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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Sep 26. 2024

도쿄 서브컬쳐를 풀어낸 도쿄의 매력인공간들

도쿄에서는 수많은 캐릭터들과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도쿄라는 도시를 유심히 살펴보면 화려함 너머에는 서브컬처의 세계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도쿄라는 '정체성'을 규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 서브컬처. 만화,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아이돌 문화, 빈티지 패션, 독립 출판물 등 도쿄의 서브컬처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진화하고 있다.

이런 문화의 중심에는 특별한 공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간들은 단순한 상점이나 갤러리를 넘어서, 서브컬처를 사랑하는 이들의 아지트이다. 동시에 수많은 기업들의 브랜딩 실험실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할 공간들에서, 우리는 일본 기업들의 독특한 기획력과 브랜딩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대기업부터 갤러리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서브컬처를 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서브컬처는 어떻게 주류 문화와 공존하며 발전해 왔을까? 이 문화는 일본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까?

이 여정을 통해 우리는 현대 일본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비즈니스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어떻게 서브컬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그 본질을 유지하고 있을까? 도쿄의 서브컬처 공간들을 탐험하며,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서브컬처의 매력과 그 속에 숨겨진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살펴보게 될 것이다.


1. 빌리지뱅가드 코엔지점

일본 〒166-0003 Tokyo, Suginami City, Kōenjiminami, 3-chōme−46−10 Vort高円寺南 1階・2

도쿄는 전 세계적으로 서브컬처로 굉장히 알려진 도시다. 이러한 도쿄의 진정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빌리지 뱅가드. 간판에는 '익사이팅 북스토어'라고 쓰여 있지만, '북스토어'와는 거리가 멀고 '익사이팅'만 있다. 오히려 도쿄의 꼼꼼함과 활기찬 분위기를 모두 담고 있는 곳이다.


일본 하면 조용하고 고요한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빌리지 뱅가드는 이런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린다. 일본이 조용하고 고요하다? 이곳을 경험하면 그 말에 피싯 웃게된다. 매장에 들어서면 규칙 없이 가득 쌓여있는 상품들 사이로 일본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음식 코너 옆에 갑자기 생활잡화 코너가 나타난다. 갑자기 염색약이 불쑥 등장하다가도 캐릭터 상품과 남성 속옷 코너가 이어지는 식이다. 여기에 난데없는 로고송이 막 흘러나온다. 이런 무질서 속에서 오히려 독특한 질서를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특히 불닭볶음면, 오뚜기 리얼치즈라면, 요뽀끼 등 한국 제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일본인들의 한국 문화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브랜드 협업 제품도 눈에 띈다. 내가 방문한 2024년 5월에는 메이지 엑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콜라보한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익살스러움 그 자체였다.

빌리지 뱅가드의 본점은 시부야에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코엔지점을 가장 좋아한다. 1층은 정신없이 생활잡화가 늘어서 있지만, 2층 서점에는 일본 만화, 일러스트, 소설,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제품들이 차분히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도쿄에서 일본의 서브컬처, 현지인들의 일상, 그리고 다양한 영감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빌리지 뱅가드가 최적의 장소다.


2.HMVBOOKS

도쿄의 중심부, 시부야의 랜드마크인 시부야 모디(SHIBUYA MODI)에 들어서면 특별한 공간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HMVBOOKS다. 이곳은 일본의 대표적인 편의점 체인 로손(Lawson)의 계열사로, 단순한 서점이나 음반 매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일단 HMVBOOKS는 일본 대중문화의 다양한 면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일본음악, 만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K-pop과 한국화장품까지 다양한 도쿄 서브컬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내가 방문했던 2024년 4월에는 시부야 모디 4, 5층 매장에서 특촬물, 인기 애니메이션인 '주술회전'의 팝업매장, 캐릭터 전시회가 열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HMVBOOKS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브컬처를 향한 열정과 비전을 공간에 녹여낸다는 점이다. 그들은 팬들이 좋아하는 문화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그 덕분에 HMVBOOKS는 단순한 상점을 넘어 서브컬처 애호가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서 번화한 거리를 걷다 시부야 모디를 발견한다면? HMVBOOKS를 꼭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로손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기업의 세심함과 기획이 우리를 새로운 경험으로 이끌 거다.


