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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아침밥 잘 차려줘?라는 질문의 오류

결혼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

by 프니

웨딩드레스 무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한 신혼인 나에게 사람들이 자주 묻는 것이 있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나의 안녕을 물어주다니,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드는 것은 나의 밥이 아니라, 남편의 밥, 삼시 세 끼 중에서도 아침밥을 궁금해하는 것.


"남편 아침밥 잘 차려줘?"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결혼한 이래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바로 이거다. 사위의 아침이 걱정되는 우리 엄마부터 시작해서 이미 결혼을 한 친구들, 심지어는 아주 어린 친구에게까지도 같은 질문을 들었다.


남편 아침밥 잘 차려줘?라는 말은 남편, 아침밥 먹어? 아침밥 먹는다면 직접 차려줘?아니면 남편이 스스로 먹어?라는 말이 줄여져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 입안에서는 피카추의 220 볼트 전기를 끌어모아 "츄우 우우"하고 통 크게 뱉어버리고 싶지만, 현생을 살아야 하니 그건 참는다. 이쯤 되면 전생에 놀부 부인에게 밥주걱 싸다구를 맞은 흥부 부인이었음이 틀림없다. 다들 나를 보고 밥을 찾는 걸 보면..



"아니, 나도 일하잖아?"

재택으로 일 하던 당시에는 그런 질문이 조금은 이해가 갔지만, 결혼 초기에는 정말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도 회사에 다니고, 심지어 내가 더 빨리 일어나서 빨리 나가야 되는데? 결혼했으니 꼭 아내인 내가 밥을 차려줘야 하나? 가벼운 반발감이 아주 자주 들었다. 하도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든든하게 남편을 배웅하지 못하는 내가 못된 아내가 돼버린 것만 같았다.


"내일 아침밥을 차려볼까? , 차린다면 무얼 차리지?"

괜히 내일 밥을 차려주겠다고 나서는 내게 남편은 갑자기 아침에 밥 먹으면 속 안 좋다며 나를 말렸다.




[속보] 남편, 아침 안 먹은 지 오래됐다고 밝혀져..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나는 아침밥을 안 먹은 지 20년이 되었고, 남편도 아침밥을 안 먹 는 사람이라는 거다. 아침밥 먹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결혼했다고 와이프가 차려주는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것인가?

사실 큰 의미는 없이 다음에 밥 한번 하자~처럼 가볍게 던지는 경우가 대다수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는 때때로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침밥을 차려주는 행위에 대해 옳고 그르다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런 일로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싶지도 않다. 집에 일하는 사람이 무조건 차려야 해! 나는 여기에 찬성! 아니, 그래도 아침잠이 많으면 안 차릴 수도 있지, 나는 반대! 이렇게 찬/반대를 나눌 일도 아니다. 저마다의 상황과 사정이 있고, 부부 둘만의 아주 개인적인 일이지 타인이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이 질문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 남 편 아 침 밥 차 려 줘? "


첫 번째는 모든 사람들이 아침밥을 먹을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질문이라는 점이고, 둘 다 직장인이라 하여도 아침밥을 짓는 건 아내라고 단정 짓는다는 점이다..


내가 그동안 이 날것의 질문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할 때, 남편은 " 와이프(한 테) 밥 차려줘?"라는 질문 대신, "와이프가 밥 차려줘?"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언제부터 집안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조건 아내의 일이 돼버린 걸까. 언제부터 남편에게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아내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람이 돼버린 걸까.


혹여나 말하지만, 아침밥을 차리기 싫다는 말은 아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고, 만약 혼자 차려먹기 힘든 상황이라면 기꺼이 벌떡 일어나 차려줄 의향이 충분하다. 몇 년 동안 한결같이 남편의 아침밥을 차려주는 친구를 보면 참 대단하고, 내일은 무얼 챙겨줄까 고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엄마도 사위의 아침밥을 걱정한다. 엄마 사위는 엄마 딸처럼 아침에 뭘 안 먹어~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엄마는 그래도 뭐라도 챙겨줘야 된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이제는 "응, 잘 챙겨주지. 든든하게 보내." 라며 거짓부렁을 이야기하는 내 마음도 참 편하지만은 않다.



가까운 미래에는 여자들이 " 남편 밥 잘 차려줬어?"라는 질문을 듣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 와이프 밥 잘 차려줘?"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을까? 아니, 그냥 남편이든 아내든 아침밥에 대한 걱정 어린 질문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질문을 받는다면 고박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으니까.

"죄송한데, 아침밥은 저희가 알아서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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