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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7. 2024

브랜드만의 개성과 감도가 강한 도쿄브랜드

도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은 마치 브랜드의 꿈을 담은 작은 우주와도 같다. 그 안에 들어서는 순간 독특한 세계로 빠져들기 떄문이다.  어떤 브랜드이던지 간에 자연스러운 개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는 시간을 넘나드는 빈티지 감성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심지어 어느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도쿄브랜드만의 개성과 감도가 우리를 일본 특유의 섬세함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이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은 단순한 매장이 아닌, 하나의 경험이자 문화다. 이곳에서 우리는 소비를 넘어선 무언가, 더 깊고 의미 있는 것을 만난다. 서울과는 또 다른 개성과 감도를 가진 도쿄 브랜드들을 만나보자.


1.KBF

일본 〒150-0001 Tokyo, Shibuya City, Jingumae, 1 Chome−11−6 ラフォーレ原宿 4F

KBF는 일본을 대표하는 의류브랜드인 어반리서치에서 만든 브랜드다. '자신답게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브랜드 컨셉을 가진 이 브랜드는 트렌디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을 주로 선보인다. 예를 들어, 과도한 장식이나 로고를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의 의류들이 주를 이루며, 이는 개인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특히  KBF의 매장에 들어서면, 당신은 곧바로 이 브랜드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트렌디함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개인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의류들이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매장 내 디스플레이는 의류를 카테고리별로 나누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한다. 일상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편안한 소재의 오버사이즈 셔츠나 자연스러운 실루엣의 와이드 팬츠 등이 있다. 이는 KBF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개성'이라는 컨셉을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다른 매장에 비해 액세서리 제품이 풍부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귀걸이나 목걸이, 모자 등을 통해 KBF는 의류뿐만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KBF 매장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점은 전통적인 의류 매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KBF는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나이키와 같은 다른 브랜드의 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마치 편집숍과 브랜드 숍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를 들어, KBF의 미니멀한 원피스와 나이키의 스니커즈를 함께 진열하는 식이다. 이는 KBF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KBF 매장의 인테리어는 제품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게 해주며, 동시에 고객들이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예를 들어, 자연 채광을 활용한 밝은 공간과 미니멀한 가구 배치는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매장 직원들은 고객에게 특정 상품을 권하기보다는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적절한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이러한 KBF의 접근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의미 있는 경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가까운 미래 리테일의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MEOW

フォーレ原宿店住所:東京都渋谷区神宮前1-11-6 ラフォーレ原宿3.5階 

MEOW는 빈티지앤 주얼리가게이다. 빈티지천국인 시모키타자와나 코엔지에서도 빈티지의류와 쥬얼리를 함께 다루는 가게들이 많은 편이라서 MEOW가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MEOW가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향수와 치약 같은 향에 관련한 제품과 그릇까지 취급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급 치약 브랜드 '마비스'나 향수를 같이 판매하는 등.단순한 빈티지 숍을 넘어선 감각을 보여준다. 보통 도쿄에서는 '향'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많이 느낄 수 있는데, MEOW는 이런 도쿄의 문화적 특성을 잘 반영한 듯하다.

MEOW는 ‘주얼리 앤 빈티지’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갸또쇼콜라도 판매하고 있으며, 타카비베이커리에서 만든 차도 판매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 식품들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보인다. MEOW는 겉으로는 빈티지 주얼리샵을 표방하지만 차, 디저트, 치약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MEOW는 KBF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액세서리가 많았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귀걸이까지 폭넓은 스타일의 주얼리를 볼 수 있다. 당연히 빈티지 의류도 많았으며 옷 상태도 좋았다.  도쿄의 많은 브랜드들은 언제나 기본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만의 디테일과 색을 몇몇 특정 제품군을 통해 표현한다. 기본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곁다리에 집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MEOW 같은 경우, 빈티지와 주얼리 상품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다. 그 안에서 치약, 차, 디저트 제품을 통해 브랜드의 디테일을 더했다. 예를 들어, 빈티지 커피 잔과 함께 고급 차를 진열하여 빈티지와 현대의 조화를 보여주는 식이다. 아무래도 빈티지와 쥬얼리 상품 가게를 표방하다 보니 귀걸이와 쥬얼리 제품은 확실하게 많다. 특히 쥬얼리와 빈티지 의류 간의 공간 분할도 잘해놓아서 물건을 보기에도 편하다.  이러한 세심한 매장 구성은 MEOW가 단순한 빈티지 숍이 아닌, 큐레이션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임을 잘 보여준다.


3.레인보우 가라오케 시부야모디점.

 일본 〒150-0041 Tokyo, Shibuya City, Jinnan, 1 Chome−21−3 渋谷モディ 8F

레인보우 가라오케는 단순한 노래방 체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공간 브랜딩의 걸작을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시부야 모디점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일본에 있지 않다. 뉴욕 그 자체에 가깝다. 내가 이러한 판단을 한 이유는 실제 뉴욕에 갔을때와 아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마주하는 우아한 샹들리에, 귓가를 스치는 재즈 선율, 그리고 공기 중에 감도는 특유의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뉴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예를 들어, 레인보우 가라노케 입구에 설치된 대형 샹들리에는 뉴욕의 고급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며, 배경으로 흐르는 존 콜트레인의 'Take Five'같은 재즈 음악은 뉴욕의 블루노트 재즈클럽을 떠올리게 한다. 갈색 톤의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아늑한 공간은 마치 뉴욕의 유명한 재즈 바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벽면을 장식한 빈티지한 벽돌, 뉴욕 거리에서나 볼 법한 벤치, 심지어 천장의 전구형 조명까지. 모든 요소가 뉴욕의 정취를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스타일의 그림들은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특히 키스 해링 스타일의 그래피티는 80년대 뉴욕 지하철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소품 하나하나에도 뉴욕의 감성이 살아있다.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 방 이름까지도 브루클린, 소호, 센트럴파크 등 뉴욕의 유명 지역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곳에서는 아주 잠시동안 도쿄에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그러다 문득 들려오는 일본어 노래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예를 들어, 옆방에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가 이곳이 일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제서야 이곳이 가라오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레인보우 가라오케는 단순한 노래방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경험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컨셉을 구현한다면 철저히,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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