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딱 좋은 계절, 겨울.

by 프니

"그거 알아? 연인들이 가장 많이 헤어지는 달이 12월이래, 끊어내고 새 출발하겠다 이거지!"


B와의 이별을 고민하는 내게 친구 A가 말했다. A의 말이 너무 차가워서 듣자마자 코가 시큰해졌다가, 꽁꽁 숨겨왔던 마음을 들켜버린 느낌에 눈물이 왈칵 떨어졌다. 맞아, 진즉에 헤어져야 하는 걸 알면서도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마음속에도 칼바람이 불까 봐 헤어짐을 망설이고 있었으니까.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떠나는 뒷모습의 아름다움을 알면서도, 나는 섣불리 그에게 등을 보이지 못했다.

unplash@Roan Lavery

그날도 어김없이 눈이 왔다. 험한 눈길을 피해 먼 길을 돌아 집에 도착하고,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왔는데도 B에게는 잘 들어갔냐는 연락조차 없었다.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펑펑 내리는 눈을 오랫동안 보느라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 종일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얘졌던 길거리가 말끔하게 단장을 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정해진 아스팔트 위를 씩씩하게 걸었다. '좋았던, 안 좋았던 B와의 기억은 이 눈처럼 빠르게 사라질지도 몰라, 그래 지금이 헤어지기 딱 좋은 날일지 몰라.' 며칠 뒤, 나는 B와 헤어졌다. 그날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이었다. 동시에 가장 따뜻한 겨울도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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