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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Mar 04. 2018

공간을 살리는 감각.

도쿄에서 만난 공간을 살리는 디테일.

공간을 만드는 일을 어렵습니다.

공간을 살리는 일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수많은 고민을 하고 심혈을 쏟아서 공간을 만들었는데

그 공간이 살지 않는다면 그보다 속상한 일은 없습니다.

간이 죽지 않고 사람과 더불어 살게 하려면  매 순간 고민해야 합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서 블라인드를 조절하고

공간이 편안할 수 있도록 시간 내에 맞추어서 음악도 바꿔합니다.

사람들 행동을 관찰하며 사람들이 쾌적하게 공

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공간을 살리는 일은 공간을 만들고 나서도 계속되는 끝나지 않는 과제입니다.


도쿄에서는 많은 아이디어, 영감, 디테일을 항상 봅니다.

도쿄에서는 한국과는 한 박자 다른 디테일이 있습니다.

같은 물건도 적용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그 다름을 보고 서울에서 적용할 생각을 합니다

.

도쿄에서 제가 보고 경험한 '공간을 살리는 디테일'을 적어봅니다.


1. 하네다 공항 탑승구 USB 충전기.

공항 탑승구는 만감이 오가는 곳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이에게는 설렘을,

일상으로 귀환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을 줍니다.

하네다 공항 출국 터미널.

이제는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일은 일상입니다.

보조배터리는 기본이고 전기플러그만 보이면 일단 충전기를 꼽습니다.

이러한 광경은 공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항에서도 전기플러그나 USB 포트가 있는 곳에 

다들 스마트폰을 충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원 플러그 위치는 건물 벽에 붙어있거나 

건물 복도에 위치해서 다들 건물 벽면에 붙어 앉아서 충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립니다.


하지만 하네다 공항 탑승 터미널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기가 아주 힘듭니다.

터미널 안에 있는 의자들 가운데서 하얀 봉이 눈에 보입니다. 

이 하얀 봉이 멀리서 보면 정체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냥 조명처럼 보입니다.

의자 마다 하얀색 봉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조명등입니다.
USB가 각면에 2포트, 110볼트 접촉부 1개,

실제로 조명이 맞습니다. 그런데 조명봉에 'CHARGE'라고 쓰여있습니다.

즉, 이곳에서 충전을 하란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조명 봉을 중심으로 의자가 8개 있습니다. 조명봉을 중심으로 

6명은 동시에 이 충전봉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아. 

무엇보다 앉아서 충전하기 매우 좋습니다.

충전선을 꽂는 일이 불편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피해도 주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짐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플러그 주변에서 막연히 앉아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의자에 편하게 앉아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 됩니다.

이 같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은 물론이며 건물 안에서 공간을 살려줍니다.

총 6명이 동시에 충전이 가능합니다.


3. 식물을 적절히 사용해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한다.

일본 골목, 카페, 브런치 식당, 라이프스타일 가게, 건물을 보면

공간에 활력과 상쾌함을 주기 위해 화분을 활용한 점이 두드러집니다.

지나치게 조용한 공간에 식물을 놓는 것 하나만으로

그 공간이 가진 느낌에 엄청난 차이를 만듭니다.

신주쿠 뉴우먼스에 위치한 제니스웡. 모던한 디자인이지만 공간이 따뜻한 느낌보다는 차가운 느낌이 강합니다.

모던한 인테리어를 가진 디저트 바 제니스 웡은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검은 금속 재질과 대리석 소재를 사용해서 차가운 느낌을 줍니다.(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신주쿠 루미네에 위치한 사라베스.

신주쿠 사라베스는 식물이 없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분주한 느낌은 들지만 이 공간을 따뜻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공간을 만들더라고 공간을 살리고 채우는 존재는 결국 사람입니다.

만약 공간에 물건만 진열하거나 혹은 미니멀하게 만들어 버리면

물건 때문에 산만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미니멀한 디자인이 사람에게 위축감을 주기 쉽습니다.

제가 도쿄에서 본 공간들에서는 비는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 식물을 적시적소로 사용합니다.

물론 화분을 그냥 막 가져다 놓는다고 무조건 공간이 사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도쿄에서 관찰해보니 제 기준에서 2가지 요소로 정리가 됐습니다.

 

1) 식물을 어떻게 '배치'하는가?

지유가오카의 아크메로 기억합니다.

사진에서 만약 식물이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조명과 물건만 나열이 돼있어서 공간이 죽어버릴 겁니다.

식물을 배치해서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고 

물건들끼리 가지는 맥락을 더했습니다.