3. 힙샵

도쿄 시부야에서 아주 골 때린 기획을 보고 싶다면? 나는 시부야 파르코 지하에 위치한 '카오스키친'을 추천한다. 그중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유독 사로잡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힙샵(HIPSHOP)이다. 힙샵? 힙? 맞다. 바로 '엉덩이'를 말하는 'HIP'다. 그렇다고 외설적인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남성속옷 중 하나인 드로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힙삽은 단순한 이너웨어 브랜드가 아니다. 그들의 철학은 "자세한 기분"을 전하는 것.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아이템을 통해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더하고자 한다. 100여 종의 다양한 디자인은 일상은 물론 특별한 날의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도쿄 브랜드가 늘 그렇듯이 아주 세밀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이런 면에서 도쿄 브랜드는 어떤 면에서 쾌활하다. 하지만 힙삽의 진가는 디자인에만 있지 않다. 그들은 원활한 보디라인과 깔끔한 실루엣, 선명한 프린트 발색, 세세한 부분에 정성을 쏟는다. 기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힙샵에서 판매하는 드로즈는 땀 흡수가 빠르고 쾌적한 착용감을 제공하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사용해 실용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현대인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낸다.

그러나 힙삽을 더더욱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는 시부야 파르코 때문이다. 힙샵의 드로즈에 담긴 쾌활함 뒤에는 시부야 파르코의 탁월한 기획력이 있다. 시부야 파르코는 힙삽과 콘돔마니아를 '카오스키친'이라는 한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이곳을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선 유기적인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시부야 파르코의 전략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단순히 좋은 브랜드를 아는 것을 넘어,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고려한 공간 구성, 그리고 그것을 통한 독특한 정체성 확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4.VCM마켓

도쿄의 젊음의 심장인 시부야. 이곳에서 일본 서브컬처의 뿌리를 찾아 나선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시부야 파르코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시부야의 젊은 문화를 이끄는 시부야 파르코는 50년이 넘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부야의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시부야파르코 안에서 도쿄 서브컬처를 가장 잘 풀어낸 공간을 찾는다면? VCM마켓은 결코 빠질 수 없다.

일본 최대의 빈티지 플랫폼으로 알려진 VCM마켓은, 단순한 중고 의류 매장이 아니다. 이곳은 시부야의 역사와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시모키타자와나 코엔지가 빈티지의 메카로 불리지만,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시부야에 다다르게 된다. 시부야야말로 일본 빈티지 패션의 시작점이자, 그 정신의 본향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부야의 정신을 이어받아, 시부야 파르코는 크리에이터 집단 스쿼트와 손잡고 VCM마켓의 오프라인 공간을 탄생시켰다. 서브컬처를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해 내는 시부야 파르코의 탁월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VCM마켓의 매력은 그 다양성에 있다. 빈티지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그리고 샤넬,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의 빈티지 제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서브컬처와 '빈티지'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스쿼트의 공간 디자인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정신을 오프라인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VCM마켓이 시부야 파르코 뮤지엄, 그리고 가구 편집숍 미드센튜리 모던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너지다.


VCM마켓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트렌디함을 넘어선 서브컬처와 빈티지의 개념, 그 폭넓은 스펙트럼을 어떻게 공간으로 구현하고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시부야 파르코의 VCM마켓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그곳에서 여러분은 단순한 쇼핑 이상의 문화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5.9 days 갤러리

도쿄 시부야의 번화가에 자리한 시부야 모디. 일본에서 마루이백화점을 운영하는 마루이가 만든 상업공간이다. 이 안에는 아주 독특한 공간이 있다. 바로 "9 DAYS GALLERY"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9 DAYS GALLERY’는 Carton Tokyo라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들은 '9 DAYS GALLERY'를 통해 만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등. 이 모든 것들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가장 특이한 점은 갤러리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아티스트들의 전시를 오직 딱 '9일' 동안 짧고 강렬하게 전시개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인테리어는 호화롭지 않다. 오직 각각의 작품을 돋보이게 해 관람객들은 편안하게 예술 작품에 몰입할 수 있다. 액자에 담긴 그림부터 프린트, 스티커, 엽서 같은 소품들까지 잡화점 같으면서도 갤러리 같다. 그러나 9 DAYS GALLERY의 진정한 매력은 그들이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SNS에서 유명해진 이들이 아니다. 현재 애니메이션,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프로페셔널들이다.

이 갤러리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이곳이 위치한 시부야 모디때문이다. 시부야 모디를 운영하는 마루이 그룹은 서브컬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고객들을 모으고 있다. 9 DAYS GALLERY는 이러한 마루이 그룹의 비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곳은 단순히 예술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상업적 성공을 거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서브컬처 시장을 더욱 대중화하려는 마루이 그룹의 전략적인 안목을 엿볼 수 있다.

9 DAYS GALLERY를 방문하는 일은 단순한 갤러리 관람을 넘어선다. 이곳에서 우리는 현대 일본 대중문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서브컬처가 어떻게 주류 문화로 발전해 나가는지를 목격할 수 있다. 시부야를 방문하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기를 권한다. 9일간의 짧은 여정, 그러나 깊은 인상을 남길 이 특별한 공간에서 여러분만의 예술적 경험과 현실적인 브랜딩 아이디어로 얻을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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