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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24. 2024

시보네, VMD로 만드는 공간디테일

시보네를 알게 된 건 코로나가 발생하기전인 2019년이다. 그 당시 한국은 츠타야서점으로부터 알려진 ‘맥락’이 중심인 라이프스타일 제안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많은 브랜드들이 츠타야방식을 따라 했다. 동시에 츠타야가 보여준 제안들이 ‘한국’에 맞게 변형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츠타야가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향을 주었던 이유는. ‘공간을 느끼기 위해 서점에 간다’라는 사실 때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취향’을 설계한다는 기획을 중심으로 한 공간. 그 기획에서 나오는 경험. 추상적으로 느껴졌던 이러한 개념들을 츠타야가 실제로 보여주었기다는 면이 더 컸다. 게다가 ‘서점’이 취향을 제안한다는 생각은 서울에서는 생소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츠타야가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서점은 책 보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가본 츠타야는 정말 좋았고, 나만 알았으면 하는 공간이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만 보기 위해서 다이칸야마에 와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서점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라운지’ 같았다. 실제로 침체된 다이칸야마지역은 츠타야가 생긴 이후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 대한 내 기억은 불과 몇일만에 긴자에서 깨졌다. 아코메야를 비롯해 도쿄의 웬만한 편집샵들도 다들 츠타야 같은 ‘기획’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는 그리 신선했던 츠타야서점 응 도쿄에서는 크게 신선하지 않았다. 도쿄에서는 응당 그렇게 해야하는 기본적인 것들이었다.서울에서 ‘맥락’을 중심으로 한 기획이 유행이 되어갈 때, 도쿄는 달랐다. 그렇다고 서울이 뒤쳐지는가? 아니었다. 단지 서울과 도쿄 간 물리적인 시간 차이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각’의 차이였다.


2019년의 도쿄는 ‘맥락이 중심인 기획’에 스스로 비판을 가하고 있었다. 도쿄는 오히려 '맥락'이 중심인 라이프스타일제안을‘소비의 연장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책과 잡지를 이용해 이미지성을 더해 맥락을 강조한 기획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소비다. “일부는 '맥락'이 기존 소비에서의 '프레임' 변화에 불과하다는 말하기도 했다. 날 선 시선이었다. 맥락중심의 기획에 대한 비판. 그 기저에는 ‘과연 제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왜 해야 할까?’라는 고객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가 있었다.‘과연 제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물어보자. “제안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감각’이다. 그 감각이 공간을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고민’을 솔직하게 보여준 도쿄 편집샵이 ‘시보네’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성수동의 카페 센느다. 시보네는 '맥락'을 사용하면서도 ’ 맥락’이 중심인 제안이 ‘소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오야마에서 보여주었다. 꾸밈이 없었다. 관점도 명확했다. 특히 시보네는 츠타야의 단점인 상품진열. 서점이라는 제약때문에 책에 더 비중을 두어야했던 츠타야의 단점을 해소한 곳이었다.


시보네가 보여주는 VMD는 탁월했다. 상품진열마다 ‘이야기’ 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시보레기 도쿄를 대표하는 ‘편집샵’ 중 한 곳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게 아니였다 2023년에 다시 본 시보네 아오야마에서 시보네로 바꾸었다. 위치는 오모테산도의 GYRE로 옮겼다. 아오야마와 다르게 덴마크 가구브랜드인 ‘HAY’ 매장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2019년과 다르게 대부분의 기획을 쇼룸으로 바꾸었다.

시보네의 ‘유연함’은 ‘상품’에 대한 충부한 이해를 기반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으로 바꾼다.‘책’을 기반으로 ‘맥락’을 구축하는 츠타야와 전혀 다르다. 시보네는 모든 기획을 ‘상품’에 대한 이해와 상품과 상품이 만났을 때 ‘감도’에 집중한다. 이러한 시보네의 ‘감각’은 시보네를 운영하는 월컴그룹에서부터 시작한다.

