 뿌린 씨에 물을 주는 생, 물 준 씨를 수확하는 생, 수확한 것들을 쓰는 생이라고 나온다.
그 네 번째 생이 시작되고 있다니... 수확하는 것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생을 기억할 리 없으니 뭔가 얻었다고 해도 쓰고 싶어 쓰고 그런 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쌓인 것들이 알아서 좋은 일이 되어 나에게 오는 그런 것이려나.
눈을 떴다. 몸을 움직여보지만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차가운 통에 감각이 없다. 음? 누군가 다가와서 내 몸을 문질러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조금씩 움직이는 몸을 쫙 펴본다. 내 앞으로 펼쳐진 길을 따라가다 보니 어디선가 윙윙 대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작은 울림이더니 어느새 어둡고 습한 이곳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울림이 되어 디디고 서 있기조차 힘들다. '짝짓기 비행인가?' 중얼거리며 웅웅 거리는 소리를 비켜 냄새가 그리 진하지 않은 곳을 더듬어 나간다. 점점 주변에 온기가 짙어지며 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하얗고 투명한 둥그런 것들이 늘어진 방이 나온다. 방은 조금 더 넓어져서 가장 깊은 곳에 거대한 몸을 한 여왕개미가 보인다.
나는 오늘 그녀에게 암개미가 되는 법을 물을 예정이다. 눈을 뜨기 전 나를 돌보던 개미가 했던 103683호와 손가락에 대한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녀라면 나에게 해답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해답을 듣고 암개미가 되어 새로운 벨로캉을 세우기 위한 여정을 떠날 것이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소설 <개미>를 읽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103683호라는 개미의 번호가 잊히지 않는다. 책 내용은 상세하게 남아있지 않지만 읽으면서 언젠가 개미의 일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고 힘없는 곤충이라고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그들 나름의 관계를 맺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새를 공격할 때 항문에서부터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공격하여 개미산을 쏘고 몸속으로 들어가 쓰러뜨리던 장면이나 전투할 때 장렬히 싸우다 죽어가는 동료와 페로몬을 주고받는 장면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기왕 수확한 것을 쓰는 마지막 생을 살게 되었으니 개미가 되어 혁명을 한번 일으켜보고 싶다. 이제껏 쌓아온 덕(?) 이 있을 테니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여태껏 살아오며 쌓인 체증이 확! 뚫려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으니 마지막 생으로 딱!이다.
그런데 드라마 <도깨비>를 보니 마지막 생을 다 살고 나서도 계단을 올라가야 하던데, 얼마나 높을지 모르지만 개미인 채로 그 계단을 올라가려면 꽤나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고야.
가끔 이런 후회 없을 마지막 생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 원하는 것을 상상하다 보면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현실세계에서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은 자유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언제든 가능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