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가 쏘아올린 교훈
초등학교 1학년이지만, 학교에 간 날이 열흘도 안 되는 사촌동생의 방에 끌려들어 갔다. 언니, 무슨 재미있는 일 없을까?를 묻던 동생은 이거라도 해보자며 종이접기 책을 꺼내 들었다.
우리는 오늘 감을 접기로 했다. 좋아! 감 정도면 쉽겠지 하는 맘으로 덤볐다가 나는 24살이나 어린 사촌동생의 도움의 손을 받아 겨우 감을 완성했다. 어릴 때는 자주 하던 것인데, 영 감이 떨어졌다.
동생은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감을 만드는 사이, 컵을 만들어 놓고 나를 기다려주었고, 완성된 컵에 감을 올려놓더니 이제는 빨대를 꽂고는, 감귤주스라며 박수를 쳤다. 나 또한, 동생의 창의력에 돌고래소리를 내며 박수를 쳤다.
하지만 동생의 예술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서랍 안쪽에서 하트 스티커를 꺼냈더니 곧장 왕따시만 한 빨간 하트를 정가운데 붙이고는 양옆에 또 작은 스티커를 붙였다. 30여가지 다른 크기와 색깔의 하트스티커 중에서 원하는 스티커를 고르는 데는 1분도, 아니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동생의 쿨한 선택이 멋있어보였다가도 혹여라도 가장 큰 스티커를 붙인 것을 후회할까 봐 이렇게 물었다.
"이렇게 막 붙여도 돼? 아깝지 않아?"
"뭐 어때, 내 건데!"
순간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된 느낌이었다. 그렇지, 맞아. 내 건데 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왜 가장 큰 하트는 두고두고 아끼다가, 지금보다 더 멋진 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딱 사촌동생 나이 때, 선물로 받은 둘리 물감이 너무 좋아 아끼고 아끼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채 발견됐던 그 날이 떠올랐다.
여덟 살 동생보다 나이도 겁도 많은 서른두 살 언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종이접기 책을 주문했다. 리뷰를 보니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게 대다수라 순간 망설였지만 곧장 주문버튼을 눌르고 속으로 외쳤다.
다시는 내 인생의 꽁꽁 굳은 물감을 만들지 않기로 다짐했던 어느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