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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18. 2024

개성과 감도가 독특한 도쿄의 브랜드공간들

1. 파리생제르망(PSG) 플래그십스토어 시부야파르코점.


최근 유럽 축구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중동자본의 유입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급부상하고 있고, UAE의 맨체스터시티는 2023-24 시즌 트레블을 통해 오랜 시간의 투자를 통한 성과를 얻었다. 또한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재정 위기와 레알 마드리드의 세대교체가 화제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의 10년 연속 우승 독주 체제가 끝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이러한 국면은 과연 리그 뿐일까?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유럽 축구 클럽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축구클럽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브랜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히려 축구클럽들은 스포츠 팀을 넘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축구 유니폼은 이제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자 브랜딩 도구로 자리 잡았다. 특히 블록코어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한 감각적인 의류들을 각 축구클럽 후원사들이 선보이고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디자인이 담긴 유니폼은 이미 자체로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다. 더불어 스폰서 기업들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은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한다. 유명 클럽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스냅드래곤(퀄컴), 레알마드리드와 아스날은 아랍에미리트항공, FC바르셀로나는 스포티파이, 맨체스터 시티는 에티하드항공, 파리생제르망은 카타르항공, 바이에른 뮌헨은 티모바일, 토트넘 핫스퍼는 AIA생명 등 축구유니폼과 클럽은 글로벌 마케팅 및 브랜딩의 각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맨체스터시티는 명절이 되면 한국어로 만든 영상을 만들정로도 한국에 대해서도 진심이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르는척 할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시부야 파르코에 위치한 파리 생제르망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자. 그냥 지나가면 그냥 기념품가게에 불과하지만, 시부야의 다양한 문화와 J리그와 해외 축구시장에 대한 수요가 탄탄한 일본을 고려하면, PSG의 접근은 보다 더 일본인들의 일상에 들어가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곳은 단순히 PSG 팬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PSG라는 브랜드가 일본의 일상 문화에 녹아들려는 노력의 결정체다. J리그의 인기와 해외 축구에 대한 일본인들의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전략적인 브랜딩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통해 도쿄 브랜드의 세그먼트가 얼마나 다양한지 살펴볼 수 있다.


도쿄의 브랜드 생태계는 놀랍도록 다양하다. 그 속에서 PSG는 스포츠와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독특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와 로컬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며, 현대 브랜딩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기에 시부야의 PSG 스토어는 단순한 상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곳은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의 브랜딩 전략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쿄라는 도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창문이다.


2.BAIT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이 편집샵 브랜드는 '편집력'이 브랜드개성과 감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일단 BAIT의 매력은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감성과 일본 서브컬처의 깊이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데 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 서브컬처. 그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떻게 전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BAIT 매장을 둘러보는 재미다. 도쿄 브랜드가 아님에도 추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상품 카테고리나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매장을 구성한다. 이와 달리, BAIT는 '색'을 중심축으로 삼는다. 피규어, 옷, 신발, 프라모델이 색을 매개로 한 공간에 어우러진다. 이는 마치 팔레트 위의 물감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그림을 그려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BAIT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놓치지 않는다. 신발은 신발대로, 옷은 옷대로 진열해 놓아 쇼핑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는 다소 생소한 진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자연스럽게 매장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배려다. 게다가 이러한 방식도 주기적으로 바꾼다.

BAIT 매장 옆으로는 오가와 캠핑 로지와 시부야 파르코 팝업스토어가 자리하고 있다. 

이 배치는 우연이 아니다. 파르코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파르코는 캠핑, 편집샵, 팝업스토어등 서로 다른 성격의 브랜드들을 인접시켜 놓음으로써,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전하려고 한다. BAIT를 통해 우리는 브랜드가 어떻게 문화를 담아내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개성과 감각을 표현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리테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부야 파르코의 BAIT 매장을 나서며,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브랜드란 무엇일까?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일까? 아니면 문화를 공유하는 플랫폼일까? BAIT는 정답이 없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 중 하나다.


3. 아틀리에 무지 긴자

도쿄 긴자의 번화가에 자리 잡은 무인양품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물건을 사기 위해 방문한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6층으로 가장 먼저 향한다. 아틀리에 무지 긴자가 있기 때문이다. 쇼핑객들로 북적이는 아래층과는 달리, 6층은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데, 아틀리에 무지는 무인양품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늘 새롭다. 전시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2023년 4월에는 일본 전통 디저트에 관한 전시가 아틀리에 무지에서 열렸다. 2023년 11월에는 미니어처 작가 타나카 타츠야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2024년 4월에는 미드센츄리 모던 디자인에 대한 전시가 열렸다.

미드센츄리 모던 디자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시기에 탄생한 디자인이다. 전쟁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일상의 편의를 위해 탈바꿈하는 아이러니. 무기를 만들던 소재들은 집안의 냄비와 국자를 비롯한 도구들로 바뀌었다. 전쟁의 결과물이 삶에 스며든 아이러니한 시기였다. 즉, 미드센츄리모던 디자인은 지금 현대인들의 인테리어디자인의 기반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이 디자인 철학이 받아들여진 배경도 흥미롭다. 일본은 2차대전의 패전 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미국식 건축 방식이 일본에 도입되었다. 타의에 의한 것이었을지라도, 이는 일본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같은 새로운 소재의 사용, 개방적 공간 구조등. 이 모든 것이 현대 일본 인테리어의 근간이 되었다. 아틀리에 무지 긴자에서는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무인양품의 제품들이 재해석됐다. 무인양품은 기존 제품들을 미드센츄리 모던 스타일로 변형해 일본인의 삶에 미드센추리 디자인이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를 전했다. 나는 이 전시되는 모습을 보면서, 디자인의 연속성을 보았다. 그 안에서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아틀리에 긴자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학을 가장 순수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쇼핑객들로 붐비는 아래층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브랜드의 본질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다. 아틀리에 무지 자체가 무인양품의 브랜드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하는 공간. 브랜드 감도에 집중해 만든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4. 사랑과 광기의 마켓

'사랑과 광기의 마켓'은 그 어마무시무시한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친근하고 창의적인 공간이다. 70-80년대 하라주쿠의 자유로운 창작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1970년대부터 하라주쿠의 문화를 만들어온 라포레 하라주쿠의 브랜딩 전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독특한 이름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이 아니라, 하라주쿠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공간에 담고자 했다.


어마무시무시한 이름과 다르게, 이곳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매장이다. 매장 안의 작은 박스와 코너 하나하나에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상품들이 가득하다. 갤러리, 팝업 스토어, 빈티지 숍이 막 섞인 느낌의 독특한 분위기는 특정 유형으로 정의하기 어렵다. 의류부터 일러스트까지 폭넓은 상품 구성은 하라주쿠만이 가진 젊음과 일본 젊은 브랜드의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성은 방문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브랜드의 독특한 개성을 강조한다.

'사랑과 광기의 마켓'과 모리빌딩은 '크리에이터 친화적 환경 조성'을 위해, 짧은 기간과 적은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젊은 아티스트들의 부담을 줄였다. 이는 높아진 임대료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아진 하라주쿠에 새로운 창의적 에너지를 불어넣는 노력의 일환이다.

온라인 쇼핑이 주류가 된 시대에, "사랑과 광기의 마켓"은 오프라인 매장만의 고유한 가치를 재조명한다. 이곳은 고객, 작품, 크리에이터 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단순한 쇼핑을 넘어 "쇼핑을 즐기는"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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