시보네를 운영하는 월컴그룹은 ‘음식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회사다.그들은 이것을 위해 여러 브랜드를 브랜드를 성장시켜 왔다. 특히, 자사 브랜드를 통해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외부 프로젝트에도 적극활용하고 있다. 현재 월컴그룹이 보유한 F&B브랜드는 딘 앤 델루카 재팬, 도쿄 근교의 갓 짜낸 생유로 만드는 치즈 공방과 같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인 굿치즈 앤 굿피자, 가게에서 직접 증류한 진을 즐길 수 있는 증류소가 딸린 선술집&바인 도라도몬 증류소, 아시아요릿집 Dongxi,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아메리칸 이탈리아 식당인 TWELVE GARDENS BAR & GRILL, 카페 겸 바인 VALLEY PARK STAND, REVIVE KITCHEN THREE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으로는 GEORGE’S, 시보네, 투데이스스페셜, 커넥트, SOUVENIR FROM TOKYO(도쿄 신미술관의 뮤지엄숍), 웰컴마켓, HAY. 그 외에 ’TOKYO!!! 그란스타 도쿄’, 레이어드 미야시타파크,sequence MIYASHITA PARK, 도라도몬 요코초의 기획을 맡았다. 월컴그룹의 브랜드를 보면 ‘음식’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많은 걸 알 수 있다. ‘음식’은 모든 것과 연결되는 다리이기 때문이다. 시보네와 투데이스 스페셜이 같은 그룹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임에도 결이 극과 극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참고로 투데이스 스폐셜은 최근 다른 회사에 매각했다.


VMD는 감각을 표현하는 일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시보네가 다른 편집샵과 확연히 다른 점은 VMD였다. 그들은 상품을 진열하는 동선이 철저히 사람 시선에 맞췄다. 좌에서 우', '위에서 아래'같이 상품을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했다. 물건 배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물건들이 가진 '맥락'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시보네에서 '이게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를 몇 번이나 말했는지 모른다.

2019년의 시보네는 쇼룸진열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의류코너의 단독진열 비중이 강했다. 그러나 오모테산도 매장에서는 이 부분을 축소하거나 쇼룸으로 통합시켰다.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 때문이었다. 앞서코로나기간 동안, 가장 많이 바뀐 개념은 집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났다. '집'자체가 사무실로 변했다. 집을 이전보다 더욱 기능적으로 공간으로 바라보는 접근이 강해졌다. 집을 ‘휴식’을 보는 접근도 강해졌다. 시보네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아오야마에서 오모테산도로 매장을 옮기면서 시보네 매장 디자인을 ‘쇼룸'중심으로 개편했다.


색,질감,소재을 충돌시켜 만든 다채로운 공간감.

시보네는 색, 질감, 자재 간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쇼룸을 만들었다. 이케아, 무인양품같이 가구를 통해 어떤 공간을 만든다는 느낌이 아니다. 파스텔색과 흰색셔츠를 같이 배치해 두 가지 색을 강렬하게 대비시켰다. 노출콘크리트와 파이프라인이 보이는 천장아래 책, 화분, 나무오브재들 천장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소재를 배치해 공간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공사장 철재 파이프를 행거로 사용한뒤, 그 옆에 나무진열장과 플라스틱 오브제를 비치해 충돌을 일으켜 매장을 신선하게 만든다. 시보네는 공간을 대비해도 그 기준을 다르게 할뿐만 아니라, 충돌시키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법들을 도쿄브랜드를 아주 즐겨사용한다. 도버스트리트마켓,시부야파르코,GR8등 역동적인 공간을 만드는 브랜드를 ‘대비’를 충돌이라는 개념으로 자주 사용한다


‘치밀하게 계산된 동선'

시보네매장은 쇼품으로 무작위로 배치한듯 하지만, 이 쇼룸들의 간격과 형태는 동선을 고려해 철저히 계산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특히 시보네같은 경우, 쇼룸이 많아 사람들이 많이 걷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를 위해 쇼룸을 네모난 형태로만 배치하지 않았다. 네모와 원형이 반복되게 했을뿐만이 아니라, 직선과 대각선으로 쇼룸들을 비치했다. 제품들을 비치한 쇼룸 사이사이에 쇼파를 주축으로한 다른 쇼룸을 만들어 사람들이 쇼룸내 제품을 보면서 쉴수있게 했다. 이러한 방식은 사람들이 쇼룸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사람들이 쇼룸도중에 앉아서 쉬는동안 사람들은 앉아서 다른 쇼룸을 볼수있다. 쉬고 싶은 사람들은 쉬고, 구경할 사람들은 구경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동선이 정돈된다. 게다가 쇼룸마다 세밀하게 식물을 비치에 계절감을 환기시킨다. 시보네가 GYRE지하에 위치해 있다는걸 생각한다면, 시보네의 이러한 VMD는 공간경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곡면을 활용하는 감각.

