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꾸만 속에서 뭔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물을 끓이려고 올려놓은 냄비 바닥에서 동그란 공기방울이 하나 둘 생기다가 너도나도 뜨겁다고 호로로록 위로 올라가서 둥둥 떠 다니다 톡! 터지는 것처럼. '으~~~~' 하는 소리가 호로로록 올라온다.



시원~ 하게 톡! 터지면 좋겠지만 아이들 앞에서 오만 답답함을 토로해봤자 벽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요즘이라 하늘 보고 후우!!!!!!! 하고 있는 힘껏 숨을 뱉어내고는 시원해졌다고 속으로 외쳐본다.



이춘기에 돌입한 것 같은 첫째.

일춘기가 시작된 것 같은 둘째.

이제 막 입이 트이기 시작한, 아직은 생각한 것을 말로 다 뱉어낼 수 없어서 자주 답답함에 울음 폭탄이 터지는 둥이들.



묻고 싶다.

"무슨 생각 하고 있니?"



물어도 본다.

"지금 기분이 어때?"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모른다거나 싫다는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때 어땠더라...' 머릿속을 쥐어짜서 어딘가 있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려 하지만 건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긴 어제 일도 가물가물한데 몇십 년도 더 전의 일이 기억날 리가 있나. 어느 소설에 보면 기억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모아놨다가 필요할 때 색인처럼 뒤져서 찾곤 하던데.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시절의 나를 지금의 아이들에 대입해보면 좀 쌈박한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대신에 답답함이 밀려올 때는 눈에 힘을 빡 주고 아이들을 살핀다.



둥이들을 보면 빨대를 쭉쭉 빨아 마시다가 폭! 소리 나게 입에 힘을 줘서 물통을 빼내느라 튀어버린 우유 방울이 보인다. 선둥이는 눈 주변에 뭔가 묻었을 때 곧잘 손으로 비벼대는데 우유가 묻으면 약하게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한다. 피부가 벌겋게 되면서 모기 물린 것처럼 허옇게 부풀어 오르는데 두드러기 속에는 짜증이 숨어있다. 화가 나서 징징대면 몸도 달아올라서 숨어있는 짜증은 점점 커지고 눈을 비벼대는 손은 점점 바빠진다.



후둥이를 볼 때는 귀도 쫑긋 세워줘야 한다. 선둥이만큼 말을 하고 싶지만 잘 되지 않아서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곤 하니까.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빠르게 판단해서 되받아줘야 한다. 열심히 작은 입을 삐죽 내밀고 말하는데 못 알아주면 얼굴이 벌게지는 건 시간문제이다.



시한폭탄. 쓰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것이 꼭 시한폭탄 같구먼.



첫째는 마음을 비우고 살피는 게 나의 꼭지가 돌아서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는 요령이다. 너무 신경을 써서 보다 보면 오기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고 '나 여깄소!' 하고 튀어나와서 활활 타오르는 심경을 어찌할 줄 모르는 건 결국 내가 된다. 사춘기를 향해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는 첫째는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휙 토라져 입을 꾹 다문다. 얼굴이 길고 납작하게 바뀌면서 눈이 일자로 길어지는 모습이 꼭 밥을 풀 때 쓰는 밥주걱 같아서 '밥주걱 모드'가 됐다고 우스게 소리처럼 이야기하지만 가슴을 쾅쾅 쳐대고 싶을 만큼 속이 터진다.



둘째는 쉽냐. 그건 또 아니다. 둥이들이 부러운지 누가누가 더 애기스러운지를 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뭐라 웅얼대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눈물은 빠지면 섭섭하고 그 어떤 것보다 견고하며 강한 무기다. 적당히 못 본 척하며 '감'을 세우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가 화내고 있는 포인트를 콕 집어낼 때가 있는데 바로 마음의 평온이 짠~ 하고 나타나는 순간이다.



나도 스스로를 알아채기가 힘든데 따로 떨어진 인격체인 아이들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알아차려줘야 하다니. 곁눈질 한 번으로 상대방의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명탐정 뭐가 아닌 고로 직접 물어봐야 하는데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가 없으니 참 답답하다. 텔레파시라도 가지고 있으면 참 좋으련만.



오늘도 매 순간 아이들이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나는 묻고 또 묻는다.

그 와중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은 어쩌느냐 하면. 마음속에 묻는다. 뭐 그러다 보면 시원한 날도 있지 않겠는가. 빨리 좀 와라 그런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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