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거야.”
내가 이 말의 참뜻을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직장생활을 하고 학원을 창업해서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다. 그동안 직장에서의 선후배는 물론,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얼마나 이 말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거야.” 시간이 지나 이 말을 다시 접했을 때 내가 얼마나 무책임한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맞닥뜨릴 때면 끊임없이 주문을 걸었다. 동시에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끊어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면 어느 샌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은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이런 주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아낌없이 내뱉던 말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학원을 운영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불안과 두려움이 찾아왔다. 어김없이 나는 주문을 외웠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거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과 두려움은 더욱 커져갔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동안 알고 있던 주문의 효과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찾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은 전혀 알 수가 없다. 한 마디로 해결 방안도 없다는 뜻이다.
이 사태는 결국 불화로 찾아왔다. 함께 지내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불같은 악을 지르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함께 지내며 몇 번의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더 이상 소리 지르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함께 하는 사람은 그런 모습에 상당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밤늦은 시간이면 혼자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타기 힘들 정도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해가며 2년의 시간을 함께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나의 행동으로 함께 하던 사람은 충격에 빠졌다.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해와 용서를 구할 수 없었다. 원인도 모르는 채 구하는 이해와 용서는 단지 회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혼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학원으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멍하니 의자에 앉아 유튜브를 열었다. 평소 유튜브는 즐겨 보지 않았는데 알림이 울린 것이다. 책을 소개하는 채널이었는데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 장더펀의 <나를 찾는 수업>. 제목에 이끌려 바로 책을 구매했다. 책 내용이 어떤지는 이후 생각할 문제였다. 책 소개만 보고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책을 구매한 것이다. 사무실 의자에 홀로 앉아 밤새 책을 읽었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유일하게 단점이 없는 것이 책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책은 장점만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책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특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들쳐본 책은 아무런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도 들지 않는 것이다.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너무 혼란스러웠다. 지금 나에게 처한 위기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책인데, 그마저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의자에 앉아 청한 잠자리는 불안한 마음이 더해져 피로감만 더 쌓였다. 눈을 떠 시계를 보니 오후 2시가 되었다. 온통 불이 꺼진 사무실에서 해가 중천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불편한 몸으로 잠에서 깼다. 그리고 전날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내 정신에 문제가 있을 뿐 꼭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찾고 싶었다. 아마 제목이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게 다시 책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전날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늘 우리에게 불어 닥치는 연속된 불행의 삶은 어떤 이유로 생겨나고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우리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이유, 왜 우리는 불행이라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내가 처한 불안의 실마리를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읽고 또 읽었다. 2일 동안 4번을 읽으며 해결 방안을 꼭 찾고 싶었다. 노인과 리뤄링의 대화만을 정리해 보기로 했다. 정리된 대화 내용만 A4 기준으로 20페이지 분량이다. 밑줄 친 내용, 그리고 20페이지 분량의 대화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를 찾게 되었다. 지금 내게 처한 문제는 그동안 갖고 있던 에너지 고갈이 원인이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만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 사물, 사건 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에너지의 결집체이다.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될 거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주문이 먹힐 수 있었던 이유는 남아있던 에너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남아있어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알 수 없는 감정들을 가지고 살아간다. 수많은 좋고 나쁜 감정들은 완전히 분리시킬 수 없는 또 하나의 존재다. 또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이겨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희망을 찾는 것이다. 어둠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빛을 내는 것이다. 빛을 낸다고 해서 어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긍정으로 뒤덮을 뿐이다. 나에게 이 긍정의 에너지가 방전된 것이다. 그동안 뒤덮고 있던 긍정 에너지가 방전되면서 부정이 드러난 것이다.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은 그렇게 나를 사로잡았다.
어느 순간부터 결과에 집착하는 일이 잦아졌다. 평소에는 결과보다는 원인에 집중하는 편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은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원인에 집중하고,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어느 순간 뒤바뀌게 된 것이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느 크고 작은 회사라도 자금에 대한 압박이나 직원으로 인한 어려움 등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거친다. 한 달 마감을 하고 새로운 한 달을 준비할 때 수중에 200만 원이 전부인 때가 있었다. 당장 학원 운영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기에도 부족한 이 자금을 가지고 버텼다. 그 때 내가 가진 생각은 단 하나였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에 월 수익이 얼마가 날지 알 수 없지만,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 결과 2천만 원이라는 월 수익을 만들었다.
항상 이런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자가 나는 시기도 있고, 많고 적은 흑자가 나는 시기도 있다. 수익을 내는 시기가 적자를 내는 시기보다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과보다 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에너지가 방전되고 머릿속은 온통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리 잡으면서 인과의 관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결과에 집착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내가 결과에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 순간은 이미 결과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었다.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인지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