시보네는 곡선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으로 유연함과 다양한 감각을 전한다. 특히 곡선조명을 중점적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원형 전등을 도입해 공간에 다채로운 느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부드러운 분위기는 색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직선을 많이 사용한 공간은 매우 딱딱하지만, 여기에 곡선을 사용하면 딱딱함은 누그러지고, 공간은 말랑말망해진다.시보네는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식물을 사용한 디테일.

식물을 활용해 공간에 계절감과 디테일을 더하는건 도쿄브랜드들이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다. 시보네도 마찬가지다. 시보네같은경우, 식물을 죽는공간에 식물을 놓기도하고, 쇼룸가운데에 식물을 집중적으로 비치했다. 또한 식물을 화분과 꽃병. 이 두가지를 모두 사용해 식물들을 다채롭게 배치했다. 또한 식물과 컬러유리병이 서로 마주보게 만들어 노출콘크리트가 많은 시보네 매장에 화사함을 집어넣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나무 진열장에는 선인장을 오브제처럼 배치해 식물원같은 느낌도 연출했다. 시보네안에서 식물은 공간을 환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사람들이 편안한을 느끼게 하는 도구도 겸한다.


선택과 집중이 경험의 결을 바꾼다.

아오야마 당시의 도서코너

브랜드도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해야한다. 시보네도 아오야마에서 오모테산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아오야마에서 보여준 모습 일부는 버렸다. 동시에 코로나이후의 변화한 모습들에 맞추었다. 특히 시보네는 아오야마에서 많은 공간을 할애했던 '선물'과 '지역성'으로 접근하는 도서 기획을 없앴다. 시보네 아오야마에서 시보네의 도서 기획은 입구 앞이었다. 시보네는 사람들이 일직선으로 가는 통로에 책을 비치해서 자연스럽게 책을 보도록 유도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시선을 책에 두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는 창가 쪽 통로에 책과 식물을 비치해 기획과 공간을 모두 살렸다. 특히 책을 소개할 때는 '선물'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어 책을 소개했다. 아오야마는  편집샵, 미술관등이 많은 지역이기떄문에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시보네는 이를 고려해 '디자인'과 '패션'에 집중해 책을 소개했다. 그러나 오모테산도로 매장을 옮기면서 이러한 방식을 모두 쇼룸형태로 통합시켰다. 시보네에서 책은 쇼룸의 일부자 오브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VMD는 브랜드만의 독점적인 경험을 만든다

시보네의 감각은 시보네를 운영하는 월컴그룹 그룹의 다른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대상은 생활잡화점인 투데이스 스폐셜이다. 투데이스 스페셜과 다르게 시보네는 젤제가 더 강하다.  물건들에 규칙을 두고 진열한 투데이스스폐셜과 다르게, 시보네는 쇼룸 하나하나를 절제해서 만들었다. 절제에 중심을둔 VMD는 시보네의 쇼룸 하나 하나를 다양한 아이디어 창고로 만든다. 식물사용도 다르다. 투데이스스폐셜은 가드닝제품을 판매하기때문에 매장일부는 식물로 덮다시피 사용했다. 하지만 시보네는 식물을 쇼룸에 필요한 오브제이자, 공간에 계절감을 넣는 도구로만 사용한다. 즉, 시보네는 투데이스스폐셜보다 모든 VMD를 절제한면이 강하다. 이 절제가 두 브랜드간의 경험을 가른다.

시보네는 VMD가 어떻게 공간안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지,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공간을 경험하는지 알려주는 매우 좋은 곳이다. 시보네가 다른 편집샵과 확연히 다른이유도 VMD가 시보네만의 공간'경험'을 만들기때문이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다른 편집샵과 시보네를 자꾸 비교하는 이유도 경험때문이다. 시보네같이 공간이 경험을 지향할수록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 그 자체가 사람들에게 브랜드만의 '독점경험'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싶은 카페, 음식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매력적인 공간일수록? 남들이 그곳을 몰랐으면 한다.


우리 모두 각자 만의 공간을 갈망한다. 그 갈망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나만 독점할 수 있는 경험이 담겨있다. 그 순간은 언제 갑자기 다가올지 모른다. 그럴수록 모래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나누고 모으면서 그 순간을 대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자기가 추구하는 공간을 구체화하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 보고 있을지 모른다. 도쿄브랜드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이러한 갈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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