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부터 얻는 용기

by 프리노마드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해도 힘이 부칠 때가 있다. 생각의 한계와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게 되면서 생각은 서서히 부정적으로 변해간다. 내가 그럴 때마다 선택한 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고, 무엇보다 글에 집중하기 때문에 긍정이든 부정이든 잡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참 싫어하던 사람이었다. 싫어했다는 표현도 아까울 만큼 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근 1인 독서량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1년간 독서량이 0.9권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 수치를 보며 1년에 책을 1권도 안 읽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보는 관점은 1년에 책을 한 권 사서 90%는 읽는다고 생각한다. 30대 중반까지 책을 한 번 사본적도 없고, 세상에 가장 돈 아까운 것이 책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1년에 90% 읽는 사람보다도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생겨 처음 제대로 읽기 시작한 책이 주식 책이었다. 투자를 하더라도 조금은 알고 시작하자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 몇 권의 책을 읽게 된 것이다. 주식 책에서 부동산 책으로 책의 장르가 바뀌면서 조금씩 책을 읽는 양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럼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까? 아쉽게도 한 번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책을 읽어야 하는 목적도 제대로 몰랐고, 그냥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글씨만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식은 마음대로 투자하게 됐고, 부동산은 아예 투자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을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40대 초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오랫동안 몸 담아 일하던 회사는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며 인원 감축을 해야 했다. 회사의 총관리를 맡고 있던 나는 쓰린 마음을 달래지도 못하고 직원들을 해고해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식은땀이 흐른다. 대부분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최소한의 직원들만 남은 상태에서 '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도 언젠가는 해고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로 인해 해고된 직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다. 심적 부담과 아픔이 함께 찾아오며 하루하루가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일에 대한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고 의욕은 상실되어 갔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은 온데간데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안명숙 작가의 <나는 독서 재테크로 월급 말고 매년 3천만 원 번다>라는 책이었다. 책 제목만을 보고 무엇에 끌렸는지 바로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에서 책을 골라 읽어보던 중 뜻밖의 글을 읽게 된 것이다.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얼마든지 배워서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책을 쓰면 성공한다는 말과 함께.


책을 쓰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나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의 척도라고 생각해서 돈을 벌기 위해 대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 나를 되돌아봤을 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고, 직원을 해고하며 내 앞날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책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책 쓰는 방법을 공부하고 배우기로 했다. 우선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어봐야 한다. 다양한 책은 아니더라도 쓰고자 하는 책의 장르에 따라 경쟁 도서들은 읽어야 한다. 보통 20-30권 정도의 책을 읽어보라고 한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였다.

책을 쓰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은 지금까지 300권이 넘는다. 지금도 꾸준히 1주일에 1~2권은 읽고 있는 편이다. 책을 쓰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작가가 된 것이다. 3개월 동안 집필해서 정식 책을 출간했다. 물론 책이 많이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인지도가 상승하면 좋았겠지만 내 이름 석 자 적힌 책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시작은 했으니까. 그리고 또 다른 변화는 회사에 대한 생각이었다. 20년간 일해온 직장은 나에게 있어 도피처였다. 회사 일 말고는 할 줄 아는 일이 없었고, 특별한 취미 생활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20년의 직장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책에 대한 필요성과 이유를 모르고 살았던 시간이 부끄럽다. '흰색은 종이요, 검은색은 글씨'라는 말을 되뇌며 살았던 지난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내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여전히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하루하루 우울함 가득한 채 살았을 것이다. 책 제목 하나에 이끌려 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고 염려와 걱정이 생기는 때가 있으면 책을 읽는다. 그 안에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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