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아빠의 도전!
어릴 때부터 티비를 좋아했던 나는 아직도 코끝이 시린 계절이 되면 겨울연가를 찾아보고, 심심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순풍산부인과를 본다. 가족 뿐 아니라 친구들은 도대체 1990-2000년대에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20년도 더 된 것들을 보는지 자주 묻는다.
이 외에도 기억나는 프로그램들이 몇개 있다. 식탁 위의 물건을 쓰러트리지 않고 식탁보를 빼내면 가족에게 선물을 주는 아빠의 도전, 마트에 가서 장을 본 후 금액을 맞추던 프로그램(이름을 까먹었다), 종이배에 사람이 탈 수있는지 실험하던 호기심천국, 학교옥상에 올라가 하고싶은 말을 내뱉던 기쁜우리토요일 등.
그때는 손에 땀을 쥐고 봤던 아빠의 도전의 도전규칙들은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저걸?왜?싶은 것들이 많았다. 다리 사이로 저글링을 한다든지, 물건을 위로 높이 쌓는다던지의 것들은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은 아니니까. 잔인하게 말하면 쓸데 없는 짓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이냐!실패냐! 외쳤던 아빠의도전을 보며 도전하는 용기를 배웠던 것 같다. 일주일간 맹연습을 하고, 스튜디오에 나와서 최종 도전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었음을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또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쓸데없는 배움, 쓸데없는 짓은 없다. 도전을 한 아빠가 성공을 했든, 실패를 했든 그 연습기간동안 가족들은 열렬히 아빠를 응원하고,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힘이 되어주는 시간을 보냈을테니까.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 아빠들도 결국 승리를 한 것과 다름 없었다.
베스트셀러의 대부분이 돈과 관련된 것들인 2020년, 쓸데 없어 보이지만 결코 쓸데없지 않던 그시절 프로그램들이 무척이나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