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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7. 2024

개성과 감도를 섬세하게 표현한 도쿄의 브랜드공간

도쿄브랜드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해본다면? ‘디테일’이 아닐까? 도쿄브랜드가 유독 다른 다른 이유는 장르 하나하나에 디테일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심지허 저가상품에서도 말이다. 도쿄에서는 커피 한 잔, 그라놀라 한 그릇, 혹은 옷 한 벌도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하나의 귀중한 ‘경험’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도쿄의 브랜드들을 감각적으로 만든다.


이번에 살펴볼 세 곳의 브랜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도쿄의 디테일들을 담아낸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커피 브랜드부터, 교토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라놀라 전문점,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셀렉트 숍까지. 이들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도쿄문화와 감성을 농축시킨 진짜 라멘과도 같다. 이번 글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가 어떻게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제품을 통해 철학을 전달하는지, 그리고 고객과 어떻게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지를 살펴볼 생각이다. 이는 단순한 쇼핑 가이드가 아니다. 도쿄감성과 창의성을 탐험하는 여정이다.


1.오가와 커피 라바토리 아자부다이힐즈마켓점

일본 〒106-0041 Tokyo, Minato City, Azabudai, 1 Chome−2−4 ヒルズ マーケット内 ヒルズ ガーデンプラザ C 地下1階

1952년 교토에서 시작한 오가와커피는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는 독특한 공간 브랜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커피의 본질적 요소인 맛과 향을 중심으로 한 감각적 경험을 공간 디자인에 녹여냈다.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향수 샵에서 영감을 받은 진열 방식이다. 오가와커피는 분쇄한 원두를 삼각 유리 플라스크로 덮어 두었는데, 고객은 유리 플라스크를 잡고 향을 맡으면 된다. 특히 아자부다이힐즈 마켓 지점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 디자인은 AFPR이나 노즈 샵과 같은 향수 전문점의 디스플레이를 연상시킨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자유롭게 다양한 커피 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커피 매장과 한결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분쇄된 원두를 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진 것이다.

공간 디자인에 있어 색채 활용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아자부다이힐즈 마켓 지점의 경우, 아이보리와 회색이 조화롭게 섞인 진열장을 사용해 제품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이는 '라바토리'라는 단어가 주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커피 부티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또한, 투명한 유리 진열장과 원두통에 표시된 정확한 수치들은 오가와 커피의 '철저한 품질'을 시각적으로 전달하여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브랜드의 전문성을 더한다.

교토에서 시작된 브랜드답게, 일본 전통의 직선미와 간결함을 공간 디자인에 적용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현대적인 커피 문화와 일본 전통의 조화를 보여주는 독특한 요소이자,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원두의 특징을 전하는 방식도 직관적이다. 사람들이 커피 맛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요소들을 적었고, 추가적인 정보는 QR코드를 사용해 사람들이 원두에 대한 상세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고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의 서비스 철학도 공간 브랜딩의 중요한 부분이다. 바리스타들이 컨시어지 역할을 하며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원한다. 이는 고객이 자신만의 "궁극의 한 잔"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오가와 커피의 브랜드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그들은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 블렌딩까지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직원들이 부담 없이 커피를 시음해볼 것을 권하는 친근한 서비스는 다시오쿠메나 카야노야 같은 일본 전통 브랜드의 접객 방식을 연상시키며, 이는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는 단순한 커피 판매점을 넘어 고객에게 '다시 오고 싶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가와 커피 라바토리의 공간 브랜딩 전략은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브랜드의 독특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가와 커피는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고객에게 커피를 통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미리 분쇄된 커피 원두를 사용하는 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향과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와 커피의 전략적 브랜딩은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며 고객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2.코코로 키친 교토. cocolo kitchen