다음은 블루보틀 신주쿠점과 아오야마 점 비교입니다.

블루보틀 신주쿠점은 식물이 아주 적습니다.

간결한 느낌은 매우 강합니다. 커피에 몰입하기 아주 좋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카페 공간에서 묻어 나오는 조용함과 적막감은 어절 수 없습니다.

블루보틀 신주쿠점.


하지만 아오야마 점은 조금 다릅니다.

블루보틀 아오야마지점.

블루보틀 아오야마 지점은 신주쿠점에 비교하면 식물의 배치는 좀 더 많습니다.

가게 앞과 사람들이 앉는 자리에 식물을 놓아서 공간을 구분하고 동시에 공간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같은 블루보틀이지만 느낌은 상당히 다릅니다.


나카메구로 츠타야 서점 테라스에 있는 식물입니다.

화분과 그 옆에 콘크리트로 만든 화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녹색 금속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도쿄에서 이런 배치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화분, 콘크리트 화단이 없다고 가정하고 철제 의지만 있다면

공간에 생동감은 떨어지겠죠. 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공간을 살아나게 만듭니다.

지유가오카에 위치한 스톡 수프 'ALSO'입니다.

건물 천장이 높으면 그 자체로 사람은 평안함을 가집니다.

여기에 식물을 매달아놓는 형태와 정사각형 화분을 놓아서

공간을 정갈하고 차분하면서도 생기 있게 만들었습니다.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 내부입니다. 천장에 식물과 식물과 잘 어울리는 소모품을 사용해서

노출 파이프가 만들어내는 삭막함을 상쇄하고 분위기를 더욱 살렸습니다.

이 천장이 노출 파이프만 있다고 생각하면  츠타야 북 아파트먼트의 아늑함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2) 화분 '크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화분 크기를 공간과 잘 어울리도록 조절하면

공간 자체에 디테일과 생동감이 살아납니다.


요요기공원 옆 오쿠시보에 위치한 모노클 샵은 가게 앞에 베이지색 의자 두 개와

그 옆에 화분 4개를 대칭으로 놓았습니다. 화분이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대칭을 이룹니다.

동시에 모노클 샵 입구에 활력을 넣어줍니다.

(이 글 전체에 나온 사진에서 식물이 없을 경우를 상상해보면서 사진을 보세요.

그 차이를 그려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덩굴식물이 벽을 많이 차지하기에 작은 화분을 사용해서 공간에서 녹색이 이어지게 했습니다. 

하라주쿠에 위치한 하라주쿠 캐스케이드입니다.

이 곳 식물들은 대부분 큽니다. 건물이 가득한 하라주쿠를 고려하여 식물(화분)로 

건물 내부를 감싸는 방식으로 배치를 해놓아서 건물 안에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양 옆에 식물을 크게 배치해 놓았습니다.식물이 공간에 안정감을 더해줍니다.

건물 안에서 남는 공간에 화분을 배치한 면도 

위에서 바라보면 건물 구석에 식물을 크게 둘러싸는 형식으로 배치했습니다.


3. 일상 재료를 사용해서 공간에 정체성을 살린다.

오쿠시보에서 본 빈티지소품가게. 빈티지한 의자와 식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가게 정체성을 분명하게 만듭니다.
오쿠시보에 위치한 미멧. 

공간에 정체성을 더하는데 꼭 세련된 물건 혹은 디자인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감각적으로 배치해서 그것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오쿠 시보에 위치한 식당인 마멧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멧의 입구에는 아주 오래된 자전거가 있습니다.

오래되었지만 익숙한 물건은 이 가게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늠케 합니다.


조그마한 '미멧'간판과 진열된 와인병들

계단에 진열된 와인병과 화분도 입구 앞에 있는 자전거와 더불에 이곳이 어떤 곳이 가늠케 합니다.

와인병을 만들어놓은 와인 나무. 소박함이 모여서 정겨움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미멧의 메뉴는 아주 소박합니다. 모노클 트레블 가이드 도쿄 편에서는

미멧에서 반드시 아침을 먹으라고 추천합니다.

(하지만 제가 갈 때 아침메뉴가 끝나서... 다음 여정을 기약했죠.)


4. 그 외


공간을 살리는 감각이라고 해서 

새롭게 무엇인가 하는 감각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먼저 적용해본 일중 자신에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자신이 처한 상황과 계획에 맞게 적용하면 됩니다.


예전에 있던 것을 더 나은 방향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유연함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 이 공간을 살리는 감각의 시작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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