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임은 영원하여라~

나를 위로해주는 것들 2.

어쩌다 보니 꽤 여러 가지 책 모임에 몸을 담고 있다.


코로나로 외출이 적어지고 사람들과 대면할 기회가 적어진 대신 인터넷 상에서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모임이 늘어났다. 덕분에 일본에 있으면서도 한국 사람들과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줌이나 메신저 등을 통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내면의 나를 살찌우고 싶어서 틈틈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책 모임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 둘 참여하기 시작한 모임은 어느새 세 개나 되었다.


'세 개나'라고 하니 많은 것 같지만 모두 진행방식이 달라 조금씩 시간을 할애하면 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참여하고 있다. 소설에 치중되어 있던 취향도 독서모임 덕에 여러 가지 장르로 눈을 돌릴 수 있어 시야가 넓어졌다. 자기 계발, 인문, 마케팅, 적정 심리학 등 혼자라면 찾아보지 않을 책들을 접하니 그야말로 새 세상이 열린듯한 느낌이다. 가끔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책에 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며 잘난 척(?)을 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있다.


기록을 겸해 지금 하고 있는 모임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를 만나다 를 주제로 2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총 5권의 책을 가지고 진행하는 독서모임


벌써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월부터 시작했는데 조금씩 쉬엄쉬엄하다 보니 언제 모여도 새롭다. 매번 논제가 먼저 주어지고 책을 읽고 나서 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눈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힘을 북돋아주고 공감받을 수 있다.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기 위해 모임에 참여했는데 든든한 내 편을 만난 느낌이다.

카톡을 통해 정해진 시간에 각자 생각해 온 논제를 나누며 으쌰 으쌰 하는 시간이 즐겁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다 흥분하면 각 멤버당 할당된 시간이 초과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모임을 통해 인문학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찌나 어렵던지. 신기한 건 어려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렵다 어렵다 타령을 했는데 자꾸만 그 책에 손이 간다는 것이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서 천천히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10분 독서+5분 필사로 2권의 책을 선정해 한 달 단위로 읽고 쓰고 인증하는 독서모임


10분 독서. 마음먹고 앉아서 책을 펼치지 않는 이상 앉아있을 여유가 없는 나에게 10분 독서라는 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요즘 필사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5분 필사라는 것도 구미가 당겼다. 아이들을 돌보며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깜깜한 밤에 수유를 하며 전자책을, 저지레를 하며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서서,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틈틈이 이런 식이다. 가끔씩은 아이들에게 '책 읽어줄까?'라고 운을 띄우고는 내가 읽던 책을 읽어준다. 물론 아이들은 저게 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지만 그렇게라도 읽고 싶은데 어떻게 하겠는가.


15분 그쯤이야. 하면서 참여했는데 15분. 정말 어렵다... 책을 읽을라치면 갑자기 아이들에겐 엄마가 필요해진다. 어딘가에서 부르는 "엄마~!" 재우고(흔히들 말하는 육퇴 후) 읽으려고 폼을 잡으면 자다가 자꾸만 찾는다. 그래서 꾸역꾸역 인증을 이어가고 있지만, 항상 다독여주시는 리더님과 열심히 하고 있는 다른 멤버들을 보면 포기할까 싶다가도 힘이 나 자꾸만 하게 된다.


정해진 분량을 읽고 매주 월, 목에 줌으로 모여 감상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는 독서모임


가장 빈번하게 얼굴을 마주하는 독서모임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 사는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모집하는 글을 보고 잽싸게 손을 들어버렸다. 한 번의 고민도 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은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는 모임인데 여기서 난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과 모였을 때 이야기를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시간이 둥이들 점심시간에 걸려서 밥을 주느라 정신이 없기도 해서이다.(후자는 말을 조금 하고 싶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듣기만 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기에 맘도 편하고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쉽다.


이 모임을 하면서 책친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속 깊은 이야기도 책 이야기와 버무려가며 허물없이 나누다 보니 오래 만난 것 마냥 얼굴을 보면 참 반갑다.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고 나처럼 낯을 가리거나 사람들 사이에서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으니 자꾸만 빠져든다. 내가 하는 말 몇 마디가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나 스스로를 쓸모 있게 느낄 수 있어 좋다.


이러니. 관 둘 수가 있나.

그리고 참여하다 보니 자꾸만 내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어 진다.

이젠 나도 한번 독서모임을 만들어볼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while True:     도~는 하얀 도라지~ 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