일본 〒104-0061 Tokyo, Chuo City, Ginza, 6 Chome−10−1 GINZA SIX B2


교토에 기반을 둔 그라놀라 전문점 코코로 키친은 공간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철학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제품을 중심으로 한 진정성 있는 공간 브랜딩과 특색 있는 메뉴가 특징이다.  코코로 키친의 공간 디자인 전략은 제품 중심 디스플레이, 정보 전달에 충실한 공간 구성, 브랜드 정체성을 반영한 색상 선택,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인테리어, 일본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진정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코로 키친은 투명하거나 단순한 패키징을 사용해 제품 자체를 강조한다. 화려한 디자인 없이 제품의 품질과 원재료에 집중하며, 직관적이고 간결한 제품 설명 표지를 사용하여 고객이 브랜드와 제품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글루텐 프리, 유기농 제품을 위해 연녹색 패키지로 만들어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장 인테리어는 간결하고 깔끔한 디자인이다. 여기에 교토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린 차분한 회색과 밝은 갈색을 사용해 사람들이 제품에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남색 노렌(のれん)을 활용해 매장 위에 설치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교토의 전통적 분위기와 현대적 디자인 요소간 균형을 맞추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일본의 모노즈쿠리 철학을 담아냈다.


코코로 키친의 메뉴도 브랜드의 철학을 잘 반영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차이 스파이스 향이 나는 'COCOLO SPECIAL', 메이플 설탕과 시럽을 사용한 'Premium Maple', 코코아와 견과류가 조화로운 'Classic Cocoa', 교토의 전통 된장을 활용한 'Kyoto Yuzu Miso', 코코넛을 주재료로 한 'Coco Cherry', 녹차와 말차를 혼합한 'Matcha', 상큼한 'Citrus Sour', 그리고 짭짤한 맛이 특징인 'Spicy Salt' 등. 이러한 다양한 그라놀라 메뉴들은 각각의 특징적인 맛과 향, 그리고 건강에 좋은 재료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졌다. 코코로 키친은 이러한 메뉴들을 통해 일본의 전통적인 맛과 현대적인 건강 트렌드를 결합시키며, 고객들에게 독특하고 맛있는 경험을 전한다.


코코로 키친의 공간 브랜딩은 화려함보다는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철학을 중심으로 공간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진정성과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효과적으로 전한다. 이를 통해 코코로 키친은 공간 디자인과 특색 있는 메뉴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며, 고객들에게 신뢰와 품질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다.


3.누비안

일본 〒150-8377 Tokyo, Shibuya City, Udagawacho, 15−1 渋谷PARCO 3F

다양한 도쿄 브랜드만의 감도를 모아놓은 시부야 파르코. 이곳의 수많은 매장 중에서도 NUBIAN이라는 셀렉트 숍이 특별히 눈에 띈다. NUBIAN은 단순한 의류 매장을 넘어서, 스트리트 패션과 럭셔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공간이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비밀스러운 드레싱룸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NUBIAN만의 특별한 공간 구성 때문이다.

NUBIAN의 인테리어는 개인 옷장을 연상시키는 친근함을 준다. 벽면을 따라 늘어선 옷걸이와 선반들은 마치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러한 구성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옷을 골라 입어보고 스타일링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예를 들어,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옆에 스트리트 브랜드를 배치하여, 고객들이 자유롭게 스타일을 믹스 앤 매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패션 브랜드에게 공간 활용과 상품 진열 방식은 브랜드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이 점에서 NUBIAN과 또 다른 유명 셀렉트 숍인 시보네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브랜드의 매장 모두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상품을 배치하는 기본적인 구조를 따르고 있지만, 그 철학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시보네가 상품들 간의 '맥락'에 초점을 맞춘다면, NUBIAN은 '스타일'을 중심으로 진열한다. 예를 들어, 시보네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들을 모아두거나 비슷한 컨셉의 아이템들을 함께 배치하여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반면 NUBIAN은 브랜드의 경계를 넘어 스타일의 조화에 집중한다. 고급 브랜드의 핸드백 위에 스트리트 브랜드의 티셔츠를 배치하는 식이다. 이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제공하며, 개성 있는 패션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NUBIAN의 이러한 진열 방식은 쇼핑을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닌 창의적인 경험으로 만든다. 고객들은 매장을 둘러보며 자신의 스타일을 탐구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며,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캐주얼한 데님 진과 고급스러운 실크 블라우스의 조합, 또는 스포티한 스니커즈와 정장 재킷의 믹스 매치 등을 통해 고객들은 새로운 스타일링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 덕분에 NUBIAN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패션 애호가들의 놀이터이자 트렌드세터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스트리트 문화와 하이패션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NUBIAN은 현대 패션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전한다. 결고객들은 NUBIAN을 방문함으로써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의 가능성을 품고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는 NUBIAN이 단순한 리테일 공간을 넘어,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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